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화장품 경기 ‘R의 공포’ 오나?...불황·수출부진에 ‘돈맥 경화’ 긴장

화장품 시장규모 7조원대로 코로나 이전보다 24%↓...‘경기 둔화’로 화장품업계 ‘생계비 위기’

화장품 업계에 ‘R(recession, 침체)의 공포’가 죄어오고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중소 제조사인 A사는 수억대에 달하는 미수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린다. 또 다른 B사는 홈쇼핑에서 완판을 했지만 밴더사가 지급 연기를 사정함에 따라 자칫 물릴까봐 불안이 크다. 부자재 C사는 납품을 했는데 주변 제조사로부터 미수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호소한다. 

D 대표는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미수금이 쌓이고 있다는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마스크 해제 에 따라 일감 부족이 일부 해소되나 싶었는데 이젠 수금이 제때 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얽히고 설킨 유통→브랜드→ODM→부자재에 이르는 돈 흐름상 제때 대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돈맥경화’다. 

물론 일부 기업에게 국한된다면 다행이지만  좀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계 상황까지 몰린 업황이 발목을 잡을까 걱정스럽다.   



이런 소식이 들린다는 얘기는 화장품 매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기 때문. 화장품 소매 판매는 35조원(‘19)→29조원(’20)→31조원(‘21)→33조원(’22)로 2019년 기준 코로나 3년 동안 12조 원대 매출이 증발했다. 

시장규모(생산-수출+수입)도 10조원(’19)→7.6조원(’20년)→7.6조원(’21년) 대로 주저앉았다.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화장품업계는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이 4년째 이어지며 체력이 고갈됐다. 마스크 해제로 매출 숨통이 트이려니 했으나 돈줄 흐름이 막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기재부는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흐름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이미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째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었는데, 사실상 “우리 경제가 경기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이다. “수출이 꺾이는 모습이 지속됐고 최근에는 소비마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일정 시점부터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모습을 확인하는 메시지”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경기 둔화는 소비 위축→감소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당장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3.7%, 할인점은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색조 판매 증가는 마스크 해제 따른 기저 효과에 다름 아니며 영향도 극히 미미하다. 자칫 경기 둔화로 화장품 소비 감소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물가 폭등과 함께 화장품 가격 인상은 소비자 지갑을 닫히게 할 게 뻔하다. 

내수 부진에 1월 수출 17% 감소도 화장품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수출은 8개월째 마이너스다. 



새해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과 리오프닝 기대감, 2월 18일부터 한국 국민 대상 중국 단기비자 발급 재개 등 긍정 소식도 들린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의 수출부진 만회를 위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등 중국 리오프닝을 수출확대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이 최대 수출국인 만큼 수출 감소세 완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對중국 수출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재(화장품, 가전 등), 중간재(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등), 자본재(공작기계 등) 수출 확대를 위해 전시회 참가 및 한국 이미지 제고, RCEP 활용 등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경제는 상반기 펜트업(pent-up) 효과에 따른 소비 반등이 예상되나, 하반기부터 코로나 재확산, 부동산 회복 지연 등 하방압력이 재차 발생하며 ‘역U자형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화장품업계는 대중국 수출 감소세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 화장품 소비도 작년 4.5% 감소하면서 사상 최초로 뒷걸음질 쳤다. 펜트 업 효과가 K-뷰티로 옮겨오길 기대하지만 그간 중국 판매망이 붕괴된 데다 온라인은 마케팅비+인증비용 증가로 K-뷰티에겐 여전히 어려운 채널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는 ‘The Global Risk Report 2023'을 발표했다. 향후 2년간 최대 리스크로 생계비 위기(cost-of-living crisis)가 꼽혔다. 러-우전쟁과 팬데믹이 에너지 위기, 식량부족,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키며 생계비가 급증하였고 특히 취약계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화장품업계도 이젠 ‘생계비 위기’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게 적확한 진단이다. 극히 일부 사실을 가지고 화장품 주가를 띄우는 작난에 일부 언론의 부하뇌동도 자괴스럽다. 동업자 정신만이 그나마 상황 타개에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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