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정의 마케팅 스토리

‘유통에 파랑새는 없다’...노드스트롬이 캐나다에서 실패한 이유?

[알렌 정의 마케팅 스토리]70) 북미 유통가에도 D2C 활기...리테일 생존은 소비자 생각과 행동 패턴 파악에 달려 있어

신규 시장 진출은 자금과 조직만으로 성공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책상에서 타협하지 말고 현지 시장 상황과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몰입해야 합니다. 

펜데믹 이후 로드&테일러, 센추리21, 니먼마커스, JC페니 등이 사라진 가운데 미국 백화점 유통체인은 메이시스, 콜스, 노드스트롬(Nordstrom)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노드스트롬이 캐나다 진출 9년 만에 철수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이튼센터와 욕 데일 몰 등 노드스트롬 6개 매장과 아울렛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 7개 등 총 13개 매장 운영을 6월까지 접는다는 소식입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 nordstrom.ca도 운영을 중단했으며 2500명이 실직했습니다. 노드스트롬은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떨어졌는데 올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비용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익 감소를 예상했습니다. 

진출 시장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한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업체 노드스트롬은 왜 캐나다에서 실패했을까요?  

물론 코비드19 시기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수많은 대형 오프라인 체인이 문을 닫은 것처럼 노드스트롬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캐나다의 특성, 현지화 적응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미국 백화점 및 매장들이 캐나다에서 비즈니스를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업체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미국 2위의 대형매장 타겟(Target) 역시 2013년 캐나다 Zellers의 매장을 인수하면서 캐나다에 진출하였지만, 무리한 매장 확장과 운영 미숙, 적자 지속 등의 이유로 고작 2년 만에 철수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다만 노드스트롬은 타겟(Target)과 달리 고가 브랜드 및 패션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이었기에 좀 더 차별화된 전략으로 다른 결과를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미국에서 성공했으니 캐나다에서도 똑같이 사업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초기에 현지화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기존 기업과의 경쟁, 수많은 아울렛이 오픈하면서 유명 브랜드 고객을 나눠야 했고, 2년 넘게 코비드19로 인해 고객들이 쇼핑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사실 북미라고 해서 미국과 캐나다 시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노드스트롬은 캐나다에도 고급 브랜드의 틈새시장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겠지요. 하지만 캐나다에서 약 30년을 살면서 느꼈던 점은 조금 다릅니다. 사실 프리미엄 또는 럭셔리 제품 판매에서 캐나다는 서구에서 지출이 낮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또 극히 적은 캐나다인만이 지위의 상징으로 럭셔리 제품군을 착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현지 유통에 종사하며 미국과 캐나다를 수십 번 왕래하였지만, 노드스트롬 방식과 서비스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에서 조금 어색했었습니다. 색다른 방식의 서비스와 경험, 최고의 브랜드를 한눈에 선택하는 개념의 접근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겠지요.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경험에 기반을 둔 것이고 새로운 시장이라면 철저하게 시간을 가지고 분석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비슷한 선택지가 이미 캐나다에도 있었기에, 왜 미국 기반 백화점인지에 대해 충분히 어필하고 캐나다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데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시장조사는 실제 소비자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존 시장 및 고객층과 어떤 격차가 있고 보완 부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고객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want와 needs, 캐나다에서 살 수 없었던 사고 싶은 상품을 물어봐야 합니다. 매장도 주변 상권의 주거 형태, 인구 유동량, 인구 구성, 경쟁현황 등을 분석하고 시범매장 운영을 통해 서서히 확장해야함에도 일시적으로 대도시 기반 매장 개장한 것이 패착입니다. 

실제 노드스트롬 랙의 경우 비슷한 매장이 존재하고 TJX 등 할인점  Winners와 HomeSense 고객들은 매주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물찾기 하듯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저가에 사려고 도시 외곽으로 몰려갑니다. 

