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투자금의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해서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야, 지금 현재의 투자비용과 같은 시점으로 비교할 수가 있겠지? 즉, 현재 투자한 금액으로 사업을 해서 미래에 수익으로 들어오리라 예상되는 현금을 IRR(내부수익률)로 할인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길게 얘기해왔던 미래 수익에 대한 기회비용을 차감한 현재가치(PV, Present Value)가 되는 거야. 그러므로 이러한 미래에 들어오리라 예상되는 현금의 현재가치 값에서 지금 실제로 투자할 금액을 뺀 것, 즉 NPV(Net Present Value, 순현재가치)가 0보다 크다면 투자의 가치가 있는 것이고, 0보다 작다면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잘 알겠지?” 신대리는 현금흐름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NPV에 대한 설명까지 마쳤으나, 두 사람은 더욱 머리 속만 복잡해지고 아리송하기만 해서, 다시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신대리는 할 수 없이 시간을 더 가지고 NPV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었고, 그 외에도 PBP(Pay-Back Period)와 IRR과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에 대한 개념도 설명해 주었다. “다시 한번 요약하면, 투자 경
"나름 객관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판매예측을 했더라도 이것이 정확할 수는 없어.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이를 믿고 투자해야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 불확실한 판매예측을 통해 미래에 들어올 수 있는 수익에 대해 투자하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재란 말이지. 그럼 만약 같은 돈을 M&C가 아니라 다른 사업에 투자를 하면 어떨까? 아니면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고, 가장 쉽게는 그냥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만 받아 먹을 수도 있겠지. 아니지, 현실은 그게 아니라, 우리회사는 분명 자기자본이 부족하니 돈을 빌려와야 할 것이야. 그러니 부채가 증가하고 이 부채에 대해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거든... 회사는 그런 현재의 부담을 가지고 M&C에 투자하는 거야. 그런데 우리가 예상하는 5개년 손익에는 이런 리스크 중 차입금 이자율에 대한 것만 반영되어 있고,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이나 미래의 화폐가치 등에 대한 변수들은 나타나 있지 않다는 거야.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투자를 할 때, 간단히 매출 및 손익예측만 하거나 경영자의 동물적 감각만 믿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은데, 나중에 가서 ‘그때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하였을까?’ 하며 뒤늦게 땅을 치
매일 같이 재무관련 서적들과 송팀장의 영어자료에 파묻혀 끙끙거리는 신대리를 보고 박성준이 슬쩍 그의 곁으로 다가가 보았으나, 신대리는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마치 모니터 속에 빠져 버린 듯, 화면 속 엑셀표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대리님… 대리님…, 신대리님~~!” 참다 못한 박성준이 결국 큰 소리로 그를 불러 깨웠다. “앗~! 깜짝이야~!, 뭐야~, 갑자기 큰 소리로 부르면 어떡해? 깜짝 놀랐잖아?” “아니, 제가 몇 번을 불렀는데요?” “에잇, 아무튼… 귀찮게 왜 그래?” 신대리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오히려 박성준은 더욱 놀라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조윤희가 나서서 말을 거들었다. “대리님, 뭘 그리 골똘히 혼자서만 고민하세요? 저희도 좀 같이 하면 안 되나요.” 조윤희의 말에 신대리는 이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박성준과는 사뭇 다르게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아~, 이거? M&C 투자에 대한 사업 경제성 평가지표를 만들고 있는데, 이게 좀 어려운 거라서~.” “아니, 대리님, 이거 사람 차별하는 것 아니어요? 제게는 신경질을 부리더니만, 윤희씨에게만 너무 잘 대해주는 것 아니어요?”박성준의 투정에
2주가 지나도록 미셸리로부터 소식이 없었다. 그 동안 사업개발팀 네 명은 일이 잘 안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애만 태우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송팀장은 미셸리에게 몇 번 연락을 취했지만, 그녀가 계속 외근 및 출장으로 사무실에 없다는 비서의 되풀이 되는 대답뿐이 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5월이 하염없이 지나고 6월의 첫 번째 월요일 아침, 송팀장은 출근하자마자 습관처럼 이메일부터 체크하였다. 언제나 변함없이 받은메일함에는 점점 증가하는 스팸 메일들이 그의 눈과 머리를 어지럽혀 왔다. 그는 따분히 화면을 넘겨 가며, 혹여나 그 중에 뭐 하나라도 건져 볼만한 게 있나, 두꺼운 뿔테 안경 속 졸린 눈에 힘을 주어 갔다. 그러다 그는 마침내 수 많은 한글 제목들 속에 파묻혀 있는 불어 메일 하나를 발견하였으니, 바로 미셸리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 메일은 마치 진흙 속의 진주처럼 유난히 도드라지게 눈에 띄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송팀장은 바로 메일을 열어보고는 큰 기쁨에 “Yes, Oh~ yes”를 외쳤다. 세 사람이 뭔 일인지 의아해 하며 송팀장을 바라보자 송팀장은 이내 세 사람에게 말했다. “미셸리에게서 드디어 메일이 왔어요. 1주 전
