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EWG 그린등급이라고 모두 안전할까요?

[인터뷰]'케미포비아'에 맞선 '매의 눈' 박철원 박사, 한국형 스마트폰 화장품 성분 앱 구축 중
"화장품 성분 유해도 흑과 백이 뒤바뀌면 안된다"…바람직한 제품 구매 '아이허브' 제작 시작

소비자의 케미포비아(Chemophobia·화학제품 공포)는 ‘정부와 기업이 시장에 안전한 제품만 내놓을 거’라는 기대의 배신에서 비롯된다.


가습기 살균제·생리대 발암물질 등 논란의 종착점이 ‘이유도 모르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소비자 선택으로만 흐지부지될 즈음 온몸으로 막아선 이가 박철원 박사다.




EWG, 유해도 테스트 연구자료 없으면 낮은 등급 부여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으면서 3년 전 개설된 ‘박철원 박사 유해성분 교실’ 블로그에서 그는 “자신을 기초의과학자로 소개하고 블로그가 토론하는 장소”임을 밝히고 있다.


박철원 박사는 “화장품 등 생활용품 화학합성물은 인체 노출이 안된 게 대부분이다. 인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 노출 후 자각증상이 오면 다행이다. 오랜 시간 흐른 후 발암물질 또는 호르몬 교란물질로 밝혀지면 그 동안의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성분을 공개하고 누구라도 유해도 토론을 통해 안전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즉 기업들이 전성분 공개와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유해성 논란’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케미포비아’ 소동은 소비자의 피해 호소 또는 해외에서의 문제 제기→과학적 근거 논란→식약처의 미국 자료 인용→사후약방문식 점검→피해 보상 여부→잠복 등으로 그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사슬을 끊기 위해 근본적 해결책을 강조하는 이가 박철원 박사다.


박 박사는 “기업이 제품 전성분 공개는 물론 데이터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 기업 비밀이라는 말로 숨지 말고 ‘안전한 화학제품’을 위해서 공개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기업으로 인식되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박철원 박사는 앱 ‘화해’에 비판적이다. 기업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화해’가  미국 EWG 기준을 따름으로써 오히려 기업 마케팅 수단이 됐다. EWG의 한계를 명확히 해야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환경단체인 EWG(The 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화장품 성분 유해도 데이터에 의존한다. EWG는 화장품 성분 유해성 연구결과가 없으면(none) 낮은 등급을 준다. 유해도가 제일 많은 것은 10등급, 제일 낮은 게 1등급이다.


문제는 대다수 화학합성성분은 유해성 연구를 선행하지 않고 화장품 성분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EWG 기준에 의해 1등급이 된다는 것. 안전해서가 아니라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없어서 1등급인데, 반대로 언제든 10등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철원 박사는 “성분 유해성 연구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지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그런 자료를 통해 1등급을 받았다면 안전할 가능성이 크다. 정제수로 쓰이는 물이 그린 등급이라면 그것은 자료가 매우 많아서(Robust)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화해’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EWG 등급을 넣는다”고 그는 비판했다.


박 박사는 ”EWG는 독성이 강한 계면활성제(소듐라우릴설페이트)도 안전한 성분이라고 평가한다“며 ”이 성분 독성에 대해 학계에서 잘 정립이 되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임의로 평가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화해 앱에서는 ‘낮은 위험도’로 표시돼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EWG 등급을 화장품 안전성 자료로 공인하지 않는다. 관련학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공신력 있는 평가로 둔갑돼 아무 여과 없이 소개하고 있다고.


'한국형 스마트폰 화장품 성분 앱' 구축


지난 7월 박철원 박사는 블로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국형 스마트폰 화장품 성분 앱’ 구축을 알렸다. 그 사례로 출시된 한 화장품의 44가지 성분을 EWG와 한국형으로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참고 사진) 먼저 성분 유해도는 유해도 등급(10등급)과 자료가용성 등급(5등급)을 고려할 때 50가지 경우의 수(10×5=50)가 존재한다.


그 결과 EWG는 안전하다고 했지만 ‘박철원 박사 유해성분 교실’은 유해가능 또는 유해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판단 근거를 잘못 제시함으로써 흑과 백이 뒤바뀌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페브리즈의 유해 성분 함유 의심을 과학적 자료에 근거하여 제기하였고 또 이런 문제점 제기로 여러 기업 항의도 받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블로그 개설 당시 “피해자의 안타까움을 지켜볼 수만 없어서 부릅뜬 ‘매의 눈’을 거둘 순 없다”고 그는 부언했다.


박철원 박사는 “미국의 경우 7만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대다수 인체 안전성 연구 없이 사용된다. 네거티브 제도가 오히려 ‘케미포비아’를 불러온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약처는 미국 자료 핑계로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행태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차라리 EU가 화학물질 규제에 적극적이어서 신뢰가 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해성분 없는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박철원 박사가 실천 방안으로 내놓은 게 ‘유건이네 전시관’이다. 기업에서 전성분 분석을 의뢰하면 유해 성분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공개 전시한다는 것. 지난 8월에는 바람직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허브’ 구축도 시작했다.


박 박사는 “민감하고 예민한 소비자의 자각증상에 유의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1, 2년 후에 1천여 명이 숨지고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공개적인 연구 필요성을 일깨워준다”며 “소비자 안전이 궁극적으로 기업 발전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사용감이나 디자인만 보고 화학제품을 고르지 말고 성분 유해도를 꼼꼼히 따져 안전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주의도 그는 당부했다. 현재 본지(www.cncnews.co.kr)에 '화장품 성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박철원 칼럼'을 연재 중이다.


박철원 박사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파인버그 대학원에서 이학 석·박사 취득하고 하버드 의과대학 세포학과에서 암·비만 발생 연구를 수행. 연세대 내분비연구소 연구 조교수 역임했다. 분자생물학 전공한 기초의학 연구자로 ‘인슐린 유전자 발현’, ‘비만 발생’, ‘암 발생’, 당뇨병 유전자 치료제 개발‘ 등 연구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착한 세제(2017. 12월 발간 예정)‘, ’세포 파괴와 암을 유발하는 샴푸와 주방세제 유해물질들‘, ’탈모 발모 머리카락 세포‘, ’지방, 골수, 제대형 성체줄기세포‘ 외 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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