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K-뷰티 혁신의 길] ③비슷비슷 차별성 없는 미투 양산, 기능성화장품제도 폐지해야

해외 바이어들 “한국 업체 간 똑같은 기초제품 경쟁”... K-뷰티 중저가 미투 vs J-뷰티 ‘장인정신’ 비교 →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일등·혁신’ 패러다임 전환 요구

회색코뿔소(grey rhino)란 충분히 예견되며 파급력이 클 것이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소를 말한다. K-뷰티의 회색코뿔소로 ’기능성화장품 제도‘가 부각되고 있다.  

6일 대한화장품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장품선진화협의체’는 기능성화장품 제도 폐지(안)를 내놓았다. 사전 심사 보고제도인 기능성화장품 폐지를 통해 일등, 혁신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대한화장품협회 이명규 부회장은 “K-뷰티는 작년 수출이 13% 감소하는 역성장을 겪었다. 중국 특수의 호황기는 끝났으며, 전세계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아이디어의 혁신제품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혁신·창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가 럭셔리 문화를 배경으로 로레알이 탄생했듯 현재 K-콘텐츠 열풍을 바탕으로 K-뷰티 혁신제품 출시와 K-브랜드 등장이 요구된다”고 시의적절성을 언급했다.  

우선 기능성화장품제도는 획일화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21년 기능성화장품 생산실적은 4조 9891억원으로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이중 95%는 보고 품목이며, 동일한 효능 고시 성분을 사용한 품목(1호 보고)이 약 90% 이상이라는 게 협의체 관계자의 말이다. 즉 고시된 동일 효능성분을 사용한 제품이 수십 년 동안 넘쳐나면서 차별성과 경쟁력은 이미 상실되고, 사전 심사 제도는 정부와 업체 모두에게 규제 준수 비용만 증가시킨다. 

현 제도 하에서는 기업이 새로운 유효성분이나 기술을 개발하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어도 다시 복잡한 정부의 검증 절차를 받아야 한다. 이렇다보니 신원료 개발이나 창의적인 제품 개발 보다는 쉽게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고시성분을 사용한 미투(me too) 제품만 양산한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의욕을 저하시키고 다양한 혁신 제품 출시와 광고 표현을 어렵게 한다. 규제를 두기보다 시장에 맡겨 차별화된 기능성화장품을 업체 스스로 개발, 책임지게 하자는 취지라고 협의체는 강조한다. 

기능성화장품제도는 미투 양산으로 경쟁력을 깎아먹는다. 스킨케어에서 비슷비슷한 차별성 없는 제품, 미투 제품은 줄곧 해외 바이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자 불만으로 꼽힌다. 레브론 시니어브랜드 매니저 사라 장은 한 인터뷰에서 “K-뷰티는 고품질의 스킨케어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브랜드 수가 서서히 과포화상태에 이르러 특별한 특징 없이 유사한 피부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제품을 출시할 때 K-뷰티가 주요 셀링 포인트가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비판한다. 

규제에 익숙한 현실은 신제품 출시를 과도하게 지연시키며, 책임소재 불분명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선진화협의체 관계자는 “정부 주도 규제는 여러 심사 및 인증 절차로 신제품 출시를 기업 일정에 맞출 수 없게 한다. 또 사고 발생 시 책임이 원료사, 브랜드사 or 식약처 중 어느 곳인지 모호하며 신속한 분쟁해결을 저해한다”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소비자 단체들이 식약처를 몰아세우니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정작 소비자를 위한 기업의 노력은 뒷전으로 밀린다. 정부 규제를 마케팅으로 포장하거나 공포 마케팅을 일삼는 일부 기업과 인플루언서의 행태는 업계의 건전한 경쟁 환경에 찬물을 끼얹는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시간 소모, K-뷰티 이미지 훼손은 두고두고 악재로 작용한다. 

또한 기능성화장품 사전심사제도는 맹목적이다. 의약품은 주성분의 약리작용으로 질병의 치료/예방에 효능효과를 나타내야 하므로 주성분의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가 가능하다. 협의체 관계자는 “화장품은 모든 성분이 복합적(mix)으로 작용하여 효과를 낸다. 현재의 주성분 중심 사전심사는 화장품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라며 “소비자 니즈에 따라 최근 다양한 식물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제품 개발이 활발하다. 그런데 이를 심사받기는 매우 어렵다”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바르는‘ 화장품 vs ’복용·주사‘하는 의약품의 유효성·안전성 심사는 달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기능성화장품 제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인 사후관리체계나 민간 주도의 산업발전과 맞지 않는다. 과거 2000년 화장품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기능성화장품제도는 경쟁력이 없던 국내 기업 보호용이었다. 이젠 국가별 기준이 다른데다 우수한 제품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현실에서 한계에 이른 점도 폐지 요구 이유다. 미국·유럽·일본의 경우 기업의 자율 책임과 실증을 요구한다. 기능성화장품의 효능=정부 관리의 한계로 글로벌 소비자 니즈 대응이 어렵다. 

중국에서 왕홍 마케팅을 전개하는 뷰티더라이브 류광한 대표는 “중국 왕홍들은 J-뷰티를 소개할 때 ’장인정신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강조만 해도 매출이 나온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반면 K-뷰티는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은 걸 모르겠다, 특별한 게 없다라는 반응이 많다”라며 씁쓸해했다. 

규제에서 벗어나 ’무한 경쟁과 신박한 아이디어‘를 위한 체질 강화라는 게 기능성화장품제도 폐지의 변(辯)이다.  중국 편중에서 벗어나 수출다변화를 위해서라도 현지화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한다. 

정부 규제가 없는 기능성화장품을 소비자가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 대해 이명규 부회장은 "'문제가 생기면 망한다'라는 위기감으로 기업이 품질과 안전 역량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 소비자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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