[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98. 모델 선발 대회(6)

“이번 모델 선발 대회는 대행사에게만 맡겨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이 모여 있는 6월 월간회의 석상에서 신팀장은 모델 선발 대회의 목적과 실행계획을 설명한 후, 최후의 변론을 하는 변호사의 심정처럼 경영진을 향해 간곡히 말을 하였다.
    
  “이 일은 또한 마케팅부문의 일개 팀인 M&C팀 하나 만의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C의 성공은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회사의 사활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모델 대회를 계기로 전 직원이 동참하는 전사적인 캠페인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총무, 회계 부서의 한 사람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모두가 참가해서 회사의 소속감도 고취시키고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에 조금이나마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도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 어떻게 참여시킨다는 것인가?”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있던 대표이사가 자리를 고쳐 앉으며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네, 사장님! 저는 대학생 모델 선발대회 홍보를 위해 전 직원이 여러 대학교 인근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 거리에 나가서 홍보 전단지를 나눠 주는 행사를 했으면 합니다. 직원 마다 사는 집이 다를 테니 집에서 가까운 지역을 조로 나눠서, 일주일간 조별로 정해진 날 하루는 아예 출근하지 않고 바로 해당 지역으로 나가서, 어깨띠를 두르고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지를 나눠 주는 캠페인을 하였으면 합니다. 따라서 이는 전적으로 사장님의 허락과 인사/총무팀의 지원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흠~! 유이사 어떻게 생각해요?” 

  대표이사는 CFO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원채 눈치가 빠른 유이사는 대표이사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이건 해야 하는 일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전 직원이 회사의 중요한 일에 무엇 하나라도 동참했다는 참여의식도 높이고, 이를 통해 주인의식도 고취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가 직원별 주소에 따라 마케팅과 의논하여 지역 배치를 한번 계획해 보겠습니다.” 
      
  유이사의 대답에 대표이사는 흡족한 듯한 표정을 지우며 신팀장에게 말했다.

  “신팀장, 되었는가?”

  “네.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 길거리 캠페인에 ‘너도 한번 해봐’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것이 수 만개의 부채와 전단지, 포스터, 인터넷, 신문 및 잡지를 통해 전국으로 나갈 것입니다.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발표를 마치고 나서도 신팀장은 혹시 다른 직원이 귀찮게 일을 벌렸다고 불만을 터뜨리면 어쩌나 걱정하였지만, 의외로 직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모두들 그만큼 어려운 회사에서 M&C를 한 줄기 빛처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팀장은 더욱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신팀장은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였다.
   
  “네? 뭐라고?”

  휴대폰을 움켜 쥔 신팀장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도 한번 해봐’ 길 거리 캠페인으로 신팀장은 강남역 쪽에 나와 있었다. 오후가 지나 저녁이 되가는 무렵 누나에게 걸려온 전화에 신팀장은 어쩔지 몰라 안절부절하였다. 오랜 당뇨병으로 온갖 합병증에 시달려 오다 1년 전에는 결국 콩팥기능이 망가져 복막투석을 하셨던 어머니가 쓰러져 결국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신다는 전갈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뿐인 아들만 바라보고 사셨던 어머니께 자주 찾아 뵙지도 못했던 것이 한 순간의 후회로 가슴 속에 울컥 쏟아져 들어왔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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