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업자 표기’ 수출 애로사항으로 '불만' 봇물

[취재파일] 브랜드사들 해외 피해사례 늘자, 화장품법 개정 추진 요구
중국·유럽에서 K-뷰티 모방한 PB 제품으로 수출기업들 타격

화장품법 상 화장품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를 동시에 표기해야 하는 규정이, 화장품 수출 경쟁력을 깎아먹는 최대 애로 요인으로 부각됐다.


특히 중국의 대형 바이어들이 제조사 정보를 이용해 직접 OEM기업과 접촉, 미투(me too) 제품 양산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브랜드사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발언이 보건복지부 차관과의 간담회에서도 터져 나왔다. 코스모닝(11월 5일자)은 ‘제조업자 표기,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오송 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서 가진 현장간담회 발언을 게재했다.


브랜드사 A대표는 “국내외 전시회에서 중국 바이어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바이어들만 관심을 보이는 수준”이라며 “현 화장품법 상 제조업체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어 바이어들은 제품에서 제조업체 정보를 획득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그 제조업체에 직접 OEM 생산을 의뢰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육성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메디힐의 대표가 대한화장품협회를 방문, “제조원 표기 사항에 반드시 해당 OEM사를 표기하도록 해 현장에서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정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뷰티경제 11월 2일자) 


이런 일이 중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K-뷰티의 혁신성과 참신한 디자인에 주목한 유럽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SNP의 조성선 유럽지사장은 유럽 전시회 및 매장을 둘러보고 “유통채널에서 눈에 많이 띄던 K-코스메틱 브랜드가 부쩍 줄었다”며 “대부분 유럽 브랜드로 바뀌었는데 글로벌 브랜드와 유통채널 PB가 한국제품을 카피하고 있으며, 심지어 한국 OEM사를 직접 섭외해 제품을 생산한다”고 우려를 전했다.(본지 인터뷰: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3617 참조)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주임연구원은 “2015년 하반기 유럽시장 조사 때 프랑스 매장에서 국내 유명 제조사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한국 브랜드 대신 Sephora라고 찍힌 제품을 봤다”며 “유럽의 마스크팩 제품과 다수의 PB제품은 국내에서 만들어 공급하기 때문에 제품 콘셉트나 주원료, 디자인 등이 국내 유명 제품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손 연구원은 “K-뷰티의 오리지널리티를 훼손해 브랜드 파급력을 낮추기 때문에 해당 기업 매출과 이미지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본지 기사: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3806)


좁은 내수 입지 때문에 수출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브랜드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제조업자 표기’는 수출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수출기업 B대표는 “첫 수출 이후 반응이 좋아서 재발주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 확인해 보니, 중국 밴더사가 OEM사에 직접 주문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었다”며 “해외 어느 나라도 표기하지 않는 제조업자 표시 조항을 왜 한국만 유독 기재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C대표는 “전시회장에서 샘플을 받아가거나 소량만 매입해서 자국 판매업자들 반응을 확인한 후 OEM사를 통해 신제품인 양 출시하는 사례도 있다”며 “일본 업체들은 제조사 이름도 철저히 비밀로 한다. 제3자 비밀유지, 지식재산권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조판매업체 모임에서도 빠짐없이 나오는 애로사항이 ‘제조업자’ 표기 문제”라며 “브랜드사가 아이디어를 짜내고 마케팅을 열심히 해본들 과실은 엉뚱한 중국 업체가 차지한다”는 경험담을 심심치 않게 쏟아낸다고 한다.



화장품산업은 전방사업자인 브랜드-후방사업자인 OEM·ODM-용기·부자재의 3원 체계다. 그동안 브랜드사의 마케팅-OEM사의 우수한 제조기술-차별화된 패키징의 3각 협업체제로 한국 화장품산업의 부흥을 이끌어왔다.


1990년대 이후 영업과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기업은 제품의 대부분을 OEM사에 맡기고 상호협의 하에 운영하는 체계를 유지하면서 생산규모를 늘려왔다.


브랜드숍, 클리오, AHC의 성공신화가 시장에 널리 퍼지면서 화장품회사 임직원들이 대거 브랜드기업을 창업한 것도 OEM 생산에 큰 역할을 했다. 이렇듯 브랜드사와 OEM의 ‘판매와 생산’ 분리는 전문성에 집중하려는 역할 분담과 상호 발전을 불러왔다.


브랜드사의 ‘제조업자 표기’가 수출애로 사항으로 부각되고, 화장품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배경은 ‘상호 균형 발전’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제조업자 표기’를 둘러싼 업계 내 대화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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