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al ➌ 2025년 글로벌 화장품 키워드 DEI
2025년 전 세계 화장품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가 DEI다. DEI란 '다양성·형평성·포용성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의 첫 글자다. DEI를 조직 구성원 관리(HR) 이슈만이 아닌 비즈니스와 연결된 테마로 봐야 한다. △ HR 관점 △ 리스크(제품/기술) △ 비즈니스 기회 △ ESG 등 다방면에서 접근하면 미래의 먹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K-화장품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DEI가 무궁한 혁신 아이템을 끌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2024 티르티르
티르티르(TIRTIR)는 지난 7월 ‘마스크 핏 레드 쿠션’ 30개 쉐이드를 국내외 시장에서 론칭하며 업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제품은 ‘23년 일본 앳코스메에서 쿠션 카테고리 1위를 시작으로 미주 아마존 전체 뷰티 카테고리 1위, 파운데이션 카테고리 1위 등 어워드만 34관왕에 오르며 6월 기준 763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자칫 여기서 끝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반전이 3천만개 판매로 이어졌다. 328만명 구독자의 ‘미스달시’ 운영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의 “한국의 쿠션은 가장 어두운 색상조차 흑인 소비자에게 너무 밝다”라는 한마디였다. 티르티르는 이에 신속하게 대응했고, 한 달 후 흑인 피부톤에 맞춘 어두운 색상의 쿠션 11개를 그녀에게 선물했다.
그녀의 ‘제품력과 자신에게 착붙인 쉐이드로 환호’하는 영상은 4천만 조횟수를 기록했다. 또 자신의 톤에 맞는 쉐이드를 찾아 리뷰하는 글로벌 인플루언서의 영상이 1천개 이상 오가닉(organic)하게 제작, 바이럴 됐다.
티르티르는 그녀의 지적에 기존, 쿨, 웜 등 3가지 컬러에서 핑크, 로지, 뉴트럴, 올리브, 골든 등으로 세분화, 본연의 피부색인 언더톤까지 고려해 13호부터 55호까지 총 30개의 쉐이드를 구성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로 인해 “한국 파운데이션 중 가장 다양한 쉐이드의 쿠션” “흑인 피부에도 착붙” 등 SNS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사실 K-화장품으로선 DEI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도전이다. 티르티르는 △ 인디 브랜드의 기획력 △ ODM의 제품력, 출시 속도 △ 멀티플랫폼, SNS 등 다각적인 고객 접점 확보 등 돋보인 성공스토리를 작성했다. K-화장품의 글로벌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2025 포용적(Inclusive) 뷰티
이렇듯 DEI는 ➊ 고객 충성도 향상 ➋ 비즈니스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키포인트다. 포용적 뷰티는 광범위한 사람들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제공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미의 ‘포용성’은 △ 피부 색 △ 나이 △ 성별 △ 신체 크기 △ 접근성 △ 다양한 피부유형 △ 민감성 △ 상태 등을 포함한다. 이른바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맥락이 닿아있다.
포용성은 윤리적인 관점뿐 아니라 다양한 시장의 확장성을 가진다. 트렌드나 마케팅 전략보다 사람들의 의식변화에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시장 기회라는 실마리를 끄집어낸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포용성을 수용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소비자 사이에 소속감과 선택권이 생겨 브랜드 충성도와 신뢰가 높아진다.
또 SNS에서의 느슨한 고리를 ‘포용성’으로 매듭을 짓고 그물처럼 엮어낼 수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우선시하는 브랜드는 브랜드 평판이 향상되며 더 폭넓은 고객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고,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 초개인화, 파편화, 셀프케어, DIY를 아우르는 소비자 공감의 차별화 전략이다.
소비자 분석기업 시르카나(Circana)와 마케팅 기업 시미 인텍스(SeeMe Index)의 공동 연구에서 포용적인 브랜드는 포용성이 낮은 브랜드보다 1.5배 더 빠르게 성장했다고 한다. AI 기술을 활용하여 ▲ 광고 ▲ 제품 포지셔닝 ▲ 브랜드 정체성 6요소 (① 성별 표현 ② 피부톤 ③ 나이 ④ 신체 크기 ⑤ 문화적 다양성 반영 ⑥ 장애 여부 등)에 대한 브랜드의 포용 노력을 측정했다.
40개 뷰티 브랜드의 성장률을 평가해보니 포용성을 받아들인 △ 맥(M·A·C) △ 도브(Dove) △ 로레알 파리(L'Orél Paris) △ 메이블린 뉴욕(Maybelline New York) △ 엔와이엑스 코스메틱스(NYX Cosmetics) △ 펜티(Fenty) △ 엘프 코스메틱스(elf Cosmetics) 등은 그렇지 않은 브랜드(12%)에 비해 높은 성장률(18%)을 기록했다.
뷰티 브랜드들은 포용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피부색이나 성별, 문화적 배경 등을 반영한 제품을 출시한다. 다양한 소비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제품과 캠페인에 포용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젠더 인클루시브 화장품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Milk Makeup)은 남성용 색조 제품(크레용 타입의 립스틱)을 선보였으며, 모든 캠페인에 남성을 모델로 등장시킨다.
커버걸(CoverGirl)은 실제 사람들의 피부색에 맞는 40가지 색상의 파운데이션을 출시하고, 제품 개발 과정을 광고에 담아 ‘인간 중심’ 브랜드로 정체성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로봇이 개인 맞춤 컬러를 진단하고 현장에서 즉시 제조하는 150가지 컬러 풀을 보유한 ‘비스포크 네오(Bespoke Neo)를 선보였다.
타 산업에서도 포용성을 혁신 이슈로 활용한다. ▲ 의학·생명과학: 성·연령·인종 특성에서 오는 변수를 고려한 제품 안전성 ▲ 인공지능·자율주행: AI, 빅데이터의 남성/백인 중심 데이터 입력 오류 ▲ 자동차: 충돌 테스트에 여성 특성 미반영 ▲ 유해 화학물질: 여성의 체내 유해화학물질 축적과 전이 ▲ 건설: 현장에서 여성 사이즈 규칙 개정 ▲ 사무실: 성별·연령·국가에 따라 실내 적정온도 차이 등이 혁신과 기회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패션에선 10억명의 장애인(세계인구 15%)을 위한 ‘Body Positive' 인식하에 Adaptive Fashion이 착용이 쉬우면서 디자인도 아름다운 패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DEI 이슈는 기업의 혁신 잠재력을 증대시키는 유용한 접근 프레임이 될 수 있다. 참신한 문제 제기를 가능하게 하여 일반적인 다수에게도 매력적인 제품과 기술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인클루시브 뷰티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 색상범위 확장 △ 성별 중립적 제품 △ 연령에 대한 긍정성 증진 △ 장애인을 포용하는 높은 접근성 등 실질적인 변화(제품+기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Cosmetics Business) 이는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를 기반으로 특정문제에 집중함으로써 도출된다. 인디브랜드의 특징인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한다면 독보적인 달콤함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