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03. 모델 선발 대회(11)

카메라 테스트와 개별 면접으로 진행된 모델 선발대회의 예선전이 끝나고 후보 20명이 선발되어 대관령에 있는 리조트로 합숙훈련을 들어갔다. 후보들은 2주간 이곳에서 전문 모델의 워킹(Walking)과 댄스, 그리고 간단한 연기를 배우고 결선 무대에 설 것이다. 결선무대에는 유명 영화감독, 방송국 PD,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델협회장 등의 심사위원들을 모시고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대대적인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화장품 모델이라면 얼굴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이번 행사는 단순히 얼굴만 보고 뽑는 화장품 모델이 아니라, 미래의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실력을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궁극적으로 다른 목적도 있었는데, 바로 연예부 기자들을 행사에 초청해서 기사화할 만한 멋진 무대가 연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팀장은 팀원들과 이벤트 대행사 사장과 함께 대관령을 찾았다. 이 곳에서 이틀 간 묵으면서 합숙훈련 상황도 살피고 대행사 진행팀과 본선 준비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온 것이다. 행사 주관사의 마케팅 팀장이 온다는 소식에 모델 후보들을 비롯하여 대행사 진행자들은 미리부터 행사가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특히 단체합숙은 짧은 기간 동안의 훈련이다 보니 후보들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어, 합숙 훈련을 잘 따르지 못하는 사람은 본선에 가기도 전에 탈락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후보들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더욱 치열하기만 하였다.
     
  신팀장은 한창 모델 워킹 연습에 여념이 없는 후보들을 찾아 일일이 악수를 하며 격려하였다. 예상과는 달리 뜻밖에 젊은 팀장이 오자 후보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신팀장은 부끄러운 듯 너털 웃음을 남기며, 힘들지만 준비를 잘해서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꼭 만나자는 짧은 격려의 말을 남기고 얼른 자리를 떠났다. 진행팀 회의실에 오자 이벤트 총괄 감독이 지금까지 진행현황을 보고했다.
       
  “다들 열심히 잘 따라 오고 있는데, 후보들 중 몇 명은 좀 떨어집니다. 그 중 두 명은 아무래도 본선 무대에 서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감독은 두 명의 이력서와 사진을 신팀장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그 중 여기 이 학생은 도저히 댄스가 안돼요. 단체 댄스를 해야 하는데 이 친구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가서 아무래도 이 친구는 중간에 퇴소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요?”

  “그 학생은 좀 더 지켜봐서 본선에 데려갈지 결정하겠습니다.”

  “감독님이 저보다 더 전문가시니까, 알아서 판단해 주세요. 그리고 정 안되면 퇴소시켜야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무대가 꽉 차도록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해주세요.”
      
  신팀장의 당부에 진행팀은 알겠다며 수긍하였다. 저녁 식사를 하며 신팀장은 다시 한번 진행팀 일행들을 격려하며 내일의 일정과 미팅을 위해, 자꾸 권하는 술을 간신이 자제하고 숙소로 일찍 들어왔다. 그는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 위로 털썩 쓰러져 누웠다. 
       
  그 동안 쏟아지듯 몰아 친 수 많은 일들 속에서 어떻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경주에서 올라오자 마자 제품개발 관련해서 포장재와 컬러 컨펌을 하였고, TFT 미팅과 매장 인테리어 및 디스플레이 방향, 그리고 광고/홍보 계획까지 그가 의사결정하고 진행해야 할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실 민이사가 한 시라도 신팀장을 곁에서 떼어 놓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도 다 사정이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박성준이 사업개발팀에서 구매팀으로 자리를 옮겨 병원에 입원한 이대리 대신에 M&C구매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신팀장을 응원하며 지지해준 바도 있었던 사장비서였던 지대리가 비서업무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요청에 의해, 영어도 잘하는 지대리가 사업개발부에 가게 된 대신 박성준이 구매팀으로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신팀장의 적극적인 추천도 한 몫을 작용하게 되어, 평소 사업개발팀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했던 박성준과의 관계 회복에도 좋은 계기가 되었다.  
       
  박성준은 구매 경험은 없었지만 마케팅과 사업개발팀에 있으며 쌓은 협상능력과 성실함, 그리고 정직함이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서, 신팀장도 기뻐하며 박성준과의 재회를 축하하였다. 구매업무는 이미 이대리가 거래처 및 단가까지 모두 협상을 끝냈고,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박성준이라 해도 개발 일정을 챙기며 견본을 컨펌받고 생산발주를 하면 되었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납기에 차질이 없도록 수 많은 거래처를 일일이 전화하고 방문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점에서 신팀장은 믿을만한 박성준이 있어 더욱 안심이 되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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