“전 사실 참으며 계속 일하려고 했는데, 이젠 못 참겠어요. 어제도 번역하는 일 다 끝낼 수 있었는데, 팀장님이 자꾸 다른 일을 시켜서 제대로 하지 못한 거에요. 근데 그게 중요한 일도 아니고, 회사 일도 아니고 다 팀장님 사적인 일이었어요. 그러니 제가 더 열 받는 거죠.” 송팀장은 업무의 반 이상을 사적인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그 대부분의 일이 그녀에게 비밀스럽게 주어지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그녀는 마치 송팀장의 개인 비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리님, 저는 어떡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대리님이랑 하는 M&C프로젝트 일은 재미있는데, 팀장님 비서 같은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면 차라리 회사를 더 다니고 싶지 않을 정도에요. 지난 5개월 동안 프랑스 대사관, 상공회의소 및 팀장님 주변의 인적 네트워크를 위하여 상당히 많은 자료가 오갔는데, 저도 처음에는 이 일들이 모두 회사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이제 저도 일이 돌아가는 것을 잘 알게 되니, 그 일 대부분이 팀장님 개인적 모임 및 관계유지를 위한 사적인 일이더라고요. 그런데도 대리님은 혼자 회사업무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이와는 반대로 팀장이라는
순간 고요한 침묵을 깨고 조윤희가 기지개를 활짝 펴며 말했다. “대리님, 다 된 것 같은데요?” 신대리는 마치 잠에서 덜 깬 사람처럼 아득히 조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으응? 드디어 다됐나?” “한번 보실래요?” “뭐, 봐봤자, 내가 불어를 알아야 말이지? 아무튼 수고 많았어. 나도 덕분에 오랜만에 책 좀 읽었네” “내일 아침에 팀장님 검토하신 후 바로 파리로 보낼게요.” 신대리는 토요일에도 출근하여 투정하나 없이 활짝 웃으며 결국 제 몫을 다 끝낸 지금의 그녀가 잘 꾸민 세련된 모습의 평상 시 보다 더욱 예뻐 보였다. “그럼, 휴일에 고생했는데 얼른 들어가서 푹 쉬자.” “그냥 들어가요? 대리님, 옆 제과점에서 팥빙수라도 먹고 들어가요. 저 오늘 이렇게 고생했는데, 시원한 것도 하나 안 사줄 건가요?” 지금까지 남자들 하고만 근무해왔던 신대리는 처음으로 함께 일하는 여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순간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그는 시원한 생맥주에 대한 간절한 생각을 떨쳐 버리고, 그녀를 따라 마지 못해 제과점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여자와 단둘이 팥빙수를 먹는 것도 몇 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와 연애했을 때 이후로 처음인 일이었고, 업무시간이 아닌 휴일에 그
“윤희씨, 이 사업계획서를 다 번역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어?” 문득 신대리는 조윤희를 바라보며 다급히 말을 건냈다. “글쎄요, 이 정도면 제게 하루는 더 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흠…. 그러면 이렇게 하자. 일단 저녁 식사 후에 우리 야근 좀 더 하자. 오늘 밤에 어떤 일이 있어도 유통 전략에 대해서 여러 경우의 수를 만들고 각각의 경우에 맞는 4P전략을 모두 수립해보는 거야.” “하지만 대리님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데요? 브랜드숍, 직영영업소, 대형 전문점 직거래 등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조합하면 이건 사업계획서 하나 만드는 게 아닙니다. 팀장님도 책임 못 지겠다며, 도망가버린 판국에….” 아니나 다를까, 점점 투덜이로 변해가고 있는 박성준의 불만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단 두 가지 경우만 하자. 첫째는 지금 우리 주장대로 브랜드숍 유통으로, 두 번째는 현 영업조직에서 브랜드만 하나 더 얹어서 판매할 경우로.” 신대리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각각의 경우, 4P의 실행전략과 5개년 예상 매출과 손익을 정리하는 거야. 그걸 가지고 내가 내일 아침 최상무님을 만나 뵙고, 현 상황을 설명 드리고 나서 최상무님의 결정을 먼저 받아올 테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일은 앞서 걱정했던 것 보다 의외로 쉽게 풀려갔다. 이런 식의 외국 회사에 Business Proposal을 해 본 경험이 없던 신대리는 아직 컨셉 조차 정립되지 못한 M&C의 사업계획을 어떻게 작성할까 고민이 많았지만, 경험이 많은 송팀장이 이번처럼 초기에는 구체적인 컨셉이 없어도 전반적인 사업방향에 대해서만 다루면 된다고 가이드를 주자 일이 일사천리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사실 사업방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좀 더 구체적이고 세련되게 정리한 후, 향후 5개년 매출계획과 손익 정도만 추가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5년간의 매출을 예측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M&C의 브랜드숍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매출을 전망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신대리가 구상하고 있는 것은 일단 직영 브랜드숍을 5개 정도 오픈하고 이를 플래그쉽 스토어(Flagship Store)로 활용하여 프랜차이즈 매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럴 경우 회사의 영업부도 하나 더 새로 조직해서 별도의 사업부처럼 이원화해야 하는 한편, 새로 영업부 직원들도 모두 뽑아야 한다는 가장 큰 문제가 남
