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ck In The Middle이라, 이에 대해 여러 번 보고한 바가 있다고?” 사장은 신대리의 말을 끊고 다시 한번 강한 눈초리로 이팀장과 김상무를 노려 보았다. 왜 신대리가 직속 상사를 뛰어 넘어 이런 모험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비로소 알 것만 같았다. “네, 사장님. 매월 시장조사 보고서를 통해 정기적으로 보고 드렸습니다.” “알겠네. 그래, 어디 계속 얘기해 보게.” 사장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고 온화한 눈빛과 미소로 다시 신대리에게 말했다. “네. 저는 작년에도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한 본원적 경쟁 우위에 대해 여러 임직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 바가 있습니다. 경쟁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품의 차별화 및 집중화, 아니면 원가적 우위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중간한 상태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변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비록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무엇 하나라도 경쟁사와 다른 것이 있어야만 합니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다른 점 하나가 고객의 마인드를 파고들어가 한 자리를 차지하게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전략을 보면 모두가 비슷비슷합니다.
“이팀장! 내가 직원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겠다는데,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설령 이게 개인적인 보고라 해도 그 정도 판단도 못한다면,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있겠나?” 갑작스럽게 사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사장은 자신의 의도를 가로막으려는 이팀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험악하게 그를 노려봤다. “자 그러시지 마시고 어디 우리 신대리 얘기나 들어보시죠. 신대리 어서 보고하게나.” 최상무가 신대리에게 초점을 다시 돌리게끔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네, 그럼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 보고서는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1년 동안 안테나 매장을 통해 들어 온 우리 주요 고객의 의견을 정리하였으며, 안테나 매장이 한정된 표본수라 생각되어, 전국적으로 그 외 주요 화장품전문점들을 제가 수개월간 직접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해 수집한 자료입니다. 이 속에는 비단 화장품전문점뿐만 아니라 지금 급부상하고 있는 브랜드숍을 방문해서 각각의 브랜드숍이 가지고 있는 컨셉과 제품구성을 분석하여..., 경쟁사 대비 우리회사의 현 전략을 비교한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비록 저 개인이 한 일이겠지만, 그 내용은 감히 객관적인 조
지금도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내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면, 그 때 지점장이 나를 한 순간이라도 보호해주었다면, 그때 내가 그 대형대리점을 담당하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대기업에서 계속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어찌 되었건 나는 분명 그때 지점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망친 것이었다. 한 순간의 젊은 혈기로 무책임하게 회사를 떠난 나도,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책임을 전가한 지점장도, 모두 책임감 없는 사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나 하나를 보고 따르며 법인으로 전환하고 노력했던 작은 대리점 사장들을 버렸고, 그 지점장은 한 젊은이의 꿈과 미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았다. 퇴직처리를 하기 위해 본사 인사팀을 갔다가 나는 우연히 영업부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배를 만났다. 당시 TFT에 차출되어 본사 건물에서 일했던 선배는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에, 너처럼 성과가 좋은 사람이 왜 회사를 그만두냐며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신세한탄처럼 지점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그후 1년 후에 나는 입사동기로부터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지점장이 좌천되었다가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선배가 소속되었던 곳이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한 신대리는 아직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 평소 9시 꽉 채워서 출근 하던 박성준도 나름 일찍 출근한다고 나왔지만, 아직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평소 사장은 8시 좀 넘어 출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출근하자마자 보고서를 읽으셨다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오기는 아직 먼 시간이었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여간 조급한 게 아니었다. 어느새 10시가 지나 이미 다른 사람들은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일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팀장이 뛰어들어올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에 점점 더 조급해지기만 했다. “대리님, 우리 옥상이라도 올라가 바람이라도 쐴까요?” 답답함을 참지 못해 박성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나도 좀이 쑤셔 죽겠다. 날이 좀 춥지만, 자금 당장은 맑은 공기가 필요해. 어서 가자.” 두 사람은 옥상에 올라가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한 겨울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한 동안 두 사람은 추운 줄도 몰랐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따뜻한 커피마저 다 마셔 버리게 되자 갑자기 추위가 엄습해 들어왔다. 마침내
