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덕운(THE GOONI 대표)이 3년만에 돌아온다. 매치 메이커로 한 판 승부를 준비하고서다. 올해 그의 리턴매치 무대는 연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3일 기자와 만난 그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있었다.
"3년 동안 뷰티업계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고 지난해부터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강의를 계속 해왔다. 또 일본 고나(GONA)의 상임이사로 재직하며 투자제안도 많이 받았다. 단순히 상장사 만들기로는 나를 자극하지 못한다"며 그간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브랜드를 펼쳐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수백 가지 품목의 아이디어도 준비된 상태다"며 '레디메이드(ready made) 뷰티 크리에이터'로의 본래 모습을 예고했다.
그의 컴백이 반가운 것은 '이니스프리 설계자'로 화장품 브랜드의 론칭 공식을 최초로 체계화했던 전력 때문이다. 방판·시판 중심의 화장품 업계가 1990년대 말 마트·슈퍼로의 유통 변화에 맞춰 브랜드숍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의 역할은 컸다.
서경배(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해선(한국마케팅학회장, 코웨이 대표)-박항기(메타브랜딩 대표)-손혜원(크로스포인트 대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Nielsen, Novaction(조사기관) 등으로 이어진 협업의 글로벌 스탠더드 브랜드 개발 방식에서 그는 미들맨(middle man)으로 활약했다. "무엇을 연결하고 어떻게 시장을 장악할 것인가"에 대한 뷰티업계 최초의 학습자이자 실천가다. 브랜드 쉐프로 BM이 등장한 것이 '이니스프리'부터다.
나덕운의 회귀의 꿈은 확장성에서 나온다. 요리(Cook)+패션(Fashion)과의 콜래보레이션에서 뷰티(Beauty)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한다. C&F 모두 유행·풍조·양식이며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가치관 내지 미의식이 바탕이다. 뷰티와 동질적이다.
패션의 영감은 홍맑은(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장과의 만남에서 구체화된다. 두 사람은 '맑은꽃손 with THE GOONI' 페북 그룹을 운영하며 '뷰티와 요리'를 주제로 전문가·일반인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페북 활동 두 달 만에 6000명의 뷰티+쿡 최초의 그룹을 탄생시켰다.
나 대표는 "쉐프를 초청하고 화제를 끌어가다보니 미국·필리핀·일본 등에서 가입 신청이 오고, 실제 한국에서 미팅을 하는 등 해외 팬이 많이 생겼다. 나중엔 댓글도 관리해주는 조력자가 생기는 등 페북은 내가 즐겨 찾는 야생화 꽃밭이 됐다"며 "뷰티와 쿡의 연결, 생각만으로도 근사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확장성을 이어주는 연결은 페이스북이다. 그 자신 이미 2006년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SNS 총괄 웹파트장으로 근무한 바 있어 남들보다 빠르게 SNS 마케팅을 습득했다.
그의 페북 사진은 항상 꽃과 야생초를 묵주반지를 낀 오른쪽 검지로 가리키는 독특한 사진들이다. 3년간 전국, 해외를 돌며 찍은 꽃 손 사진만 1500여장이다. "모태신앙으로 가톨릭 신자다. 어머니를 사고로 잃고 어머니 반지와 내 반지를 합쳐 하나로 만들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쯤 단 한 개의 포스팅을 올린다. 하루 150개 좋아요와 댓글이 달린다"고 말했다.
홍맑은 원장도 페북 스타다. "분당에서 아틀리에숍을 운영하며 2070 세대와 교류 중이다. 아름다워지려면 건강도 중요하다. 현재 페친 5000명에 팔로우 수가 3000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이력이 다양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대학원에서 뷰티예술디자인까지 전공하다보니 패션 쪽 사정에 밝다. "패션분야가 뷰티와의 연계를 원하고 있다. 뷰티와 패션은 상통하는 게 있다. 나 대표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즐겁게 작업 중"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 대표는 그가 구축한 네트워크에 패션과 요리에서 영감을 받아 전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그는 "제품기획-디자인-생산-유통-마케팅-해외진출 등 제반 과정에서 협력업체 선정이 이미 끝난 상태다. 일본에서는 히구찌 드럭스토어 60개점, 태국·베트남·중국·남미에도 유통망을 세팅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브랜드로 3개를 만들었고 콘셉트가 분명하다. 내일 스타트 한다면 서포터스로 한국·미국·중국 대학생으로 구성된 TF팀이 바로 활동한다. 이들은 광고-뷰티-경영-디자인 전공자들이다"라고 소개했다.
홍맑은 원장은 "2000년부터 미국에서 화장품 연구를 위해 세포라를 드나들었다. 베네피트·스텔라·나스·필로소피 등은 브랜드 스토리가 있는데 모두 1020 세대가 만들었다. 기성세대는 새로운 화장품을 만들지 않는다"며 서포터스를 부연 설명했다.
나 대표는 "현재 투자자가 기대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 론칭이 수월해졌다. 내년 초 패션+뷰티를 접목한 상가 오픈 등을 계획 중이다. 또 2020 동경올림픽을 겨냥해 도쿄 면세점 입점도 추진 중"이라고 청사진을 펼쳤다.
페북에서는 나덕운 대표의 회귀를 반긴다. 뷰티업계도 그에게서 새로운 이슈를 기대하는 눈치다.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시련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뜻한다. 나 대표는 3년의 칩거 속 야생화 촬영을 통해 '자연의 놀라운 회복성'을 발견했음을 페이스북에 알렸다.
나덕운+홍맑은의 조합은 뷰티+패션의 패러다임 확장을 말한다. 예전 '이니스프리'로의 '회복탄력성'에 패러다임 확장을 더해 무장한 두 사람은 뷰티업계의 전체 지형도를 바꿀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