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 터키 리투아니아…. 지난 6개월 동안 유럽을 다섯 차례 방문하며, 최소 두 번 이상 방문한 곳입니다. 2009년부터 북미에서 한국 기업의 인큐베이팅을 해온 제가 이렇듯 짧은 시간에 유럽을 뻔질나게 드나든 까닭은 6개월 전 프랑스 파리전시회에서 '중소 뷰티 브랜드의 도약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현장에서 2년여 인큐베이팅을 진행한 전남 해남의 중소기업 브랜드가 수많은 테스트 오더를 확보하면서,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여전한 긍정 반응과 수출 성과로 이어지며,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유럽시장의 보수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와 접근 유럽 시장은 문화와 소비자성향이 매우 보수적이며,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상당히 느립니다. 그 결과, 국내에서 유행이 지난 지 2-3년 된 성분들이 유럽에서 뒤늦게 주목받는 일이 흔합니다. 그런데 이 보수적인 시장도 북미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군요. 실제 다수의 현지인들은 북미에서 준비한 콘텐츠에 먼저 관심을 보이고,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류나 K-뷰티와 같은 독창적인 트렌드가 유럽 소비
작년 말 막바지에 현지 기업 컨설팅 의뢰를 받았다. 스토어 매출 컨설팅과 필요하다면 마케팅도 동시에 진행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막상 스토어 현황을 리뷰하고 느꼈던 건 마케팅도 문제지만 애초 대부분 고객이 여성인데 이에 맞춰 판매할만한 제품이 제대로 선정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이 기회에 ‘알맞은’ 제품을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고, 마침 오래 공들여왔던 한국 화장품과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대 공간을 많이 확보해 대략 20개 브랜드 이상 약 50개 SKU 입점이 가능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기본만 갖춘 브랜드라면 쉽게 제안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근데 제품을 넣으려 하니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기초화장품이라면 인증이 아니더라도 제품 또는 브랜드 등록 절차를 받아뒀어야 했다. 대행 가능할 정도의 기본이라도 갖췄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진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제품 등록과 라벨은 필수 작업이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 영어뿐만이 아닌 불어 표기가 필수인데 불어는커녕 영문 표기도 엉터리인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다. 미리 준비해두라고 그렇게 강조했지만 실제로 준비한 기업은 없었다. 또 뒤늦게라도 덤벼들려는 간절한 고객도 없었다. 그나마 미리 준비
사실 캐나다나 미국에서 단시간에 성공하기는 무척 어렵고 드문 일이다. 물론 운이 좋게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기업과 상담을 하면서 당장 서두르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신뢰를 먼저 쌓아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이 캐나다와 미국을 넘나들며 비즈니스를 해온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이며 실제 비즈니스 환경도 그러하다.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업체들은 큰 이슈가 없다면 대부분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온 거래처와 쭉 인연을 함께한다. 다른 업체가 더 저렴하게 공급해 준다고 해도 웬만해선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다. 북미 사람들에게 이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고 소통이 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를 만들려면 검증을 위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새로운 파트너 혹은 기업과 일을 시작하게 되면 길게 생각하고 먼저 비즈니스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용건을 먼저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당장 결과물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소통이 중단된 적이 많았다. 물론 그들도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캐나다 국적으로 살고 있지만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매번 느끼는 한국인들만의 특성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엇이든 굉장히 ‘빠르다’라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인터넷이 빠르게 터지는 나라, 첨단 유행이 가장 빠르게 퍼지는 나라, 서비스센터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모두가 기민하고 빠른 나라로 한국은 유명하다. K-속도 때문에 품질 저하는 곤란 오죽하면 국가번호조차도 +82 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빠름은 한국 사회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미리 준비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이런 기민함과 빠름을 흡수한 문화가 매번 장점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느낄 때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매장이나 서비스센터 등에서 접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그렇다. 그들은 언제나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꽂혀 있는 듯하다. 조금 느려도 좋으니 ‘나’라는 손님에게 온전히 집중해 주길, 조금 더 진중하고 적극적인 소통으로 응대해 주길 바라지만, 빠르고 무표정하게 나를 응대하는 그들을 볼 때면 왠지 마음이 씁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볼일을 다 봤으면 빨리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압도되느라 손님으로서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기분은 전혀 느낄
