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취재파일] 입국장 면세점? “면세 한도 증액이 우선”

문 대통령 지시로 17년 만에 성사 분위기…
반면 관련 업계 ‘면세품 한도 600달러’ 확대 필요성 제기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 검토를 지시하자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보다 면세 한도를 늘리는 방안이 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국인 면세품 구매 한도가 600달러로 제한된 상황에서 추진된 입국장 면세점은 출국장 면세점 매출만 뺏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20일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올해 하계 성수기인 7월 21일~8월 19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591만1089명. 인천국제공항 역대 최대기록이다. 공항면세점 매출도 작년 동기 대비 9%나 덩달아 올랐다.   



면세점 업계도 인천공항을 찾는 관광객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면세 한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3천만 해외여행객 시대를 앞두고 내국인 관광객의 소비 증진에 힘써야 할 때”라며 “일본(약 1800달러), 중국(약 1160달러)보다 낮은 한국 면세품 구입 한도액의 변경 시기는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산업연구원의 보고서가 이 논리를 뒷받침해준다. 

세법 개정 전인 2014년 발표한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및 제도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소득 수준과 세계적 추세를 감안해 600달러 정도가 적정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경제 여건 변수에 따라 3~5년 경과 후 추가 조정 필요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이 입점하고 면세품 구매 규제가 현행 600달러에서 완화될 경우 화장품 매출 증대를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율과 면세 화장품의 상대적 가격 우위가 근거다.

1월 18일부터 31일까지 인천국제공항 T2 매출을 살펴보면 신라면세점의 화장품·향수 매출액은 1139만달러로 내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은 49:51이었다. 주류·담배의 롯데(765만달러), 패션·잡화의 신세계(710만달러)보다 매출액이 크게 웃돌았다. 

◇ 면세점 출국장 이용객수 및 인천공항 국제노선 이용객수 추이 비교



2017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 비중도 눈여겨봐야 한다. 

작년 인천국제공항 매출은 21억달러(약 2조3313억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효자 품목은 단연 화장품. 2017년 전체 매출에서 단일 품목으로는 38%(7억7400만달러)로 가장 많이 팔린 셈이다. 

일부 시내 면세점의 경우 따이공 의존도가 80~90%에 달하는 반면 공항 면세점은 내국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공항 면세점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이 필요한 데 구매력이 600달러에 불과하다면 해외로 새어 나가는 돈을 묶어두기가 힘들어진다.

지난 17년간 진입이 막혔던 입국장 면세점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화장품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면세점 관련 업계의 경쟁력 강화 △내수 활성화 효과 △면세품 휴대 불만 해소를 기대해서다.

물론 입국장 면세점은 국민들도 원하고 있다. 출국하면서 구입한 면세품 휴대가 불편해서다. 인천공항공사가 2002년부터 작년까지 2만여 명을 대상으로 10차례 설문조사 한 결과 84%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찬성했다. 

한편 내국인 및 외국인 관광객, 따이공이 우리나라 면세점을 선호하는 까닭은 타국 면세점에 비해 판매가격이 저렴해서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화장품 판매 채널별 가격 비교



올해 2월 7일 기준 설화수 ‘윤조에센스(60ml)’ 공식 홈페이지 가격은 522달러로 한국 면세점 최저가와 최고가는 각각 438달러, 350달러다. 중국 백화점과 B2C에서는 600달러에 팔렸다. 에스티 로더 ‘리페어 에센스(50ml)’의 경우 공식 판매가는 613달러, 한국 면세점 최저가는 526달러다. 반면 중국 백화점과 B2C 모두 850달러의 고가였다. 

화장품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과 함께 면세품 구매 제한 금액을 높여준다면 내국인의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지난 17년간 뻣뻣한 자세로 입국장 면세점을 반대해왔던 대표 조직인 관세청의 입장을 단번에 돌려놨다. 14일 인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 숙원사업였던 입국장 면세점 추진 방안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고 19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관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어렵게 관문을 넘고 있는 입국장 면세점이 자칫 ‘속 빈 강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면세품 한도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유다. 정부가 수면위로 떠오른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준비함에 있어 “면세품 구매 한도 증액이 먼저”라는 각 업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할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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