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도국 VS 강대국 ‘유전자정보’ 쟁탈전

디지털서열정보(DSI)는 나고야의정서의 대상인가 [上] 11월 16일부터 29일까지 이집트에서 개최된 제14차 생물다양성협약총회에서 자원제공국과 이용국 간 'DSI' 나고야의정서 포함 여부 거센 공방 이어져…
유전자정보 나고야의정서 체택 시 우리 기업 큰 불이익 우려



이주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FTA 국제통상 및 나고야의정서) 
前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
前 고려대학교 통상법연구센터 연구원
前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연구원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수료(국제법)

“작정하고 나선 개도국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강대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양측의 논쟁에 접점이 존재할 리 없다. 오로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한 공방이 오갈 뿐이었다. 나고야의정서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된 ‘디지털서열정보(DSI)’가 격전의 불씨를 댕겼다.”

지난 11월 16일부터 29일까지 장장 2주에 걸쳐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최된 제14차 생물다양성협약총회 현장은 자원제공국과 이용국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의 연속이었다. 

이번 총회는 제3차 나고야의정서 당사국 회의 및 제9차 카르타헤나의정서 당사국 회의가 동시에 열렸고 정부대표단, 과학자, 법학자, 토착민 및 지역공동체, NGO 등 거의 4,000여 명이 모여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모든 회의를 통틀어 무엇보다 화제가 됐던 ‘디지털서열정보(Digital Sequence Information, DSI)’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론은 새벽에도 멈추지 않았다. 각국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DSI가 나고야의정서에서 말하는 이익공유의 대상인지 여부 및 적용범위 등의 핵심 쟁점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향후 전문가회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총회에서 개발도상국들이 DSI에 대한 이익공유를 모든 분야에서 강조하자 △선진국들은 나고야의정서 상의 유전자원은 눈에 보이는 것에 한정하고 △DSI의 이익공유를 인정하면 과학발전이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발도상국들은 나고야의정서에 DSI는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논의는 DSI 모델리티(modality)를 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 주장은 팽팽히 맞섰고 평행선을 달렸다. 



생물다양성협약의 세 가지 목적은 ①생물다양성의 보존 ②그 지속가능한 이용 ③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 실현이다. 이 중 세 번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010년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됐고 현재 우리나라도 가입국에 속한다.
  
이에 우리 기업과 연구자가 해외에서 유전자원을 원료로 수입하려면 제공국의 자국법에 따른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바이오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제품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계약에 의거, 유전자원 제공국에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무를 가지게 됐다.
 
최근에는 나고야의정서를 이해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나고야의정서의 가입국(2018년 12월 현재 111개국 당사국)이 늘고 있어 자국의 유전자원을 가져다 쓰려는 기업에게 사전승인허가(PIC)를 요구하는 국가도 증가했다. 

#1. 유전자원과 유전자정보 명확한 구분 필요

여기서 유전자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 기업은 유전자원이 범위가 어디까지로 두고  나고야의정서를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생물다양성협약과 나고야의정서에 따르면 ‘유전자원’이란 실제적 잠재적 가치를 지닌 유전물질을 의미하며 ‘유전물질’은 유전적 기능을 가진 식물, 동물, 미생물 또는 다른 기원을 가진 물질을 말한다.
 
유전자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적 접근이든 과학적인 해석이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무엇’이 없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우리 기업 입장은 솔직히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쑥이나 당귀를 들여오는 것 같이 유전자원은 실체가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DSI는 무엇이기에 이번 제14차 생물다양성협약총회에서 그토록 격렬히 논의되었을까? 
 
이 용어는 실제로 과학계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생물다양성협약과 나고야의정서 협상을 위해 인위적으로 탄생한 단어다. 유전자정보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그 범위가 어디까지고 나고야의정서 상 유전자원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누구도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다.

다만, 유전자원이 풍부한 자원제공국(대다수가 개발도상국)들은 유전자원이 곧 유전자정보이기 때문에 나고야의정서의 대상, 즉 이익공유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갑자기 DSI에 대한 논의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지, 개발도상국은 이를 나고야의정서의 체제로 끌어들이려 하는지 우리 기업은 명심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생물다양성협약의 세 번째 목적인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 실현은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 채택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바이오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개발도상국들은 바이오산업의 핵심소재인 유전자원의 경제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제3의 목적과 관련한 유전자원의 이익공유를 확실하게 인정받기 위해 20여 년 동안 지루한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2010년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유전자원에 대한 문제는 일단락되는가 싶었는데, 그사이에 기술은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을 이뤘다.

최근에는 유전자정보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합성생물학’이 발전하게 됐고,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개발에 따라 ‘게놈 해독기술’마저 가능해졌다. 2013년에는 처음으로 ‘3세대 유전자교정(CRISPR/Cas9)’ 편집기술이 등장하면서 유전자 절단, 편집의 신세계가 열렸다.
 
NGO나 개발도상국들이 유전자정보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게 되자 눈에 보이는 실체가 오가는 물리적인 유전자원뿐만 아니라 유전자정보를 활용한 ‘바이오파이러시’가 더욱 큰 문제라고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유전자정보를 나고야의정서의 이익공유의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下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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