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이 1년여를 넘기면서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전방부문인 브랜드사의 매출 하락은 원료사의 주문 반토막의 충격으로 이어졌고 ODM업체는 주문 연기로 고전하고 있다. 모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촉발됐다. 반면 코리아 프리미엄(한류)을 걷어내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 올리기 힘든 시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글로벌 메이저와 중국 로컬기업 사이에 낀 샌드위치론이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황재원 KOTRA 동북아사업단장은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과 교류가 많은 지역·집단은 사드 갈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도 한국 의존도가 낮지 않은 만큼 중국이 강경하게 나올 때 한국을 찌르면 중국도 아프다는 ‘고슴도치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완화에 희망을 걸기 보다는 사업을 접든지 아니면 차제에 고슴도치가 되라는 주문이다. 여우가 100가지 꾀를 부린다 해도 고슴도치가 몸을 동그랗게 말아버리면 그 꾀가 모두 소용없어진다는 ‘고슴도치 전략’을 펼 때다. 단순하면서 화장품 업종의 본질을 꿰뚫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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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보따리상들의 면세점 구매 제한 조치를 취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에서 동일 브랜드 내 상품별 최대 10개를 구매할 수 있었으나 설화수·라네즈·헤라·아이오페의 경우 브랜드별 최대 5개로 바뀌었다. 온라인에서도 기존 브랜드별 최대 20개까지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이번 규제로 구매 가능 수량은 브랜드별 최대 5개로 제한됐다. 총 구매 가능금액도 미화 $1000(기존 2000)로 제한된다.
LG생활건강도 프리미엄 브랜드 후·공진향·인양 3종 등 세트 제품 6개와 숨·워터풀 3종 등 세트제품 2개 상품을 최대 5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기존에는 10개까지 구매 가능했다.
빅2의 이번 조치는 보따리상의 구매 성행으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구매제한을 강화해 브랜드 관리에 나선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주요 품목의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불안한 영업환경 속 면세채널 실적 감소를 감수한 조치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처음으로’의 기본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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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은 핑계일 뿐 한류 프리미엄을 뺀 K-뷰티는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저에 치이고 로컬에 쫓기는 샌드위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SK증권이 9월 초 중국 현지 방문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즉 한류가 걷히고 다시 바라본 중국시장은 1%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도 버거운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라는 것.
롯데마트·신세계·락앤락 등의 철수 소식과 이랜드·SK네트웍스·TBH글로벌의 패션사업의 중국 매출 하락세 지속은 코리아 프리미엄의 소멸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특수를 누려온 K-뷰티에게도 사드 보복을 뛰어넘는 위기가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사드 보복에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도 정부 대책은 미온적이다. ‘WTO 제소’를 옵션이라고 말한 통상부의 방침을 하룻만에 청와대가 뒤집는 등 정책 실종 상태다. 현장에선 기업 혼자서 해결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살 길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고슴도치가 되려면 우수한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를 키우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