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격 책정은 주로 판매량과 마진 사이의 균형(trade-off)에 따라 결정된다. 가격이 비싸면 판매량은 줄지만 마진이 올라간다. 가격이 낮으면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수요가 가격에 둔감할 경우 가격을 올리면 마진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수요가 가격에 민감할 경우에는 가격을 내리면 마진이 축소되는 대신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함으로써 보상받게 된다.
여름철 계절상품의 경우 브랜드사의 고민은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에 좌우된다. 그와 관련 최근 페이스북의 코스메틱을 사랑하는 모임인 코메당(회원수 955명)에 에스겔코스메틱 우승원 대표가 올린 글이 화제다.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알로에수딩겔·달팽이·오이·대나무수딩겔 등 소요가 많아지네요. 거래처에서 하고 싶으신데 애로사항이 있으셔서 몇 자 적습니다. 천 개나 이천 개 정도 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희 공장에서 취합해서 만들어드리고자 문자 남깁니다. 수딩겔은 롤 스티커로 되어야 자동부착이 가능하고 천 개정도는 공장에서 타당성이 맞지 않아 제조 충진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몇 분이 하고자하시는데 단가와 수량이 부담이 되어서 못하시는 업체가 문의 주셔서 함께 제조 충진하려 합니다. 열심히 하시는 분들인데 비용과 수량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안타까워서 올립니다.
1. 알로에수딩겔 및 달팽이.대나무 등 수딩겔
2. 용량 300미리 원형좌용기 ……9. 디자인은 저희 디자이너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한 댓글에는 “큰 그림 그리셔서 제안하시네요. 부담 없는 가격으로 진행 가능하겠네요~~~(김수권)” “디자인은 저희 회사가 재능 기부해 드릴게요. 디자인비용도 부담되시니~^^♡♡(Jessica Cho)” “와 천사세요?^^(김대성)” “우 대표님 계획이 참 좋습니다. 저도 오더를 모아서 하려고 초저가 화장품 기획중입니다. 우 대표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네요(성진기업사 김신겸)” “도울 수 있으면 돕겠습니다. 기회가 다 되어서 하고자 하시는 대표님들이 큰 뜻 이루었으면 합니다. 저도 어려울 때 도움 받아서 했거든요 ㅎ(우승원)” 등이 달려 있다.
기업이 증분원가(incremental cost; 상품이나 서비스의 한 단위를 생산하거나 조달할 때 추가되는 비용)로 가격을 책정하거나 또는 그 이하로 정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증분 원가 이하로 가격을 매기면 추가로 팔아봐야 간접비 충당이 안돼 이윤이 줄어든다. 뭔가를 추가로 팔았는데 이윤이 줄어든다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미끼상품이 아니라면 브랜드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에스겔코스메틱 우승원 대표의 경우 브랜드사가 자사의 네트워크에 올라오면 이탈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왕의 고객과 새로운 고객사, 소재기업 등이 상호작용 하도록 해서 ‘당사자들 간 이익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런 수요의 상호의존성을 간접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한편 페이스북에 “화장품 해외마케팅무역 인력의 자질 육성이 시급하다네요. 어설픈 직무와 갑질에 문제가 많은 듯... 해외에서 발로도 뛰지 않고 조직의 정책적 관리만 하려는 직무가 해외영업 전문가? 그들을 가르치는 사람과 교육과정도 해외에서 발로 뛰는 선배들이 가르쳐야 할 듯”이라는 김승중(OEM·ODM협의회·전 대전대교수)의 글이 올라와 있다.
김 대표는 “국가직무능력(NCS), 해외영업에 아래의 내용이 있습니다. 나름 전문가들이 수립을 해서 기초자료로는 활용이 가능하겠지만 주로 국내 제조사(제조판매사)들의 입장(갑)에서 판매유통사(을)를 다루려는 기법들로... 유통력이 크나큰 해외의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제조사가 '을'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후진국이라고 우습게 보는 태도들도 문제이고... 여러분들과 같은 영업현장의 실무적 의견이 반영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암튼 뭔가 변화가 필요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일부 OEM·ODM기업의 영업 행태가 자사 형편에 맞춘 마케팅으로 일관하고 영업이 아닌 지원·관리 쪽 입김이 강해 외려 마케팅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건강식, 먹방이 유행하면서 긴 줄이 서야 영업이 잘 되는 줄 아는 맛집 식당이 있다. 고객이 줄 서서 시간 낭비하도록 마찰을 일으키는 맛집은 장기적으로 버티기 어렵다. 맛집은 손님이 느끼는 맛≥찾아가는 수고+시간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맛집은 맛 이외의 요소 때문에 손님 발길이 끊기지 않도록 그 한계를 정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임계량’을 돈을 벌거나 비용을 최소한도로 낮추기 위한 기업 규모를 설명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 임계량의 원래 뜻인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연쇄반응으로 대량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최소의 질량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한다. 즉 임계량 한계는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고객수를 보여준다. 임계량 한계보다 위쪽은 성장(grow zone), 아래쪽은 죽은(dead zone) 지역이다.
에스겔코스메틱 우승원 대표는 임계량 한계에 가능한 많은 고객을 모으려고 한다. 김승중 대표가 지적한 기업은 판매유통사를 ‘을’로 보는 잘 나가는 ‘갑질’ 제조사로 임계량 한계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으로 잘 나가는 유튜브, 네이버는 업로드, 다운로드 고객의 임계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펴 성공한 케이스다. 임계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는 신뢰와 확신, 비전 등이다. 우승원 대표의 선한 마음은 임계량 확보를 위한 점화 전략일 수 있다.
관자(管子)는 선한 기운으로 사람을 맞이하면 형제처럼 친밀하다고 했다. 모처럼 중소기업의 ‘증분 원가’ 고민에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한 우승원 대표의 제안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