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놀라운 성장세, 잇단 M&A로 화제를 모으지만 현장에서는 ‘기업가정신’ 실종에 대한 우려가 높다.
미국의 대표 미용 관련 미디어 Fashion Network는 한국 화장품의 성장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품질의 우수성. K-뷰티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대부분 업체는 항상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둘째 한국 소비자가 까다롭기 때문에 화장품 제조업체들은 항상 가장 높은 수준과 좋은 가격의 화장품을 시장에 출시한다. 셋째 정부와 기업의 협업으로, 뉴욕매거진은 세금 혜택 및 장려금 지원 같은 수출장려정책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독특한 패키징으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다. 캐릭터가 프린팅 된 마스크팩, 케이크 상자와 비슷한 모양의 크림 등 귀여운 디자인 제품이 인기라고 한다.
현재 화장품업계는 글로벌 브랜드의 잇단 K-뷰티업체 거액 인수, 중국 기업의 브랜드, ODM, 용기 등 전방위 M&A 시도, 방문+다단계 업체의 한국 업체 인수 입질, 국내 사모펀드의 화장품 업체 M&A 등 지형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는 상태.
그 와중에 국내 유력 기업들은 2세 경영 인수 작업으로 본업에 소홀하다는 중론이다. 또 거금을 쥔 사업주들은 빌딩 건설, 타 분야 진출하면서도 임직원에겐 ‘짠돌이’라 불린다. 열심히 일한 임직원들의 고용 사정은 아랑곳없이….
한 업계 관계자는 “유력 기업 2세들은 아버지 보고 고생하기 보단 골치 아픈 사업 접고 상장 후 매각에만 신경 쓴다”고 쓴소리를 냈다. 기업 운영보다는 소위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되려는 생각뿐이란다.
A사는 재단 세우고 실적 하락에 직원을 몰아치지만 별무소식이다. B사는 M&A로 겨우 매출 맞춘다는 비아냥이 한쪽에서 들린다. C사는 2세 승계로 묘안 짜기에 바쁜데 두 아들 교통정리가 관심이다.
D사는 2세가 승계 후 퇴사 직원 안 챙기는 짠돌이로 불만이 높다. E사는 2세가 자회사에 몰빵하고 정작 부자재 업체들에겐 미수금 소송 봇물이 터졌다는 등 시끄러운 후문이 들린다. 하청-재하청의 구조에서 영업이익을 정해놓고 하청업체에 비용 전가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중국 업체는 가격 후려치기 후 중간에 자신의 거래업자를 내세우는 횡포도 부린다. 오너의 먹튀 뒤에는 임직원의 불안과 눈물이 있다.
모두 화장품산업의 기업가 정신을 흐리게 하는 행태들이다.
창업 환경과 활동력을 가늠하는 기업가정신 지수(GEL,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라는 게 있다. 2018년 GEL 점수는 54.2로 137개국 중 24위였으나 아시아지역에서는 호주(5위), 홍콩(13위), 대만(18위)에 비해 뒤처지며, OECD 평균과의 차이는 4.8점이었다.
GEI 지수의 항목 중 △기업가에 대한 일반 국민의 긍정적 인식(52개국 중 49위) △생계형 창업자 대비 기회형 창업자 비율이 낮음(24개국 중 15위) △기업의 국제화 수준이 낮고(OECD 평균 0.68, 한국 0.32) △한국 기업의 재무환경 수준 취약(54개국 중 36위) 등에서 기업가정신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혁신 노력과 함께 창의성·도덕성·목표설정 노력·적절한 모험심·도전정신 등이 요구된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중소기업의 분투가 그나마 위안이지만, 정작 업계를 리드해야 할 업체들은 갈등과 내홍, 2세 승계로 시끄럽다. 임직원의 사기가 푹 꺾이면서 기업가정신 실종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