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기업형 따이공 중심지, 선전 밍통수마청에선...

홍콩 큰손들 선전에 매장 속속 입점, 기업형 따이공과 연계
내년엔 건물 전체가 화장품 상가로 변신 예정, 물동량 주목

따이공 관련 주목을 받는 곳이 중국 선전시 푸톈구(深圳市 福田區)에 위치한 밍통수마청(明通数码城)이다. 수마청이란 ‘디지털 광장’이란 뜻.



ㄷ자 형태의 6층 건물엔 총 600여개 상점이 밀집돼 있다. 1, 2층은 화장품과 전자제품이 양분하고, 3층 전체는 화장품 매장. 이 건물에만 400여 개의 화장품매장이 있다. 9~15sq 넓이의 매장에 창고는 별도다. 호수가 제각각이라 헷갈리는데다 건물이 넓다보니 길을 잃기도 한다.


현지 매장을 운영 중인 A대표는 “이 건물은 권리금을 내고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내년이면 건물 전체가 화장품 매장으로 바뀔 것이란 말이 돈다”고 전했다. 약품은 허가 문제로, 전자제품은 한풀 꺾여서 가장 핫(hot)한 품목이 화장품이라는 것. 이 때문에 한국의 브랜드사들이 이곳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현지 사정을 몰라서’라고 A대표는 귀띔했다.



매장의 영업 행태는 전형적인 O2O 매장. 제품에는 ‘비매품’ 표시가 되어 있다. 매장에서 샘플을 보고 온라인 주문 후 보세창고에서 배송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한다. 그 이면은 홍콩-선전 루트의 물류 중심지다.


3, 4년 전부터 홍콩의 드럭스토어 큰손들이 이곳에 매장을 대거 내고 있다는 후문. A대표는 “경쟁이 심하다보니 드럭스토어들도 중국에 직접 들여다 팔겠다며 선전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즉 홍콩에서 물건을 받아다 소량 캐리어로 운반하던 따이공들이 점차 사라지고, 기업형 따이공들이 팔레트 또는 컨테이너 단위로 보세창고에 입고시킨다.  


홍콩-선전 루트는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저가 제품은 한 컨테이너 물량을 홍콩에서 트럭으로 실어 자유무역지구의 보세 구역에 푼다. 여기서 박스 단위로 송장을 보내 처리하거나 컨테이너째 처리한다. 이때 택배사와 협업해서 소비자 이름의 송장을 보내 한 곳에 쌓아놓으면 화주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고가(세트, 유럽산 제품, 메이크업류 등)는 이테쿠이(E特快)가 일반적이다. 통관 시 1~3% 샘플 조사에서 걸리면 세금을 내거나 돌려받는다.


A대표는 “예전의 캐리어는 알바를 통해 많이 이용했는데 단속에 걸리는 등 문제가 생겨서, 이젠 보세창고에 입고시키고 선전 소매상들이 내륙으로 판매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밍통 화장품매장의 80% 이상은 차오산(潮汕)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A대표는 “생계와 관련된 문제에선 지역 관리들이 느슨할 정도로 관계가 형성되어 단속 정보를 흘리거나, 당 대회 기간 중엔 자제하는 선에서 절충하는 게 하나의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선 화장품 유통이 불법과 합법의 외줄을 탄다고 할 수 있다. 따이공들은 마케팅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로지 물류로만 낮은 가격에 사들여, 내륙으로 판매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A대표는 “브랜드 소개 시켜줄 테니 징동, 타오바오, 쥐메이 등에 입점해서 팔아보라고 하지만, 이들은 오직 물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만 신경 쓴다”고 말했다.


최근 밍통수마청의 풍경은 굳이 홍콩에서만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 수마청 안의 업자들끼리 단체 위챗방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마스크팩 ○○박스 필요해?” 하면 즉각 “○○에 팔게”라고 해서 합의한다. 서로 빠끔이여서 가격 네고는 뻔하다. 큐알코드 찍고 위챗페이를 통해 대금 결제와 물건 인도가 즉시 이뤄진다. 여기서의 불문율은 ‘소리 소문 없이 컨테이너떼기‘로 그래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베트남-운남성 루트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고도 했다. 외국 화장품 중에선 태국산이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해 주목을 받고 있다. 위생허가는 중요하지 않다. 밀수입 거래여서 위생허가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무자료 거래다.


현재 이곳에서 인기 한국 브랜드는 JM솔루션. 한국산 화장품 거래의 60%정도를 차지한다. 고가 브랜드로는 LG생활건강의 ‘후’ 천기단 등이 인기다. 이밖에 AHC·닥터자르트·제이준·바닐라코 등이 눈에 띄는 브랜드다.


A대표는 “이곳에선 잘 팔리는 제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일부 유명 브랜드에 한정된다. 중소기업 제품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왕홍 마케팅으로 ㈜다미인의 유니클럽 클렌징워터가 새롭게 뜨고 있다고 했다.


따이공 물량의 집산지인 선전 밍통수마청은 밤 10시에야 불이 꺼진다. A대표는 “한국 화장품업계로선 이곳이 ‘계륵’이다. K-뷰티의 인기가 소득이라면, 가격과 유통질서 훼손, 브랜드 이미지 저하 등 부작용도 걱정된다. 중국 비즈니스 상술은 워낙 다양해서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밍통수마청은 K-뷰티 인기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빨강과 파랑 두 색깔만 보여준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숫자 8(發)은 재복과 행운의 상징. 따이공의 K-뷰티에 대한 관심이 항상 pH8에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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