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04. 모델 선발 대회(12)

그렇게 일을 마무리하고 하루가 지난 지금은 이렇게 강원도 대관령에 와 있는 것이다. 신팀장은 샤워를 마치고 들어오며 사온 맥주 한 캔을 꺼내 들었다. 리조트의 넓은 콘도에 오늘은 모처럼 혼자 머물게 되어, 간만에 마음 차분히 내일 있을 미팅을 준비할 수 있었다. 본선대회 큐시트를 보며 VIP 입장 동선과 시간을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딩동하는 벨소리가 울렸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누가 연락도 없이 오나 궁금했지만, 신팀장은 진행팀 중 누구겠지 하며 무심코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낯 익은 젊은 여자 한 명이 인사와 함께 무작정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어? 누구시지?” 

  신팀장이 자세히 보니 오늘 문제가 있다며 퇴소시켜야겠다고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소개하며 꼭 드릴 말씀이 있으니 시간을 조금만 내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신팀장은 늦은 시간이니 내일 진행팀에 얘기하라며 그녀를 내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신팀장은 그녀를 식탁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그래. 왜 그러신지 여기 앉아서 간단하게 얘기해 보세요.”

  “어? 맥주 드시네요? 저도 하나 마시면 안될까요?”

  당돌한 그녀의 말에 할 수 없다는 듯이 신팀장은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이미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는 줄 알고 있는 듯, 자신이 잘할 수 있다며 기회를 더 달라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신팀장은 이건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설득하였지만, 그녀는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입장만 늘어 놓으며, 앞으로 잘할 수 있으니 평생의 꿈을 이루게 해달라며 같은 말을 되풀이 하기만 하였다. 
  
  더 이상 얘기가 안되겠다는 생각에 신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며 말했다.

  "자~ 잘 알겠으니, 이제 그만 나가 주세요. 밤도 많이 늦었습니다. 이거 규정 위반인 거 아세요?"

  그때였다. 그녀는 문으로 나가는 척하다 몸을 돌려 침실로 뛰어 들었다. 신팀장이 놀라 따라 들어가자 그녀는 얼른 옷을 벗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슨 일이라도 할게요. 제발 제게 기회를 더 주세요.” 
    
  그녀의 말에 신팀장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고 웃기기까지도 했다. 할 수 없이 신팀장은 전화기를 들어 감독을 불렀다. 그리고 감독과 대행사 사장이 함께 와서 그녀를 설득하여 간신히 끌어내기까지 30분이 더 걸리고 난 후에야, 신팀장은 사뭇 걱정된 표정으로 감독에게 말했다.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시고 비밀을 지켜주세요. 잘못 오해가 생길지 모르니…. 그리고 그 후보는 내일 당장 퇴소시키세요. 이런 일이 또 벌어져서는 안됩니다. 철저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별의별 사건에 탈도 많고 말도 많은 행사였다. 또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질지 하는 생각에 그는 또 한번의 깊은 한숨을 내쉰 후, 젊은 여성들이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저렇게까지라도 하려고 한다는 현실이 슬프기도 하였다. 그는 마시던 맥주를 한숨에 들이키고 그대로 침대로 가서 잠을 청했다. 문득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몸으로 있었던 젊은 여성의 살 내음이 은은히 풍겨 나오는 듯 하였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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