그녀가 하는 사업이 바로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또는 제품들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 수출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거나, 브랜드 라이센싱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회사와 회사를 연결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계약이 성사되어 수 년이 지나 종료될 때까지 불어가 능통하지 않는 아시아권 회사들을 위하여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창구역할도 하며 업무를 도와주는 일이었다. 더운 날씨는 상관없다는 듯이 베이지색 여름정장에 투명하게 비치는 넓은 스카프를 목부터 어깨까지 흘러내리게 조화시킨 파리에서 금방 넘어온 이 멋진 파리지엔느는 마치 내가 파리의 한 복판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불어가 튀어나올 듯 하였지만, 그녀는 매우 자연스럽고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말을 하였다. “안녕하세요? 파리에 있는 쟝의 소개로 얘기를 듣고 왔습니다. 마침 한국에 올 일이 있었지만, 다른 일정 상 방문하긴 힘들었는데, 쟝의 간곡한 부탁도 있어서 일정 하나를 빼고 급히 오느라 미처 연락도 못 드리고 무작정 오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녀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어울리는 맑고 또렷한 목소리는 지쳐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한 순간 생
송팀장을 포함한 사업개발팀 멤버들은 조사를 직접 진행한 D사의 엄대리와 장시간 회의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M&C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화장품이라는 막연한 이미지와 선입관은 코어 타겟이 올드하다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제품개발 시 젊은 느낌의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M&C가 다른 두 개의 브랜드보다 인지도를 포함한 다른 항목에서는 월등한 지표를 나타냈기 때문에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송팀장은 바로 M&C에 대해서 경영진에 보고를 하였으며, 이에 대해서 다른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소비자 조사 결과도 좋았지만, 현재 국내에 형성된 성공적인 패션 이미지에 대해 대부분이 만족스러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과연 어떻게 이 브랜드를 라이센싱해 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송팀장은 수소문을 통하여 프랑스 파리에 있는 M&C 본사의 해외 라이센스 담당자를 찾아, 브랜드 라이센싱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몇 주가 되어서야 온 대답은 한마디로 “No”였
다음 날 한 시간 단위로 두 곳의 리서치 회사의 담당자들이 사업개발팀을 방문하자, 신대리는 마치 그가 직접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번 리서치의 취지를 그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상으로 이번 리서치의 주요 배경설명을 마치겠습니다. 다시 요약하면 이번 리서치는 화장품과 어울리는 외국 유명 브랜드를 선택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선별한 세 브랜드는 이미 국내 젊은 여성들에게 꽤 알려진 브랜드들이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를 통해서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대리는 PPT의 최종 슬라이드로 화면을 옮겼다. 화면에 이번 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이 굵은 글씨체로 크게 강조되어 나타나자, 그는 힘찬 목소리로 더욱 강조하며 화면의 글을 또박또박 읽어 나갔다. “1. 각각의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2. 브랜드 인지도는 각각 어느 정도인가?3. 브랜드별 정확한 코어 타겟은 누구인가?4. 화장품 브랜드로서의 적합성은 어떠한가?5. 결론적으로 최종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리서치의 취지와 목적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그는 매우 다급하다는 듯이 말하였다. “저희가 급한 관계로 빨
