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7. 시장조사 업무(4)

“전국의 전문점을 지역별, 규모별로 분류해서, 정기적으로 설문을 통해 모니터링 하면 어떨까 해요. 그 대신 감사의 뜻으로 시용품을 다량으로 지원해주는 거죠. 다시 말하면, 기존에 있는 주요 화장품 매장들을 안테나 매장처럼 활용하겠다는 거에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회사 정책에 대한 장, 단점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고객의 소리라는 측면에서 좋을 것 같은데, 타사 정책에 대해서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 그리고 적은 표본조사가 전국 상황을 대표해 줄 수 있는지가 의심스러워요.”

그러나 문선배는 신대리의 고민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신난다는 듯이 소리를 쳤다.

“야~! 그거 좋은 생각이다. 신대리 나도 껴주라. 나도 요즘 너무 어려워서 그런지 샘플이 너무 부족해. 꼭 나도 거기 껴줘야 해! 내가 설문에 성실히 응해줄게.”

“참~ 내..., 형은 진짜, 마음이 완전히 콩밭에만 가 있는 거 아니에요?”

신대리의 투정에 문선배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사실 내가 좋은 생각이 있어. 너도 잘 알겠지만, 다른 회사에서도 너 같은 놈들이 우리 매장에 수도 없이 오거든. 나야 한가하면 좀 만나주고 바쁘면 짜증내고 쫓아냈지만, 그 중 A사에 다니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너랑 성이 같은 신과장이야. 이 친구가 사람이 참 괜찮아서 금방 친해졌거든. 근데 말이야…, 우리 일단 한 잔 마시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문선배는 잠시 말을 끊고 술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고기 몇 점을 정성스레 상추에 쌓더니 한아름 입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마치 일부러 그러는 듯이 오랫동안 천천히 꼭꼭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요?”

신대리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재촉했으나, 문선배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담배 한 대를 꺼내 느긋이 한입 빨고 나서, 특유의 너스레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그 신과장이 말이야~.”

“형! 정말 이럴 꺼야?”

“아~! 알았다, 알았어, 좀 기다려봐! 자식, 급하기는….”

“신과장도 너랑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원래 A사는 업계 1위라서 그래도 시장 영향력이 크니까 정보가 더 많은 것 같지만, 더 양질의 정보가 필요한 듯했어. 어느 날 너랑 똑 같은 고민을 내게 털어 놓더라. 나도 그때는 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오늘 네 이야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난 건데, 아예 이 참에, 내가 너를 신과장과 만나게 해줄 테니 두 신씨가 함께 잘 사귀어 보라고.”
신대리는 순간 그 동안의 고민이 다 풀리는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성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맞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먼저 신과장을 만나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그게 괜찮으면 다른 회사의 시장조사 멤버들을 계속 포함시켜 10대 화장품 회사들로 멤버를 확장시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어. 이야~, 형 진짜 고마워! 그 신과장 꼭 소개시켜줘야 해. 대신에 내가 형 꼭 안테나 매장으로 선정해 줄게.”

“그래 좋다.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것 아니냐? 하하하! 건배 한 번 하자.”

“그래 건배!”

어쨌든 뭔가 돌파구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인지, 그날 밤 신대리는 오랜만에 즐겁게 마음껏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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