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주52시간 근무제’와 코스맥스의 7·4 사태

연장 수당 지급 여부로 사원, 대리급 블라인드 불만 글 폭주
임금 삭감 없는 탄력근무제에 기업들 묘안 짜기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로 300인 이상 기업들이 대안 찾기에 분주한 가운데 ‘7·4 사태’ 수습을 나선 코스맥스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진통이 다분히 코스맥스만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코스맥스는 제도 시행 전부터 ‘직원 설명회’를 열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면 미숙한 대처로 발생한 ‘7·4사태’는 대리급 이하 직원들을 분노케 했다.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서 코스맥스 직원 A 씨는 7·4 사태를 “사원, 대리급의 연봉 삭감을 통해 회사 수익 개선을 도모하려 했다. 임원들의 수작으로 발생한 사원, 대리급의 블라인드 폭주 사태”로 정의를 내렸다.

6월 28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무환경개선 설명회’가 사건의 발단이다. 설명회에서 코스맥스는 “주52시간 근무를 위해 연장 근무를 하려면 ‘팀장 결재’를 통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A 씨는 “설명회에서 연봉에 연장수당이 포함돼있어 급여가 줄지 않느냐는 내용의 질문이 있었고 진행자는 ‘연장수당은 변경 없다’고 했다”고 했는데, 정작 “설명회 이후 7월 4일 오후 5시 팀장급에게만 전달된 공지를 통해 ‘7월 1일부터 연장 근무 사전승인 시간만큼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전했다.  

주52시간 근무제를 핑계로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 논란이 직원들 사이에서 불거졌다. 코스맥스의 대리급 이하 연봉은 ’기본급+연장수당+상여금+인센티브‘의 포괄연봉제다. 사원과 대리는 연장과 상관없이 20시간을 기준으로 한 고정연장수당을 지급받았다. 

연장수당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는 가정하에 A 씨는 “대리급 이하 직원들은 매월 50만원의 급여를 덜 받게 된다”며 “연봉으로 따지면 600만원이 줄어드는 셈”이라면서 직원들이 폭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4일 이후 ‘블라인드’의 코스맥스 라운지는 △취업상담회와 실제 계약서의 연봉 차이 △연차계획서 강제작성 △임원의 주점 법인카드 사용 등 내부 비리를 직원들이 공유하기 시작했다. A 씨는 “4일 오후 5시 이후 블라인드의 코스맥스 라운지에 ‘이직 권유’, ‘연봉계약 거부’, ‘언론 제보 요청’ 등의 제목으로 직원들의 글이 폭주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외로 너무 반발하니 회사 측에서 말을 바꿨다”며 “5일 오전 팀장급에게만 다시 공지사항이 전달됐고 이후 오전 11시 30분경 회사가 추가적인 설명회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A 씨가 게시한 블라인드에 따르면 5일 팀장급에게 전달된 공지에는 "연봉계약서상 시간외 근무시간보다 승인 시간이 적은 경우 해당 시간만큼 급여 감소는 최종 결정 사안이 아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코스맥스가 발 빠르게 사태 진정에 나섰음에도 A 씨는 “연장근무 사전 승인제가 연봉감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직원들의 걱정을 잠재울 방안은 있나”라고 답변을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로 고민에 빠진 기업이 코스맥스 하나일 리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4월 3일 화장품 용기 업체 연우의 기중현 대표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직접 글을 올렸다. 그는 “연우는 직접 정규직 1550명, 당사의존 100%인 1차 협력사 1200명을 고용하는 고용창출 우수기업”이라며 “정부의 노동정책에 적극 찬성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체계 개선 등 회사이익을 직원들에게 더 많이 배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법정근로시간 개정과 적용이 7월부터 시행돼 근로시간 변경 등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처를 강구하기 어렵다”면서 “경영애로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청원서를 제출한다”고 국민 청원 이유를 밝혔다.

기 대표의 청원서에는 24시간 풀가동해야 하는 용기 사출 업체의 개정법 적용 애로사항과 현장에서의 간절한 건의사항이 담겨 있다. 

한편, 정계에서도 주24시간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탄력근무제에 대한 고심이 크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장의 리스크를 알고 있어서다. 

법이 허용하는 최장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일정 기간 동안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탄력근무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는 주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탄력근무제의 단위시간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칙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6월 28일 대한상공회의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경제계의 어려움으로 탄력근무제 최장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산업계는 '탄력근무제'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희망대로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기업들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게 현실이다. 당장 6개월 유예로 버티지만 올해말까지 결말을 지어야 한다.

임금 삭감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 실행의 묘수 마련에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코스맥스의 7·4 사태는 민감한 부분인만큼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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