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8. 마케팅부에서의 첫 시작(1)

2005년 11월의 첫 번째 월요일 아침.

신대리는 영업부가 있는 2층을 지나 6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왠지 모르게 처음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바로 올라가기가 싫었다. 6층 초입에 있는 자재부를 지나서 복도 왼쪽, 마케팅부라는 작은 명패가 붙어있는 문은 마치 난공불락처럼 굳게 잠겨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옷 매무새를 고치고 큰 호흡을 한 번 하고 난 후, 용기를 내어 문을 활짝 열었다. 앞으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마케팅이라는 신세계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는 업무적으로 마케팅부원들과 자주 부딪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그리 나쁜 관계는 아니었다. 영업지원부에 있을 때도 회의 시간에 격한 논쟁을 하게 되면 각 자의 입장이 틀린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며, 어쩌다 심한 말이 오고 갔을 때면 퇴근 후 한잔의 술로 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첫 출근 날 생각지도 않은 그들의 환한 반김에 그간의 걱정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처음 일주일 간 OJT(On the Job Training)의 일환으로 각 BM(Brand Manager)별로 매일 이루어진 브랜드별 제품교육 및 시장현황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에야 드디어 기초적인 마케팅 이론 교육이 마지막으로 진행되었다. 마케팅 교육내용은 학교에서도 배운바도 있었고, 얼마 전 구입한 마케팅 원론 책을 통해 대략적으로 접했던, 많이 들어왔던 기초적인 내용이었지만, 모처럼 듣는 마케팅 교육에 잔뜩 기대에 부풀은 신대리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교육에 집중하였다.

마케팅 교육을 맡은 사람은 클렌징 브랜드 BM인 김과장이었다. 김과장은 클렌징을 맡아서 그런지 여느 다른 여성 BM들처럼 세련되게 메이크업도 하고 치장하는 편이 아니라, 짧은 머리에 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으며 화장도 안 한 듯 항상 수수해 보이는 여성이다. 김과장은 먼저 가장 근본적인 마케팅의 개념부터 설명하였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지난 번 구입해서 틈틈이 읽고 있는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원론 책을 벗어나지 않았다.

“마케팅이란, 잘 알다시피 고객의 욕구인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파악하여,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차별적 혜택과 가치를 브랜드를 통하여 제공하는 것이에요. 따라서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그럼 소비자의 니즈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번역하면 ‘필요’한 것이죠. 세상을 살아가는데 사람들은 많은 물건들이 필요합니다. 아름다움을 가꾸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회사가 만드는 화장품 또한 필요한 것이겠죠? 그러나 어떤 이는 주름을 방지하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피부가 하얘지고 싶은 것처럼 각자의 니즈는 같지만, 바라는 것, 즉 원츠는 다른 것이죠. 이처럼 니즈를 더욱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욕구로 표출하는 것이 바로 원츠인 것이에요. 아시겠죠?”

신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과장의 말에 동의 하였지만, 뭔가 너무 원론적인 공자왈 맹자왈 소리로만 들렸다. 사실 소비자의 니즈와 원츠를 만족시켜 준다는 일은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화 되가는 시장에서 차별점은 더욱 사라지고 소비자의 마음 또한 더욱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뜬 구름 잡는 소리는 신대리에게 현실적으로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다.

“김과장님, 질문 있습니다.” 

신대리는 김과장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네. 무엇이죠?”

“우리가 하는 모든 마케팅 활동의 결과는 결국 회사의 이윤과 직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만족시켰다고 해도 만약 결과론적으로 기업이 이윤을 내지 못하고 손실만 보다가 망해버리면, 아무리 멋지고 훌륭한 마케팅을 실시해도 소용없는 일 아닌가요? 기업이란 이윤을 통해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마케팅은 결국 많이 팔아서 많이 벌기 위한 것이 아닌가요?”

“네. 그렇죠. 그러니까 소비자가 잘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해서 니즈와 원츠를 파악하는 거죠. 그래야 잘 팔리고 돈도 많이 벌지 않겠어요? 자자…, 조금만 더 진도 나가고 나중에 질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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