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수출 첨병인 브랜드사(책임판매업자)가 글로벌 지역 곳곳에서 한국ODM사의 무차별적인 원가 공급으로, 판매 부진과 공급가 하락 요구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행태가 본격화 되며 수출에 악전고투 하던 브랜드사들이 정작 한국 ODM사에게 뒤통수를 맞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이런 행태가 대표적인 곳이 베트남과 유럽이다. 대 아세안 수출이 늘어가지만 정작 낙수효과 하나도 없이 ODM사가 싹쓸이 하면서 브랜드사에겐 성장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ODM사로부터 원가를 알게 된 현지 유통상들이 브랜드사에게 지속적으로 인하 압박을 가함으로써 수익이 크게 악화돼 손해 보고 팔 지경이라는 게 중소 수출업체들의 울부짖음이다.
최근 베트남(7200만달러)이 화장품 수출 4위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홍콩(6600만달러)을 제치고 올해 처음 추월했다.(‘23. 1~2월 누적)
전년 대비 54%나 증가하면서 중국 대체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면엔 어두운 그늘이 짙다. 즉 브랜드사 제품을 수입하는 게 아니라 ODM 수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현지 진출 브랜드사 및 유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A사 대표는 수년 동안 거래하던 베트남 유통 대표로부터 지난달 갑작스레 연락 받은 내용을 전했다. “매달 수시로 톡을 하며 주문 관련 의사 소통을 했는데, 갑작스레 다음 달부터 제품을 사가지 않겠다”고 통보 받았다는 것. 왜냐고 이유를 물으니, “ODM으로부터 직접 제품을 받아 자체 브랜드로 유통시키기로 했다”는 답을 들었다.
브랜드사 제품을 수입해 팔던 현지 유통상들이 이젠 손을 떼고 직접 한국 ODM 물량을 받겠다고 나서니 손을 쓸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베트남 품목별 수출 현황을 보면 기초화장품 제품류(3304991000)의 톤당 가격이 3만 8172달러(23.12)→3만 1755달러(23.01)→2만 7685달러(23.02)로 대폭 하락했다.
호치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B대표에게 최근 베트남 수출이 증가했는데 현지 K-뷰티 매출이 증가했는지 물었더니 “대부분 ODM 물량이 들어와 한국 제품 유통과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답했다. 현지에서 10년 여 가까이 코로나 시기를 버텨가며 매장을 유지했지만 리오프닝에 따른 혜택은커녕 한국 ODM에서 거래처가 제품을 조달함으로써 K-뷰티 판매가 벽에 부닥쳤다고 하소연했다.
베트남 수출 증가 이면에는 한국 브랜드사 제품이 팔리는 게 아니라 현지 도매상이 직접 주문 생산한 한국 ODM 물량이 대체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 ODM에서 물량을 지속적으로 주문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현지 채널의 전언. 이는 한국 ODM보다 더 싼 중국 ODM사로 언제든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장품수출협회 관계자는 “수출로 먹고사는 중소 화장품기업들은 K-ODM사가 직접 공급함에 따라 수출 급감을 호소하는 회원사들이 많다. 이미 2017년부터 ‘제조사 표기 삭제’ 화장품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수출에 목을 맨 중소기업의 호소는 무시하고 거대 ODM사가 이를 반대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K-뷰티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당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사가 망하고 결국 하청기지로 변질된다면 K-뷰티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렇다고 K-ODM의 형편도 녹녹치 않다. 빅2가 독점하는 가운데 중소 ODM사 대부분은 매출 부진에 상장 폐지, 도산 위기, 사업장 매각, 폐쇄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K-뷰티 수출은 브랜드사의 퇴장과 맞물려 중소 ODM의 몰락으로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고 대기업 ODM도 안전하지 않다. 중국 ODM의 추격으로 인해 중국에서 밀리고, 실제 유럽시장에서 가격 공세에 글로벌 브랜드사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게 현지 채널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브랜드사가 수출해야 K-뷰티 수출액도 늘어나고, K-ODM의 물량도 확보돼 지속적인 K-뷰티 발전 기반이 유지된다. 지금처럼 K-ODM의 덤핑 공세는 가까운 훗날 중국 ODM의 저가 수주를 당해낼 수 없기 때문에 K-뷰티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