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국화장품수출협회와 시장전략연구소, 씨앤씨뉴스가 주관하는 글로벌 수출사관학교가 위기에 빠진 K-뷰티의 수출 부활을 위해 D2C(Direct to Consumer) 혁신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는 마케팅 대전환기에 놓인 시점에서 K-뷰티 중소기업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다. 자세한 내용은 오는 5월 18일부터 시작되는 수출사관학교 강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왜 D2C일까? 먼저 패러다임 변화다. 화장품산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X이벤트(extreme event)에 취약하고 이를 극복할 대안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 입증됐다. 향후 감염병 전파, 기후변화, GVC 변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번갈아 찾아올 변화와 위기 시 화장품산업의 취약성은 심각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미시적으로 중국 시장 퇴조를 극복하려는 K-뷰티 중소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되살리고, 북미·유럽 등의 선진시장과 아세안·중남미·중동으로의 수출다변화 노력이 절실하다. 딱히 컨트롤타워가 없는 업계 현실상 살아남기 위해서 ‘각자도생’ 밖에 없다는 업계 인식도 한몫 했다. 결국 화장품기업의 유일한 대안은 ‘나만의 고유한 마케팅’ 발굴이라는 절박함이다.
마케팅은 제품 생산이나 유통방식, 미디어 발전 등 환경 변화 및 소비자와 소통방식에 따라 변화의 단계를 거친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에 기업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려면 마케팅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시장전략연구소 박영만 대표는 “시장에서 마케팅, 물류, 판매활동, 브랜딩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연결이 어려우면 돈을 뿌리는 것밖에 안된다. 최근 중국시장의 혼란은 오히려 K-뷰티에겐 어부지리일 수 있다. 이커머스의 핵심은 물류다. 중간 유통단계인 총판, 대리상을 통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를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D2C가 K-뷰티 중소기업에겐 기회”라고 강조했다.
D2C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CBT(Cross-border E-commerce·跨境电子商务)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조사가 문을 닫고 있을 때 수 억개 제품은 어떻게 될까? 성수기를 맞은 시기에 품귀 또는 공급여력이 딸린다면? 만약 이커머스 시장이 고도화되어 있다면 물류 회복이 되는 순간 보복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중국 위생허가도 소비자의 해외직구로도 가능한 길이 열려 있고, 개인은 개인 신분증번호만 입력하면 구매에 어려움은 없다.
최근(4.25) 주중한국대사관이 마련한 ‘중국 콰징(跨境电商) 비즈니스-더우인(抖音)’ 강의에서 박영만 대표는 “CBT는 브랜드와 고객과 직접 만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통관이나 증치세 부담도 가볍다. 브랜드사는 ‘레퍼런스 마케팅’만 집중해서 연구하고 실행하면 된다. 새로운 채널의 등장은 그때마다 대응하면 된다”고 말한다.
중국 CBT이커머스 수입금액은 ‘20년 3070억위안을 넘어섰다. 이를 이용하는 중국 해외직구(하이타오·海淘) 이용자 수도 1.6억명에 달한다.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중국 3대 플랫폼 판매액도 더우인, 콰이쇼우 등에서 30~40%대로 비중이 늘어나며 확대 중이다.
한편 동남아 라자다(LAZADA), 쇼피(Shopee)의 공식 에이전시인 글로벌이피(Global EP)는 작년 솽스이(11·11, 광군제)에서 온라인과 이커머스에서 238%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이피 김흠 대표는 “약 25곳의 K-브랜드사의 컨설팅 및 운영 대행 서비스를 맡고 있으며 작년 십일절(11·11)과 더블데이(12·12) 행사기간 동안 라자다와 쇼피에서 매출 극대화 성과를 이뤘다. 쇼피 및 라자다의 1호 에이전시로 수많은 중소·강소기업의 지원사업을 통한 판로개척에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2021년 라자다코리아의 매출 넘버원이 글로벌이피다.
또한 글로벌이피는 인도네시아의 메가 인플루언서 ’써니다혜‘와 손잡고 K-뷰티 라이브방송을 통해 동남아 최단기간 3만 7천명 시청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라자다 인도네시아의 Top100에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랭크됐다.
김흠 대표는 “K-뷰티가 중국과 인도네시아·아세안·브라질 등 시장개척에 나서야 할 때 현실적으로 CBT 접근이 적절한 기회다. 어느 나라나 CBT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고, 중국과 아세안의 해외직구 붐은 현재의 트렌드다. 여기에 선제적으로 접근해서 시장을 선점해야 중장기적으로 K-뷰티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사실 한국 소비자도 해외직구가 활발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온라인 해외판매는 3.4조원인데 비해 해외직구는 ’21년 5.1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25.8% 증가했다. 2016년 이후 우리나라는 온라인 직판보다 해외직구가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직구 붐은 ▲국내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 ▲직구 쇼핑몰 증가 및 ’해외직구 방법‘ 등 정보 공유로 접근성 상승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통제로 억눌렸던 소비심리의 대안 등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해외직구 채널은 ①소비자와 해외 사이트의 직접 거래 ②배송대행지(배대지) 거쳐 배송이 두 번 진행되는 대행 방식 ③국내 구매대행업자에게 비용 지불하고 물건을 받는 구매 대행 방식 등이 있다. 이는 중국·아세안 등 해외 플랫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방식을 화장품 수출에도 적용해보자는 게 CBT 이커머스 활용이다. K-뷰티가 널리 알려진 중국과 아세안·중동·러시아 등 외에 새롭게 남미·아프리카 등의 시장 개척에도 용이하다는 게 강점이다. 글로벌이피는 최근 브라질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CBT 이커머스에서의 마케팅은 D2C가 적격이다. 이제 K-뷰티의 미래는 빅테크 기술 발달과 더불어 D2C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좌우하리라는 게 박영만·김흠 대표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