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우드랩 데이빗 정 회장이 2015년 설립한 파머시(Farmacy)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K-뷰티 발전을 위해 인디(indie)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 계획을 밝혔다.
4월 23일 코스메카코리아에 잉글우드랩의 매각 공시 후 기자와 만난 데이빗 정 회장은 “천성적으로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개척정신이 내게 새로운 도전을 일깨워준 일주일이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내내 데이빗 정 회장은 잉글우드랩의 미래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년여 동안 미국 글로벌 브랜드의 지인들은 오딧(audit) 통과에 따른 오더 주문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잉글우드랩을 전진기지로 하는 방안을 놓고 데이빗 정 회장과 지속적인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에 부응하고자 지난해 미국과 한국의 공장 신축 및 증설, 일본콜마와의 협업 등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올해 본격 도약을 다짐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코스메카코리아와의 매각 협상이 불거졌고, OEM/ODM 전문기업의 역량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고 그는 전했다. 매각 결심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개척정신(frontier spirit)'이 새삼 그를 꿈틀거리게 했다고 한다.
12세 때 어머니를 따라 기회의 땅인 미국에 첫 발을 디딘 데이빗 정은 어머니가 24시간 내내 미니백화점에서 잠도 자지 않고 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너는 이민자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늘 도전하는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을 데이빗 정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
그래서일까,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뉴잉글우드 클리프에서 모나스(Mona's)라는 화장품 백화점을 개설했다. ‘재창조(renovation)’! 데이빗 정 회장이 사업 시작 후 내건 모토다. 짧은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7개의 체인점을 거느린 데이빗 정은 화장품 매장에서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소재 효과를 내세운 자체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자신감을 얻은 데이빗 정은 2004년 빈 창고를 사서 잉글우드랩을 설립했다. 이후 OEM/ODM에 본격 진출해 100여 개의 스킨케어 브랜드의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해주는 혁신적인 회사로 키웠고, 연간 1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잉글우드랩을 더 키울 수 있었지만 OEM/ODM 회사는 엔지니어가 경영하는 게 맞다”고 데이빗 정 회장은 소회를 말했다.
그는 “화장품 업계의 30년간 접점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새로운 브랜드 론칭에서 희열을 느꼈다”며 “내가 좋아하고 더 잘할 수 있는 게 브랜드 마케팅임을 확연히 깨달았다”고 했다.
한편 데이빗 정 회장은 2015년 1월에 파머시(www.farmacybeauty.com)를 설립, 그해 10월에 미국 전역의 세포라 매장에 입점시켰다.
farm+phamacy의 합성어인 Farmacy는 “농부가 재배한 소재를 과학자가 활성화시킨(Farmer cultivated + scientist activated) Clean Beauty”라는 콘셉트로 미국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파머시의 ‘그린 클린(Green Clean) 클렌징 밤’은 세포라 카테고리 1천여 개 품목 중 판매고 2위를 기록했으며, 2017년 얼루어(allure) 베스트 뷰티상을 수상한 빅 히트 제품이다.
데이빗 정 회장은 “파머시 제품 라인은 올해 유럽 13개국+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에 소재한 세포라 전 매장에 입점 확정됐다"며 ” 이런 글로벌 마켓팅 경험을 인디(indie) 브랜드와의 협업에 확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6월 경 잉글우드랩 매각이 완료되는 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겠다”며 “어머니의 개척정신이 오늘의 나를 성장시켰듯이, 나의 화장품 업계의 30년 경험을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개척을 위해 쓰일 것”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