캐나다에서는 브랜드 제품 가격 인하를 통한 아울렛 매장의 실패 사례가 많습니다. 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한 홀트렌퓨(HoltRenfrew)의 HR2, 디자이너디포(DesignerDepot), 삭스오프파이프스(Saks Fifth Avenue)는 모두 실패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때문에 노드스트롬 랙의 장점은 돋보이지 않았고, 제품은 날짜가 지난 재고품으로 보였고, 최신 트렌드의 브랜드 제품군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유행 지난 상품 취급을 받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브랜드가 직접 온라인과 자사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캐나다인들은 굳이 다수 브랜드가 입점한 백화점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캐나다구스(CanadaGoose) 자켓을 캐나다구스 매장에 가서 구매하지 굳이 노드스트롬에서 사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브랜드사의 자사몰이나 매장 구매시 따로 혜택을 제공하게 되자 고객은 브랜드 스토어를 방문, 그 브랜드 제품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 GDP의 70% 이상은 소비자 지출로 발생합니다. 많은 미국 기업들이 캐나다 역시 소비가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 생각합니다. 캐나다는 퀘벡을 제외하면 언어 및 문화 장벽도 거의 없고 지리적으로 멀지 않고 친숙하다는 이유로 시장 상황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대부분 미국 기업들은 욕심부터 냅니다. 이는 캐나다 시장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인데 실제는 다릅니다.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서 매장이 적은데, 그렇다고 캐나다 소비자들이 더 많은 매장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캐나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많은 돈을 쓰지 않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 두 개의 언어 서비스를 해야 하고 미국과 다른 세금제도와 법적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브랜드 및 소매업체들은 캐나다 시장에 제대로 몰입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캐나다인을 고용하여 시장을 연구하고 주요 도시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과 가깝지만, 엄연히 다른 국가이고 토론토의 고객은 밴쿠버, 몬트리올의 고객과 매우 다릅니다. 패션과 트렌드, 서비스가 지역별로 다르다는 점도 파악해야 합니다. 따라서 지역별로 먼저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전체로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충분한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성공적으로 진출한 좋은 사례가 월마트 입니다. 진출 초반부터 낮은 가격이라는 경쟁력의 차이를 제공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한번 해볼까 하는 단발성 또는 어떤 시기를 노렸던 움직임이 아니었습니다. 반면 노드스트롬과 타겟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캐나다로 진출했는데, 이 시기에 매우 느린 회복을 경험한 미국 경제에 비해 캐나다가 상대적으로 좋은 장소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월마트 외에 코스트코, 홈디포, 아마존 역시 캐나다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입니다. 세계적 기업이어서가 아니라 이들은 진출 초기부터 현지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고 캐나다 내 본사 설립, 현지팀이 직접 마케팅 및 판매 가능성 확인 후 구현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각 지역 커뮤니티에서 충성심을 이끌어냈고, 빠른 확장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작은 종류의 테스트를 통해 시장을 알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결국 수익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많은 기업이 결론을 지어놓은 상태에서 시장조사를 하곤 합니다. 시장조사란 주관적인 관점이 아닌 진출 시장의 고객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모든 답은 책상이 아닌 고객과 현장에 존재한다”는 말처럼 현장에서 기업 스스로 직접 소개하고 새로운 고객 상황을 공감하고 , 새로움을 설득하는데 전념한다면 성공 확률은 높아질 것입니다.


ALC21 알렌 정 대표는...
토론토대학교(경영학, 심리학) / ALC21대표 & 컨설턴트 / 아마존 베스트셀러 ‘Walking the path others do not’ 저자

Fuerza North America 대표 / Zenex Enterprises Limited(전) 부사장 / 캐나다 비영리단체ELCA & TorontoMaker 대표이사 / 캐나다법인 AGAR Place &SZM Inc 전무이사 / Toronto Film School & Humber College 인턴십 프로그램 멘토 / (재)전남테크노파크 & (재)광주테크노파크해외비즈니스센터 캐나다지역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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