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는 지난 코로나 2년 동안 10조여 원을 잃었다. 오프라인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자제로 매출 감소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21년 온라인쇼핑에서 거래되는 소비재 23개의 상품·서비스 가운데 유독 화장품만 1.8% 감소한 사실은 충격적이다. (관련기사 ‘21년 화장품 온라인 매출 –1.8%...소비재 중 유일하게 감소 (cncnews.co.kr)
팬데믹 상황이라지만 정작 마케팅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실제 화장품은 코로나 이전인 ‘19년까지 20%대 증가세였고, 기자가 문의 또는 자료를 제공한 기업들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자사의 온라인 매출은 증가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통계청의 ’21년 온라인쇼핑 동향‘은 화장품만 역성장함으로써 ‘소비자가 외면한 마케팅 실종’을 드러냈다.
코로나 기간 동안 화장품의 온라인 마케팅 실패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C&I 소비자연구소 선임연구원 최지현 화장품비평가는 “화장품 업계는 화학성분 비방, 케미포비아 등 소비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공포를 자극해 반사이익으로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을 벌여왔다. 덕분에 큰 성장을 한 기업도 있었고 이를 여러 기업이 따라함으로써 화장품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부작용을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스티안재단 주최 ’화장품혁신 세미나‘, ’착한 마케팅을 고민한다‘에서 인용)
그러면서 그는 “업계는 ▲화학성분 비방과 무첨가 마케팅 ▲EWG 유해도 지수 마케팅 ▲천연성분 마케팅 등 3대 방식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소비자의 비과학적 사고 유발 △비상식적인 클레임 증가 △마케팅 비용 증가(천연유기농 인증, 인체적용시험자료, 불순물 불검출 자료 등 비용 증가) △비슷비슷한 제품의 재탕 삼탕 판매 △식약처·화장품법의 효능 등 제도 불신 △과학적 근거를 믿지 않고 유명 유튜버에 의존하는 반과학적 사고 팽배 등의 부작용이 마케팅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펼쳐졌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불량정보로 인한 소비자 불안, 화장품과학자가 직접 나서라 (cncnews.co.kr)
EWG 마케팅에 대해서도 ①EWG는 과학단체가 아니며 그들의 자료가 과학적이지 않고 ②화장품은 유해성이 아닌 위해성이 평가 기준이어야 하며 ③그린 등급에 맞추다 보니 모든 제품이 비슷비슷해지고 ④등급이 자꾸 변하다 보니 광고에 표시된 등급이 바뀌면 부당광고에 해당될 수 있는 데다 ⑤EWG의 인증·보증 등의 의미로 광고하면 ’화장품 표시광고를 위한 인증보증기관의 신뢰성 인정에 관한 규정‘에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최지현 화장품비평가는 “클린뷰티 마케팅도 클린(clean) 성분을 강조하지만 그 기준은 지금까지의 성분 공포마케팅과 다르지 않다. 천연 식물성분만 클린 성분으로 규정하여 다른 모든 성분을 ’더티(dirty)‘한 성분으로 오해하게 한다”라며 “천연성분도 탄소배출, 쓰레기 배출이 만만치 않고, 천연성분으로 대체하는 것이 Sustainable Beauty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이미 유럽과 미국 언론은 클린뷰티에 대한 허점에 대해 많은 기사를 쓰고 있으며, 데시엠(디오디너리)은 클린뷰티 마케팅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화장품 마케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지현 화장품비평가는 “마케팅이 반드시 과학적 사실, 정확한 정보만 담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 어느 정도 과장된 표현, 위트와 재미를 담은 주장과 호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창의적 마케팅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착한 마케팅‘이 화학성분 비방, 과학적 사실을 심하게 왜곡하지 않는 마케팅 방식’이라고 한다면 디오디너리와 로레알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추천했다.
디오디너리는 제품에 화려한 포장 없이 성분 팩트로만 건조하게 설명하는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로레알은 클린뷰티의 콘셉을 다듬어서 ‘컨셔스 뷰티(conscience beauty)’로 명명하고 과학적 근거를 중요시하고, 공포 마케팅을 하지 않으며 여러 플랫폼에서 소비자 교육, 팩트 체크, 실용적인 팁을 제공한다.
최지현 화장품비평가는 “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건네는 메시지라고 할 때, 건강하고 합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다. 기존 마케팅 방식에 대해 돌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소비자와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사실 화장품업계는 앞서 언급된 세 가지 방식에 맞춰 MCN, 홍보대행사, 인플루언서가 라이브방송과 SNS마케팅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목소리만 큰 유튜버’가 판치는 기이한 마케팅으로 변질되며 식상한 소비자로부터 눈총과 외면을 받아왔다.
게다가 공정위가 작년 2~4분기 적발한 1만 7천여 건의 뒷광고 게재 품목 중 화장품이 제일 많았다는 결과도 충격적이다. SNS(네이버 블로그·인스타그램·유튜브)를 대상으로 영향력, 유사 게시물 발견 빈도, 체험단 모집 사이트에서 모집 등이 활발했던 점에서 모든 화장품의 후기·리뷰 등에서 소비자가 믿을만한 정보라고 할만한 게 사실상 없었다는 지적이다.
댓글 조작 논란과 과학적 근거 없는 ’~카더라‘ 정보가 인플루언서 자의적으로 마구 소개되는 현상이 범람하는데, 이렇게까지 소비자 신뢰를 잃고서 어떻게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2022년은 화장품산업이 내수와 수출 양면에서 불황 심화 or 반전에 성공하느냐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고객 관점의 전략적 마케팅 마인드‘를 갖추고 마케팅을 새롭게 리셋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