“따라가지 않는다,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북미 마케팅 컨설턴트인 알렌 정(ALC21 대표)이 말하는 북미시장 진출 격언 1조다. 지난달 13일 한국무역신문·한국무역협회 주관 ‘북미시장 진출 노드하이브 전략: 세계 유통 메이저리그에서의 생존법’ 세미나에서 그는 “바이어 마켓에서 판매자가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강요하지 말고 니즈를 이끌어낸 후 동등한 선상에서 거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60여 명이 참석해 북미 진출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질문하고 고민하고 소통했다. 알렌 정 대표는 “북미 시장은 메이저 리그다. 한국 기업에겐 검증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나라 시장에서도 통하리라는 가치와 영향력을 준다. 도전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미 시장 진출 방안은? 먼저 현지시장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게 필수다. 알렌 정은 “▲ 현지 문화와 생활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 이를 바탕으로 현지화 된 접근법과 전략이 필요하며, ▲ 이를 통해서 보다 안정적인 해외 진출을 기대할 수 있고 북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는 운동선수라면 실력, 운, 자본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에게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심심찮게 ‘인공지능 챗봇(AI chatbot)’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SF 영화를 통해서 짐작해볼 수 있던 미래의 일이었지만 이젠 가까운 현실이란 걸 느낄 수 있는데요. 기본 연산은 물론이고, 소설이나 작곡 같은 창작 분야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보인다고 하죠.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언젠가 인공지능에 의해 내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을까 두려움이 일기도 합니다. 실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단순 업무는 상당 부분 이미 로봇이나 키오스크로 대체됐고, 기존 노동력의 상당 부분 대체는 기정사실화되고 있죠. 수많은 인력이 언제든 ‘대체 가능 부품’ 같은 존재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똑똑한 브랜딩’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제가 유대인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 이야기입니다. 당시 오너가 했던 “너희들은 모두 가구다”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곱씹어보니 언제든 소모되는 가구처럼 ‘대체될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씁쓸했지만 현실이었습니다. 언제든 나보다 더 뛰어난 실력의 인재가 나타
뉴욕 맨해튼 번화가에 있는 한인 타운은 제가 매번 뉴욕에 출장 갈 때마다 방문하는 곳입니다. 지난 3월 말에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32번가를 찾았는데요. 이번에는 색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수많은 현지인이 한국 핫도그를 사기 위해 긴 줄을 마다하고 서 있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캐나다 토론토도 골목마다 한국 핫도그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막 10대가 된 제 딸아이가 비(非) 한인 친구들과 한국 핫도그를 먹는 건 익숙한 일상이 되었을 정도죠. 자연스럽게 북미에서 'K-푸드'가 녹아들고 있음을 느낍니다. 맨해튼 한국 식당에선 스페셜 음식으로 굴전과 김치전을, 이어 제육볶음, 곱창전골, 닭똥집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한국 소주와 맥주도 곁들였죠. 놀라운 건 대부분 손님이 비한인이었습니다. 다들 소주잔을 기울이고 전에 열광하고 김치 리필을 요청하는 걸 보고 새삼스레 놀랐습니다. 평일인데도 식당은 만석이었고 밖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아래층 한국 고깃집도 마찬가지로 긴 줄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 한인만 가던 식당을 현지인들이 점령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도 예전에 김치나 비빔밥, 불고기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코리안 프라이
요즘 메이저리그에서는 ‘스몰마켓 구단’으로 알려진 탬파베이가 창단 39년만에 역대급 8할 승률로 전체 1위에 올라 화제 입니다. 보통 야구나 축구, 농구 등 단체 스포츠의 강팀을 보면 공통적으로 돈을 많이 쓰는 구단이 대부분입니다. 돈이 많으니 비싸고 좋은 선수 영입에 유리하고 이를 통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겠죠. 결국 프로 스포츠에서 투자는 필수이자 선순환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구단은 대어급 선수를 영입하여 바로 효과를 보겠지만, 이에 비해 돈이 충분치 않은 구단은 유망주 영입으로 챔피언에 오르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드물긴 하지만 돈을 최소한으로 쓴 팀들이 비싼 선수들의 팀을 누르고 우승하는 일도 있습니다. 실제 경기장에선 관중들이 예상을 뒤엎고 선전하는 약자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이른바 '언더독의 반란'이지요. 언더독(underdog)은 투견장에서 아래에 깔린 개라는 뜻입니다. 언더독 구단은 저평가된 블루칩(blue chip)을 골라 주축 선수로 키워내 팀 승리를 이끌어내는 이변을 연출하곤 합니다. 통계와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발 앞서 유망주를 발굴해 ‘흙 속의 진주’로 키워냅니다. 에이스로 성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