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정의 마케팅 스토리

‘빠른’ 한국과 ‘느린’ 캐나다, 차이점은?

[알렌정의 마케팅 스토리 (74)] 팀홀튼, 캐나다구스 등 오래 사랑받고 자부심 느끼게 하는 브랜드의 비밀은?

캐나다 국적으로 살고 있지만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매번 느끼는 한국인들만의 특성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엇이든 굉장히 ‘빠르다’라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인터넷이 빠르게 터지는 나라, 첨단 유행이 가장 빠르게 퍼지는 나라, 서비스센터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모두가 기민하고 빠른 나라로 한국은 유명하다. 

K-속도 때문에 품질 저하는 곤란 

오죽하면 국가번호조차도 +82 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빠름은 한국 사회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미리 준비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이런 기민함과 빠름을 흡수한 문화가 매번 장점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느낄 때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매장이나 서비스센터 등에서 접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그렇다. 그들은 언제나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꽂혀 있는 듯하다. 조금 느려도 좋으니 ‘나’라는 손님에게 온전히 집중해 주길, 조금 더 진중하고 적극적인 소통으로 응대해 주길 바라지만, 빠르고 무표정하게 나를 응대하는 그들을 볼 때면 왠지 마음이 씁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볼일을 다 봤으면 빨리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압도되느라 손님으로서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기분은 전혀 느낄 새가 없다.



캐나다, ‘느림’의 문화 속 중시 되는 소통과 신뢰

25년 넘게 내가 몸을 담아 온 캐나다의 문화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캐나다에 조금이라도 있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서비스센터에 제품 A/S를 맡기거나 카드발급 따위를 신청하면 한 달이 족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이를 매우 답답하게 여길 테지만, 놀랍게도 캐나다인들은 큰 불편함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느린 만큼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호 간에 깊게 깔린 소통과 신뢰의 감정이다. 캐나다의 서비스 응대 속도는 느리다. 대신 그들은 고객 한 명 한 명과 깊게 소통하며 고객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렇기에 느리더라도 고객들은 직원이나 업체를 믿고 기다릴 줄 안다.

그런 문화 덕분인지 북미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들이 큰 사랑을 받는다. 예를 들어 캐나다 커피숍 ‘팀홀튼(Tim Hortons)’이 스타벅스 이상으로 오랜 사랑을 받고, 한국에서 방한복으로 인기 높은 ‘캐나다구스(Canada Goose)’ 역시 현지인과 오랜 역사를 함께해왔다. 

그렇다보니 북미 고객에겐 잘 알려진 브랜드, 오랫동안 충성해 온 브랜드가 여지없이 가장 좋은 브랜드로 인식된다. 가격이나 가성비에 좌지우지되기보다 신뢰하는 브랜드를 선호하고 충성도와 자부심이 넘친다.

하지만 한국은 ‘빠름’에 익숙해서인지 과정에서의 깨달음이나 성장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도 다소 짙은 편이다. 한국에선 오래 사랑받기보다 빠르게 치고 빠지는 브랜드가 유독 많이 보인다. 브랜드 입지에 비해 제품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점 모두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점 때문에 컨설턴트로서 객관적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해 안정적인 북미 및 해외 진출을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한국 기업의 좋은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매번 한국을 찾는다. 품질과 약속에 대한 신뢰를 ‘빠름’ 앞에 내세우는 브랜드를 만나고 싶다. 


ALC21 알렌 정 대표는...
토론토대학교(경영학, 심리학) / ALC21대표 & 컨설턴트 / 아마존 베스트셀러 ‘Walking the path others do not’ 저자

Fuerza North America 대표 / Zenex Enterprises Limited(전) 부사장 / 캐나다 비영리단체ELCA & TorontoMaker 대표이사 / 캐나다법인 AGAR Place &SZM Inc 전무이사 / Toronto Film School & Humber College 인턴십 프로그램 멘토 / (재)전남테크노파크 & (재)광주테크노파크해외비즈니스센터 캐나다지역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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