“넌 아직도 가치부전의 진정한 뜻을 모르는구나? 거짓 가(假). 어리석을 치(癡). 아닐 불(不). 미칠 전(癲), 즉, 바보인 척은 하되 미치지는 말라는 것이잖아. 내가 그 유래까지는 자세히 설명 안 한 것 같으니 잘 들어봐. 삼국지에서 조조가 세운 위(魏)나라 알지? 거기에 제갈공명에 비길만한 사마중달이 있었는데, 노년에는 왕족인 조상(曹爽)이 그의 힘을 두려워하여 실권도 없는 지위로 내쫓아 버려서, 그는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게 되었어. 그래도 사마중달의 행동을 수상이 여긴 조상은 부하에게 병문안을 가서 사마중달을 살펴오라고 하였는데, 가보니 그는 옷도 엉터리로 입고, 죽을 먹을 때도 질질 흘리며, 완전 정신이 나간 것같이 행동한 거야. 이것을 본 부하들은 정말 정신이 나간 것으로 알고 조상에게 본대로 보고를 해서 적을 방심시킬 수 있게 되었지. 그러면서 사마중달은 사전에 자신을 도울 사람을 포섭하고 군사를 정비하여 쿠데타를 일으켜 실권을 잡게 되어, 결국 그 유명한 삼국지의 조조가 세운 위나라도 망하게 된 것이야. 즉, 때를 기디리기만 하면 안 되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면서, 우리를 도와 줄 사람도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알겠냐?” “아~ 네네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있다. 너도 잘 알지? 그런데 그게 어디서 유래된 말인지 아니?” “네... 뜻은 대충 아는데, 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한자를 풀어 보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刮目) 상대방을 대(對)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성과나 학식이 크게 진보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그 유래는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에서 나오는 거야.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얘기해줄까?” “네. 어서 해주세요. 나도 삼국지를 한번 읽었는데 그런 건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그래. 그럼…, 오나라 손권의 부하 중에 여몽(呂蒙)이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여몽은 잘 알지?” “네. 잘 알죠. 오나라 주유가 죽자 대장군이 된 사람이죠.” “그래, 맞아. 그런데 여몽은 졸병에서 시작하여 장군까지 된 사람이라 용맹하고 충성스러웠으나, 한마디로 무식했어. 그래서 손권은 그가 장군으로서 이론적인 병법까지 알아야 한다며 학문을 깨우치도록 여러 번 충고를 했다고 하네. 이때부터 여몽은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했다고 하더라. 얼마 후 손권의 참모이자 뛰어난 학식을 가진 노숙이 여몽과 의논할 일이 있어 찾아왔는데, 여몽과 막역한 사이여서 여몽을 누구보다도 잘
“잘 봐라. 일단 우리회사의 가격이 예상보다 더 크게 무너지고 있어. 회사는 직영영업소가 있으니, 당장 실적만 나오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진이 점점 더 깎이고 있는 대리점들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어. 그러니 회사는 대리점이 떠난 공백지역에 또 직영영업소를 설치하고 매출을 증가시키고 있는데, 사실 눈에 보이지 않게 직영영업소 유지를 위한 사무실 임대료 및 인건비 등의 고정비 부담이 다시 회사에게 큰 타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게다가 영업소장들이 자체적으로 조정한 할증 때문에 재고수불이 제대로 맞지 않고 있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영업소장들도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지는 엄청난 사태가 곧 벌어질 거야.” 신대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한숨을 쉬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휴~! 게다가 브랜드숍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화장품 매장을 하나 둘씩 빼앗아가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앞으로 시판시장은 브랜드숍으로 인해 엄청나게 큰 전환점을 가지게 될게 뻔한데, 그 시기에 함께 편승하지 못하면 어쩜 우리회사는 문을 닫을지도....” 신대리의 얘기가 너무 비관적으로 흐르며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말로 이어지자, 박성준은 신대리가
다음 날 신대리는 박성준에게 자신이 조사했던 두툼한 보고서를 보여주며 아미앙떼의 문제점을 설명해 주었다. “4P 측면으로 아미앙떼를 분석한 보고서야. 그리고 그 첫 장을 잘 봐. 두툼한 보고서를 한 장으로 요약한 것이니. 일단 내가 간략하게 설명해 줄 테니, 나머지는 네가 틈나는 대로 살펴 보고 깊이 숙지해야 해. 그리고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알겠지?” “와우~! 이런 걸 혼자 만드시느라 고생 좀 하셨겠네요?”박성준은 자기를 빼놓고 생고생한 신대리를 놀리 듯이 말하였다. “자자~ 그 얘긴 이제 그만 하고, 잘 들어 봐.” 신대리는 박성준의 농짓거리를 한 칼에 제압하고 말을 이었다. “먼저 Product, 제품 측면에서, 아미앙떼의의 세라마이드 성분의 보습 컨셉은 이미 경쟁사에서 한 발짝 먼저 출시하여 성공한 것으로써, 현재는 콜마 같은 OEM회사에서도 쉽게 생산, 공급할 수 있는 것이야. 이런 기능적 비차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사는 제품 중 한 품목이라도 집중적으로 차별화하여, 남들과 다른 컨셉을 만들고 있는 반면, 아미앙떼는 주력 품목 없이 브랜드 전반적으로 새로운 공법에 의한 혁신적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건 완벽하게 소비자를 무시한 개발자 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