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유통업계의 체감경기는 업태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는 ‘82’로 집계됐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무역수지 개선, 자산가치 상승 및 추석특수에 대한 기대감 등에 힘입어 오프라인업태를 중심으로 경기 기대감이 살아난 반면, 온라인쇼핑은 온라인시장 내 경쟁이 치열한데다가 중국 이커머스 공세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 등이 체감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업태별로 대형마트(103)와 백화점(103)이 기준치(100)를 웃돌며 전체 지수상승을 견인했다. 편의점(79→88), 슈퍼마켓(77→85)도 개선에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온라인쇼핑(84→69)은 업태 중 유일하게 기대감을 낮췄다.
대형마트가 ‘103’을 기록하며 백화점과 함께 가장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외식비‧배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밥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고물가에 대응한 할인행사, 초저가상품, 소싱 통합 등을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 노력이 작용했다. 여기에 9월 추석 특수도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백화점(103)도 3분기 추석 대목이 있는데다 주식‧가상화폐 등 자산가치가 상승세에 있고, 원화 약세로 외국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백화점 3사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40% 내외 성장했었다.
편의점(79→88)도 전분기 대비 전망치가 개선됐다. 3분기가 아이스크림, 음료‧주류 등이 잘 팔리는 성수기인데다가 파리올림픽 특수 기대감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경쟁 심화로 인해 점포당 매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슈퍼마켓(77→85)도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높은 물가 탓에 내식용 식품 매출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소량구매와 근거리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당일 즉시배송 서비스 강화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 기대감을 키웠다.
온라인쇼핑(84→69)은 업태 중에서 유일하게 전망치가 하락했다. 초저가를 무기로 중국 온라인플랫폼의 공세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플랫폼 규제에 대한 우려가 체감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온라인플랫폼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유통업체들은‘현재도 앞으로도 경쟁해야 할 상대(51.4%)’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이어‘당장은 경쟁상대가 아니지만 향후 경쟁해야 할 잠재적 경쟁상대(23.8%)’라고 답해, 알‧테‧쉬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했다.
애로사항으로는 비용 상승(31.6%), 시장경쟁 심화(17.8%), 중국 온라인플랫폼 공세 확대(16.4%), 상품 매입가 상승(14.6%), 고금리 지속(13.4%) 등을 차례로 들었다.
고금리‧고물가에 대한 대응으로는 저가상품 및 PB상품 확대(32.6%), 판매가격 인하(13.4%)를 들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 ‘고급화 또는 차별화’ 11.6%, ‘구매자 혜택 강화’ 9.2%, ‘기타’ 10.0%, ‘별다른 대응 안함’ 23.2% )
판매가격 인상요인 발생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매입가 등 외부 인상분만큼 판매가격 인상(36.2%)’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외부 인상분보다 낮게 최대한 판매가격 인상 자제(26.4%), 외부 인상요인 발생에도 기존 가격 유지(20.2%)라고 답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외부 인상요인(매입가 등) 및 내부 인상요인(인건비, 관리비 등) 모두 판매가격에 반영’ 9.4%, ‘기타’ 7.8% )
대한상의 장근무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는 저가상품 수요와 합리적 소비행동은 변함없이 존재할 것”이라면서 “비즈니즈모델 및 판매 혁신 등을 통한 가격 경쟁력 제고로 시대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시장수요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