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80. 마케팅 팀장이 되다(8)

"우리는 앞으로 워크아웃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회사의 NPD 프로세스로는 도저히 지상과제인 9월 1일 런칭날짜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워크아웃의 회의 방법과 문제해결방법을 통해 프로세스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과연 불필요한 일이고 방해요인인지를 '왜왜왜왜왜'를 다섯번 외치며 생각하고 생각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타성과 관성을 모두 다 버리고 맞지 않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물론 불편합니다. 힘듭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한 순간입니다. 이내 우리 몸이 날씬해지면 더욱 건강해지고 빠르고 옷 맵씨도 멋져 보일겁니다. 저기 서대리님처럼요....."
  
 신팀장의 말에 모두들 갑자기 서대리를 바라봤다. 활발한 성격의 서대리는 전혀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자 다들 한바탕 크게 웃으며 회의장은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래서...."
 신팀장은 사람들이 다소 진정된 상태가 되자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한 팀입니다. 비록 다른 부서에 속해 있고 부서간 이해관계가 다소 얽혀있다 하여도 우린 지금 한 배를 같이 탔습니다. 손자병법에는 풍우동주(風雨同舟)란 말이 있습니다. 비 바람 속에 같은 배를 탔다는 말이죠. 여러분 잘 아시는 오월동주(吳越同舟)란 말처럼 아무리 숙적이라도 어려움 속에 한 배를 같이 타면 목숨을 구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만 합니다. 음.... 그래서....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유복동향 유난동당(有福同享 有難同當)’이란 말인데...."
         
 신팀장은 잠시 생각을 하며 화이트보드에 한자를 써나갔다. 갑자기 신팀장이 손자병법에 한자성어들을 줄줄이 읊조리자 사람들은 마치 한자 수업시간이라도 된 것 마냥 얼떨결에 익숙지도 않은 한자를 노트에 받아 적느라 분주해졌다.
        
 "어~? 하하하~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어귀라서 소개해주는 것뿐입니다. 오늘 여러분들 거의 두 시간 동안 많은 얘기를 들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말은 바로 이 글 하나에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복동향 유난동당(有福同享 有難同當), 행복한 일은 함께 나누고 어려운 일은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그래서 행복을 나누면 배가 되지만,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 TFT는 서로 배려하며 함께 고통과 행복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긴 얘기 끝까지 들어줘서 감사합니다."
      
 박수소리와 함께 신팀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에 회의가 계속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신팀장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일정이었으며, TFT멤버들에겐 그 어느 것보다도 M&C 개발이 최우선임을 재차 강조하였다. 그렇게 회의는 향후 주간 미팅에 대한 일정 조율 및 TFT 회의의 기본 준수 사항을 담은 그라운드 룰 (Ground Rule)에 대해 합의를 한 후 다음 주를 기약하며 끝났다. 신팀장은 그래도 TFT에 참석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그들도 자신과 똑 같이 이번 기회에 새로운 역작을 탄생시키고 싶어 하는 갈망과 열정을 발견할 수 있어 무척 기쁘고 만족스러워 했다.
      
 그 후 워크아웃 TFT회의에서는 두 개 조로 나뉘어 디자인, 개발, 자재 쪽에서는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개발기간 단축회의가 진행되는 한편, 신팀장, 허진희와 R&D에서는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 회의를 통해 제품의 컨셉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도출 되어 M&C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잡아갔다. 
        
 신팀장과 허진희는 시간을 조정하여 양쪽을 오가며 회의에 참석하였는데, 신팀장이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했다면, 허진희는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서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먼저 디자인 개발 조에서는 금형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프랑스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여러 장식들을 없애고 디자인을 단순하게 하자는 좋은 안이 나왔다. 이렇게 해서 디자인이 결정되면 M&C 신 브랜드는 색조 위주로 약 100품목을 신제품 개발하고, 이 디자인을 근간으로 하여 회사가 그동안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는 금형들을 일부 수정하여 M&C 디자인과 이미지를 맞추는 한편, 나머지는 협력업체가 가지고 있는 프리몰드를 활용하여 브랜드숍 매장을 한 가득 채울 수 있는 300여 품목을 개발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면 금형개발 투자금도 줄일 수 있으며 기간도 단축할 수가 있지만, 디자인팀 서대리의 책임이 더욱 막중한 일이었다. 자칫 디자인이 잘못되면 제품이 싸고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디자인-목업-제품설계-금형설계-금형개발-생산으로 이어지는 포장재 개발 프로세스를 단축하기 위해 디자인의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마케팅과 포장개발부 멤버들이 함께 참여하여 설계 및 개발, 그리고 추후 대량생산 가능성까지 사전 검토하여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여,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사실 제품 개발기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원인은 디자인 목업을 받고 검토하고 나니 문제점이 발견되어, 되니 안되니 실갱이를 하다가 샘플 생산을 해보니 결국 문제가 많다는 등.... 그러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디자인과 개발부의 알력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이런 일련의 소모성 과정이 문제였다. 신팀장은 TFT를 통해 이런 불필요한 과정을 미리부터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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