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OTC 자외선차단제... 대형 제조사 횡포·폭리에 중소 수출기업들 ‘속앓이’

미국향 자외선차단제 수출 무더기 ‘수입 거부 사태’ 누가 초래했는가?... 제조사 OTC 개발비만 수천만원, MOQ 과도한 요구로 중소 수출기업들 미국 수출 잇달아 중단

미국 수출 OTC 자외선차단제를 둘러싸고 대형 제조사들이 횡포를 부리는 바람에 중소 수출기업들의 미국향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FDA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 거부 품목은 자외선차단제가 가장 많았다.( △ 자외선차단제가 169건 △ 기초 71건 △ 아이 10건 △ 헤어 25건 △ 기타 23건, 기간 '23~'24.08.22) 이에 따라 수천 팔레트가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MoCRA 시행 이후 자외선차단제 수입 거부 사례 207건, '24. 09. 16 현재) 한 팔레트 당 3천개라고 쳐도 물경 수백만 자외선차단제가 시장에서 빛도 보기도 전에 사라진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브랜드사의 몫으로 피해액이 막대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수입 거부 제조사도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유수의 제조사가 포함돼 있어 수출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조사들은 ’OTC 개발비‘를 무기로 미국 중소 수출기업에게 과도한 조건을 내걸고 영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다수의 기업에게 확인한 결과 개발비 요구액은 7천만원~4백만원으로 천차만별이었다. 제조사별로 △ 코스메카코리아(잉글우드랩) 7천만원 △ 한국콜마 7천만원 △ CTK 4700만원 △ 코스맥스 400만원 등이었다. (50㎖ 기준) 

게다가 최소 MOQ도 1만5천~ 3만개였으며 각 제조사 개당 단가는 3300원~5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또는 동남아용이 2500원(용기 포함) 내외인 점에 비춰 고가인 점은 분명하다. 코스맥스는 개발비 외에 최소 MOQ와 단가가 가장 높았다. 

제조사들은 개발기간도 내용물, 용기 확정 후 8개월에서 최장 1년 6개월을 제시했다. 

이렇다 보니 중소 수출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에서 OTC 자외선차단제를 보내달라는 오더를 받았다. 하지만 제조사의 과도한 요구로 수출 포기 상태다. 분통이 터진다”라며 A사 대표는 “이래 가지고야 어떻게 수출할 수 있겠느냐”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또 다른 B사는 “오랜 기간 거래해 온 한국콜마로부터 미국향 자외선차단제 견적을 받아보니 OTC 비용만 5천만원을 요구한다”라며 “캐나다, 현지 제조사 또는 제3국에서 새로운 제조처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C사도 잇달아 자사 자외선차단제가 미국에서 수입 거부되면서 미국 자외선차단제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당분간 동남아 등 한국산 자외선차단제 인기 지역을 타깃으로 하고 미국 수출은 MoCRA 규제 대응으로 이원화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제조사가 수출 거부 제조사들이어서 제조를 맡길 수 없다는 것. 

D사는 MoCRA 시행 7월 1일 이전에 아마존 등 주요 플랫폼에서 자사 자외선차단제를 모두 철수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해외역직구로도 아마존 등 플랫폼 차단 조치에 따른 사전 예방 차원이다. 

이렇게 주요 수출기업마다 FDA 수입 거부 리스트에 오르지 않도록 규제 담당자를 신설,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화장품규제 현대화법(MoCRA) 시행과 함께 상품 리스팅에 대한 아마존의 일방적인 삭제 통보 사례, 짝퉁(가짜) 유통의 위험성 등이 제기되는 점도 수출기업에겐 부담이다.

코트라 LA무역관은 “FDA보다 먼저 검열에 나선 것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 내 유통되는 상품의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해 MoCRA 미준수 가능성이 보이는 상품에 대한 사전 통보 없는 리스팅 삭제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는 결함 있는 상품으로 인한 소비자의 소송 등 향후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아마존이 더욱 엄격한 잣대로 검열하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삭제 조치 시 즉각 대응이 쉽지 않아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배경으로 미국향 OTC 자외선차단제 수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이런 이유로 해서 제조사가 수출기업에 비용을 전가할 순 있다. 하지만 과도한 폭리 대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는 OTC 시설등록을 유지하고 FDA OMUFA 비용으로 매년 3천여 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OTC를 빌미로 과도한 개발비와 MOQ를 요구하는 것은 폭리다”라며 탄식했다. 

본지가 확인한 OTC 모노그래프 사용자 수수료 프로그램에 따르면 자외선차단제 제조사(CMO)는 $22,777달러(’24년 기준, 약 3200만원)를 부담해야 한다. 그렇다면 OTC 개발비가 기업별로 한 품목 당 왜 수천만원이 되어야 하는가? 

일부 대형 제조사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그러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중소 수출기업들은 이래서야 브랜드사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다. 특히 대형 제조사들의 배짱 영업에 분노와 ‘어디 두고 보자’라는 울분을 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ODM/OEM이 시장 개척 플레이어에게 ”오더만 받아달라, 최대한 맞춰 잘 만들어주겠다“라고 호소했다. 그땐 서로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 특수로 덩지를 불린 대형 제조사들이 이젠 중소 인디브랜드에 갑질과 폭리가 다반사가 됐다”라며 개탄했다. 

사실 한국 화장품산업은 위기 때마다 중국-아세안-일본-미국 등 수출다변화 시장 개척에 나선 수많은 인디 브랜드 덕분에 제조사가 수조 원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최근에도 “인큐베이팅 해주겠다” “MOQ 500개도 만들어준다”라며 영업하다가 상황이 변하면 돌변하는 행태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한 기업인 대표는 “글로벌 진출로 수출기업들도 새로운 공급사슬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형 제조사들의 횡포는 머지않아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화장품 수출을 독려하며 숫자만 관리하지 말고 업계 불합리한 관행에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라고 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리스크를 혼자 부담하지 않는다. 공급사슬은 절대 불균형을 오래 가져가지 못한다. 한국 화장품 공급사슬이 OTC 자외선차단제를 시작으로 새로운 물꼬를 찾아가고 있다.  

관련기사 [긴급 점검] ➊ 미국 MoCRA 시행 20개월만에 한국 화장품 수입 거부 298건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9513 

[긴급점검] ➋ 한국 화장품 대표 기업들 줄줄이 '수입 경보' 리스트 등재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9516 

[긴급점검] ➌ 미국 진출 브랜드-제조사 간 소통 시급... MoCRA 매뉴얼 공유 필요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9522 

미국 자외선차단제 ‘수입 거부’ 추가 38건 확인... FDA 실사 어떻게?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9547 

미국 OTC '벽‘에 부닥친 한국산 자외선차단제 위기?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9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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