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판매업자 vs. 제조업자 신경전

제조판매업자 무한 책임 vs 제조업자 유한 책임…화장품 용기 표시 내용, 광고 책임 공방
OEM사의 로비에 밀려 제조판매업자가 모든 책임지는 구조로 화장품법 개정?

화장품 용기에 표시된 내용 책임을 둘러싸고 제조판매업자와 제조업자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화장품법 개정안 입법 예고로 제조판매업자의 책임 강화 때문이다.


예전에는 제조업자가 용기 표시 내용에 대한 책임을 졌으나 2017년 시행 개정안에서는 용기 표시 내용과 광고 책임을 제조판매업자가, 내용물에 대한 책임은 제조업자로 변경됐다. 그런데 입법 예고된 화장품법 개정안에서는 제조판매업자→책임유통관리업+전문판매업으로 분화시키면서 제조판매업자에게 천연·유기농 화장품과 맞춤형 화장품 관련 책임 확대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행 화장품법(2017. 5. 30 시행)은 제조업자를 ‘화장품의 전부 또는 일부(2차 포장 또는 표시만의 공정은 제외한다)를 제조하려는 자로, 제조판매업자는 제조 또는 위탁 제조한 화장품 또는 수입한 화장품을 유통·판매하거나 수입대행형 거래를 목적으로 알선·수여하려는 자를 말한다.


또 화장품법은 1차 용기에 한글로 표시한다는 내용과 화장품 취급자는 ‘화장품 제조업자’ 또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자’로 구분해 식약처에 신고를 해야 한다. 단순 수입자도 ‘제조판매업자’로 관할청에 신고토록 하고 있다. 이는 제조판매업자가 용기에 표기된 모든 내용과 광고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반면 제조업자는 내용물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수입자 또는 OEM을 주는 판매업자에게 용기 표기 내용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제조판매업체들의 얘기다. A대표는 “업계에서는 ‘제조판매업자’로 단순 신고 사항으로만 이해했는데 실제로는 용기 표기와 그에 대한 표시사항 모두 제조판매업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며 “점점 판매업자의 책임은 무거워지고 영업하기 힘든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화장품법 개정안 입법 예고(2016. 9. 21)안은 ①제조업(화장품의 제조) ②제조판매업(유통·판매·수입)→①제조업(화장품의 제조) ②책임유통관리업(유통·수입) ③전문판매업(신고 업종 신설)의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책임유통이든 전문판매 든 천연·유기농 화장품, 맞춤형·기능성 화장품 등에서 제조판매업자에게 책임을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소비자 요구와 안전을 명분으로 ‘제조판매업자의 책임’만 강화한다는 것. 제조판매업자 사이에서는 화장품법 개정 시 제조업자의 입김으로 용기 표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가시켰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 화장품의 제조업체 수는 2017년 말 2055개, 판매제조업체 수는 9783개로 총 1만 1836개에 이른다. 이는 2016년 제조업체 수 2033개, 판매제조업체 수 8175개에 비해 각각 1%, 19.7% 증가한 수치다.


화장품산업은 2000년대 브랜드사가 핵심부문인 마케팅과 연구만 남겨놓고 아웃소싱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꾀하면서 OEM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이에 따라 OEM사의 상위 거래사는 품목 수가 많은 브랜드숍이 차지했다. 네이처리퍼블릭·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잇츠스킨·미샤·스킨푸드 등이다.


본지가 11번가에서 자사 브랜드 생산 업체를 제외한 24개 OEM 업체를 대상으로 품목 수와 거래 브랜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위는 코스맥스였다. 12개 카테고리에 9756개 품목을 생산했으며 거래사는 194개에 달했다. 2위는 한국콜마로 6774개 품목, 90개사와 거래 중이다. 3위는 그린코스로 788개 품목, 49개 브랜드였다.



브랜드사 중 더페이스샵이 가장 많은 OEM 9개사와 협업을 유지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7개사, 잇츠스킨 6개사, 더샘 5개사, 미샤 4개사, 스킨푸드 3개사 등이었다. 전통의 브랜드숍 외에 최근에는 마스크팩, 기초, 색조 등에서 신진 기업 활약 등으로 한국화장품산업은 풍성해졌다. 그만큼 OEM사의 공헌도 컸고 수혜도 입었다.


생산과 판매의 분리, 특화된 전문 영역 구축 등으로 OEM사는 크게 성장했다. 반면 제조판매업자는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영세한 업체가 많다. 대한화장품협회 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업체는 500개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판매업자가 규모도 영세한데 용기 표시 내용 책임까지 전적으로 지게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화장품 안전은 OEM사의 몫이 큰 데도 정작 OEM사는 뒷전으로 빠져 있는 것이다. ‘화장품 안전 책임’은 제조판매업자의 무한 책임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OEM사의 무한 책임이 담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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