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al ➍ K-화장품의 트렌디(trendy) 유지할 수 있을까?
글로벌 화장품시장이 ‘화장품 안전성 평가’라는 비관세장벽(TBT)으로 요동치고 있다. 자칫 수출 감소, 보호주의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슬기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수출주도형 K-화장품으로선 안전성 평가 규제로 인한 시장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내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 시 주요 수출국과의 규제조화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24 책판 부담 증가, 제조원 표기 글로벌 스탠다드로 변경 요구
국제적으로 화장품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13년)이 첫 도입 이래 중국(‘21년) 미국(’23) 대만(‘25)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를 의무화했다. 이들 국가 모두 K-코스메틱 수출 순위 10위에 든다.
화장품은 중소기업 수출 품목 1위다. 화장품기업의 수출 비중(수출액/생산액)은 47%(‘19) → 76%(’23)에 달한다. 또 업체의 94%가 생산실적 10억 미만이며, 연구인력 없는 업체가 72%를 차지한다. 수출주도형 중소기업 산업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산업 특성상 해외 수출규제 장벽에 자체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게 식약처의 평가다. 지난 11월 정책설명회에서 식약처는 국내도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의 2028년 도입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위주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개별, 일회성 지원보다 전체산업 역량 향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2025 중소기업의 System Up 과제
국내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는 ▲ 안전성 정보 ▲ 안전성 평가 ▲ 안전성 평가자 서명 및 자격 증명 등을 최소 요건으로 구성된다.
책임 주체는 현행 화장품법 상 책임판매업자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자의 경우 판매 후 소비자 상담 등 관리가 애로사항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현행 책판이 안전성 평가 자료를 실질적으로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맹점이다. 이 부분은 ODM의 제품 조성정보 등 영업비밀 누설 우려가 크다.
그렇기에 책판에게 안전성 평가 책임 소재를 두되 ODM 제조사의 평가자료에는 ‘안전성 확보’를 확인할 수준에서 제공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기자가 만난 브랜드사들은 “책판에게 화장품 관련 책임 독박으로 몰아가는 데 정작 책임질만한 데이터나 안전성 평가 자료를 제조사로부터 받을 수 없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안전성 평가자료 보관 기간은 유통·판매된 날~제조·수입 제조연월일 이후 10년까지다. 전자문서로 보관도 가능하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는 ‘25년 화장품법 개정 → ’28년 생산실적 10억 이상 업체 → ‘31년 전면 시행 등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식약처는 지난 11월 정책설명회를 통해 ① 전문인력 양성 교육 지원 ② 원료 안전성 DB 통합·제공 인프라 구축 ③ 가이드라인, 시험법 개발 등 기술지원 ④ 안전성 평가 전문기관 설립 등의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화장품 안전성 평가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 국가별 성분 규제 정보(62개국 약 4만 6800여 종) △ 안전성 검토(약 5700종) △ 안전성 예측(예측 독성 항목 23개) 등 화장품성분 안전성 통합 정보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또 차세대 위해평가 접근법을 도입해 400가지 성분의 안전성 평가를 시행했다. 또한 안전성 평가자료가 부족한 화장품 성분이나 천연물에 대해 독성학적 역치(TTC) 접근법과 상관성 방식(RAx)을 적용한 평가 사례를 교육, 서비스하고 있다.
안전성 평가는 자체 평가 또는 외부기관 위탁도 가능하다. 안전성 평가자의 자격은 △ 관련 전공(의학 약학 생물학 화학 독성학 또는 그와 관련된 학과) 학사 이상의 학위 취득자+화장품 안전성 업무 종사 경력 or 전문교육과정(비학위) △ 전문교육과정(학위 과정)+규제과학 인재양성 특성화 대학원 or 전문교육과정(별도 교육기관 지정) △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안전성 업무 종사 경력+전문교육과정(비학위) 이수 등 5가지로 다양화했다.
안전성 평가 제도가 도입되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안전+효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위해 평가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성분 평가를 바탕으로 원료의 안전성과 기준 규격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자가 만난 다수 브랜드사 관계자들은 “수십 가지 성분의 포뮬라는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효능 핵심 성분 위주로 레시피가 조정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처럼 업계에선 ▲ 전 성분 감소 추세 ▲ 차별화된 소재 개발 및 독점화 ▲ 원료 비용 상승 ▲ 안전성 평가 비용 부담 등이 예상되는 변화다. 브랜드사로서는 △ 안전성 평가자의 고용 또는 △ 외부 위탁(현재 건당 100~200만원 호가, 차후 수십만원 대로 하락 예상) 사이에서 비용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또 저가 화장품의 위축, 소비자가 인상도 점쳐진다.
이는 중국 NMPA의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 사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일단 화장품 허가·등록 건수는 수입화장품에서 대폭 감소했다. 자국산업 보호가 정책 목표가 되면서 허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제조사의 20% 도태가 예고됐다.
긍정 변화로는 ① R&D 투자 강화 ②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의 급속 성장 ③ 적극적인 해외 브랜드 M&A 등이 진행 중이다. (Jetro, 중국 화장품 보고서) 상장 화장품 5대 기업의 R&D 비용은 크게 상승했다. 영업이익 대비 R&D 비용은 1.88~6.1%로 같은 해외 화장품기업의 1.5~3.5%에 비해 지출이 높았다. 그만큼 R&D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학협력 사례도 크게 늘었다.
또한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 사업이 중국 브랜드의 성장 동력원이 되고 있다. 화씨바이오의 영업이익은 ‘18~’21 4년간 매년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2023년 화장품 업계에서 주목받는 투자 분야는 기능성 스킨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바이오 분야로 화장품 분야 49건 거래 중 17건이 생명공학 관련 거래로 나타났다.
중국 브랜드의 해외 브랜드 인수는 17건(‘15~’22)이었다. ‘19년까지 매년 1건 안팎이었으나 ’19~‘22년 사이 13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중 명품 브랜드가 70%를 차지한다. 이밖에 안전성 평가자격 소유자의 급여가 월 5만위안으로 치솟는 등 구인난을 겪기도 했다.
한편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화장품 안전관리지원체계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① 국가별 규제 정보 ② 원료 안전성 평가 자료 정보 ③ 차세대 동물대체시험 툴 ④ 화장품 안전성 검토 ⑤ 안전성 평가 전문인력 양성 교육 등 글로벌 시장 규제 대응 및 2028년 국내 도입을 앞둔 안전성 평가 제도의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사이트의 기업 이용률도 크게 늘어 국가별 화장품 원료 통합 정보시스템(cis.kcii.re.kr)에는 3600여 기업이 가입했다. 또한 ▲ 국가별 안전성 평가 규제에 맞춘 가이드라인 발간 ▲ 최신 원료 동향 등을 제공하고 있다.
K-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 도입은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일본 등에서 문의가 왔다는 전언이다. 140여개국에 수출하는 K-화장품 입장에선 수출국과의 규제조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 FDA 초청 MoCRA 규제 설명회 △ 아시아 당국간 규제협력 위한 포럼+회의(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개최 등 다각적인 규제외교를 펼치고 있어 업계의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