“하하~ 메모할 것 까진 없는데…., 일단 마케팅 리서치는 크게 정량조사(Quantitative Study)와 정성조사(Qualitative Study)로 나눌 수 있어. 정량(Quantitative)조사란 말 그대로 양적인 계산을 통해 정하는 조사 방법이야. 우리가 흔히들 접하는 인구센서스 조사나, TV 시청률 조사, 선거할 때 하는 전화 조사 및 출구조사 등이 모두 정량조사에 속해. 그리고 이제 우리가 하려고 하는 브랜드 인지도나 이미지 조사 같은 것도 대표적인 정량조사이지. 우리회사 마케팅부에서도 브랜드에 대한 A&U, 즉 Attitude & Usage(브랜드에 대한 태도와 사용현황)를 파악하기 위해 정량조사를 많이 하고 있어. 그러니 정량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어?” “네? 글쎄요…. 조사의 신뢰성 아닐까요?” 조윤희가 잠시 생각하다 갑자기 큰 소리로 대답하는 모습이 마치 천진난만한 초등학생이 갑자기 학구열에 불타 올라 ‘저요’하며 일어나서 손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 뉴스에서도 가끔 어떤 조사결과가 발표되면 신뢰구간이 95%라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 들어봤을 거야. 아무래도 전 인구를 다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표본
사업개발팀의 일은 한 마디로 좋은 브랜드를 찾아내서 화장품으로 개발이 가능한지 사업성을 평가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다. 아무래도 외국물 먹은 송팀장과 조윤희가 프랑스 대사관 및 상공회의소,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적절한 브랜드를 찾으면 신대리는 한국 시장에서 이 브랜드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을 하였다. 사실 신대리가 점쟁이도 아닌데, 브랜드가 미래에 성공할 수 있는가를 어찌 알 수가 있겠는가 만은, 최소한 시장을 바라보는 그만의 통찰력과 영업팀장 및 대리점 사장들의 다양한 의견이 더해지면서, 그는 최소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적절한 브랜드 선택의 중요한 기준 하나는 정할 수가 있었다. 즉, 외국에서 화장품 브랜드로 출시되어 있지 않아야 하고, 국내에서 중간 이상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으며, 화장품과 어울릴 수 있는 세련되고 감각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신대리는 여러 브랜드를 걸러낼 수 있었다. 탈락한 브랜드들은 주로 프랑스에서는 유명하지만 국내 인지도가 약한 브랜드들이 많았는데, 이런 브랜드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막대한 광고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가져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인사 및 조직 개편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기대한 만큼 파격적인 조치는 아니었지만, 마케팅 김상무가 다른 사업부로 떠나게 된 것이 큰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팀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남아 있을 수 있었으며, 최상무도 스스로 회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있기로 하였는데, 마케팅부는 새로운 마케팅 임원이 올 때까지 최상무가 당분간 겸임하게 되어, 그 동안 최상무에게 사사건건 반대해왔던 이팀장의 입장이 더욱 난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대리와 박성준은 새로 신설된 사업개발팀에서 그들이 제안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다행인 것은 껄끄러운 이팀장 밑에서 계속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장조사 업무는 앞으로 마케팅부에서 하지 않고 영업지원팀에서 하게 되었기 때문에, 신대리는 영업지원팀의 새 담당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느라 사업개발팀에 일주일 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신대리가 사업개발팀으로 짐을 옮겼을 때는 이미 골방 같았던 작은 공간도 어엿한 사무실로 그럴싸하게 바뀌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제가 왔습니다.” 신대리는 밝은 표정으로 박성준과 사업개발팀 조윤희에게 인사를 하였다. “어머! 어서 오세요. 미리 말씀
“사장님, 국내 시판시장은 지금 한 마디로 아수라장입니다. 과도한 할인과 판촉 경쟁은 이미 브랜드 생명을 갉아 먹다 못해 회사의 이미지까지 삼키고 있습니다. 그 예로 우리회사 제품들은 이미 전문점에서 40% 이상 할인을 하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는 제품들로 가득합니다. 우리회사는 더욱이 단기적 매출 증대에 급급하여 직영 영업소를 통한 매출 밀어내기를 자행하였고, 이는 우리회사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신대리, 질문과는 거리가 먼 얘기인 것 같은데….” 김상무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는 직영영업소 문제가 워낙 첨예한 일이라 여기서 거론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상무님. 이건 매우 중요한 연결선상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자금을 맡고 계시는 유이사님도 계십니다. 아까 우리회사의 자금 여력에 대해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회사가 방문판매부터 시작하여 30년간 상당한 자금을 축적한 것으로 다들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갑자기 자금력에 문제가 생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직영영업소의 증대입니다. 사무실 임대료 및 인건비는 무시 못할 자금 투입입니다.” 신대리가 유이사를 힐끔 바라보자 유이사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