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화장품 수출이 글로벌 3위에서 4위로 추락하며 위기감을 키웠다. 6일 발표된 수출실적을 보면 프랑스 194.4억달러 미국 10.7억달러 독일 87.3억달러에 이어 한국은 79.5억달러로 ‘21년 3위에서 한 단계 미끄러졌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자국제품 선호 추세 등으로 26% 감소(-12.7억달러)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식약처가 수출 감소 요인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것은 가당치 않다는 반응. 중국 수출 감소 원인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한 화장품법의 ’제조업자 표기‘ 삭제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은 규제 외면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제조업자 표기' 문제는 브랜드사 수출 이후 재주문 대신 라벨에 붙여진 ODM사로 연락함으로써 ① 견적가 확인 후 브랜드사에 가격 인하 요구 or 재주문을 ODM사로 발주 하고 자사 브랜드로 판매 ② 유통채널의 경우 PB화로 made in Korea 만 표기 ③ 유사 복제품(me too) 시장에 범람 ④ 라벨 제조사 표기에 따라 품질 상관없이 대기업 ODM으로 몰리며 중소 ODM사도 역차별로 매출 하락 ⑤ 해외 유통채널, 수입상들의 브랜드사 제품 재주문 거절로 브랜드사는 상품기획 및 마케팅비 등 투자 회수 불능 상태로 도산 위기 ⑥ 전체 한국산 화장품의 시장 퇴출로 브랜딩 실패 등 엄청난 부작용을 내고 있다.
이미 2018년부터 중소기업들은 해외 수출시장 개척 현장에서 ’제조업자 표기‘로 인한 수출 감소 및 중소기업(책임판매업자, 중소OEM/ODM)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꾸준히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이 4년째 계류 중임에도 이를 업계 내부 문제로 치부하고 주무부처인 식약처가 외면함으로써 결국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 축소, 철수 사태를 야기했다.
그동안 왜곡됐던 “’제조업자 표기‘로 인한 수출 감소 야기”라는 내부 문제가 2022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최근 3년간 화장품의 대 중국 수출이 36.3억달러(‘20) → 45.1억달러(‘21) → 29.8억달러(’22)로 중국 수입시장 3위로 추락한 데서도 드러난다. 특히 지난해 하락률이 –34%로 전체 수출 화장품 감소율 –11.2%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22년 6월 이후 대 중국 수출은 매월 –10% ~ - 46.9%로 큰 폭으로 14개월째 하락 중이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누적 중국 수출액은 12억달러로 –25.7%를 기록 중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중국 수출은 26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다행히 중소기업의 저돌적인 해외시장 개척은 지역 다변화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6월 누적 화장품 수출은 +0.6% 증가로 돌아서며, 중국의 감소분을 타 국가의 증가분으로 메우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중국 일변도에서 다변화로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중소기업 사이에선 중국에서 벌어졌던 사달 즉 ’제조업자 표기‘로 인한 미투 제품 양산과 브랜드사를 빼고 직접 ODM사로 연결, 해외 유통채널의 한국 브랜드사 제품을 베낀 PB화 등 바이어 이탈 현상이 신흥시장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어, 공포감을 낳고 있다.
화장품은 중소기업 수출품목 1위이자 소비재 수출의 일등 효자 품목이며, 우리나라 무역흑자의 4분의 1 이상(’21년 무역흑자 293억달러 중 화장품 흑자 78.8억달러로 27%)을 담당하는 국부 창출의 주역이다. 그 대부분을 2만여 중소기업이 해외시장 개척에서 이룬 성과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수출 애로사항 1위인 화장품법 개정(제조업자 표기 삭제)을 차일피일 미루는 식약처가 규제 혁신을 외처본들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고 한다. 날개 구실을 못하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붙는다. K-뷰티 수출의 날개는 바로 중소기업이다. 다시 비상하려면 날개를 추슬러야 한다. 화장품 수출의 비상은 중소기업의 피와 땀과 노력으로 결실을 맺는다. 더 이상 ‘제조업자 표기 삭제’ 화장품법 개정을 미룰 수 없다는 점을 식약처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발 제조업자 표기 삭제를 해달라”라고 읍소하는 중소 ODM사 대표의 절규가 기자의 귀에 쟁쟁하다. 어찌 이런 말을 한번만 들었을까만은 6일 발표된 “수출 13% 감소, 생산실적 –18%”라는 성적표를 받아보며, 생존 현장에서 겪는 중소기업들의 피눈물이 배어나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