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기업들이 친환경 패키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향후 마케팅 및 클린뷰티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SDGs) 패키지 개발이 K-뷰티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뷰티산업무역협회(KOBITA) 김승중 부회장은 “플라스틱 저감 용기 사용, 재생지 사용, Loop 등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지속가능한’+‘환경을 배려한’ 용기 개발이 필요하다.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뷰티 패키지에 대한 브랜드사들의 아이디어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K-뷰티가 친환경 패키지를 선도하자는 바람을 전한다.
현재 전 세계 뷰티 기업들은 생분해성 포장~재활용까지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대체로 ①생분해성 패키지 ②재활용 및 재사용 플라스틱 사용 ③No 패키지 ④지속가능한 용기·포장 네트워크 등의 움직임으로 요약된다.
영국의 천연화장품 브랜드 ‘Wildsmith’는 세럼과 크림 세트 패키지에 균사체를 사용한다. 균사체란 곰팡이나 버섯 등 균류를 구성하는 실 모양의 균사가 촘촘하게 얽힌 상태로 자란 것을 말한다.
이 브랜드는 유기농 버섯의 뿌리에 옥수수와 보리껍질 등 농업 폐기물을 혼합하여 자연에서처럼 균사를 성장 시켜 완충재 역할을 하는 ‘상자’를 제작했다.
사용 후 화단이나 퇴비에 파묻으면 30~90일에서 완전히 흙으로 바뀐다. 때문에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남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90% 절감하는 데다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
북미 브랜드인 ‘Elate Cosmetics’는 윤리(ethic) 소비를 브랜드 이념으로 내세운다. 폐기물 절감을 위해 패키지는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PCR)만 사용, zero wsate 100%를 목표로 한다.
이 브랜드의 생분해성 패키지 중 하나가 고지(古紙)에 꽃씨를 섞은 시드페이퍼(seed paper)다. 파운데이션+치크(cheek)+아이컬러 등의 리필제품 패키지로 사용한다. 물에 1시간 정도 담갔다가 흙에 묻어주면 몇 주 사이에 싹이 나오고 꽃이 핀다는 설명. 화장품을 구입하는 동시에 꽃을 기르는 재미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콘셉트로, 브랜드 리뷰에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긍정 댓글이 달린다.
이와 비슷하게 발아(發芽) 용기를 제안하는 브랜드가 대만의 ‘O'right’다. 유기농 샴푸 병은 야채나 과일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병에 씨앗이 들어있다. 사용 후 병을 땅에 묻으면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어 결국 식물이 자란다. 뚜껑은 대나무로 만들어 패키지에 자연과 환경에 대한 배려를 담았다.
이에 대해 화장품업계 최초로 PLA용기 기술을 개발한 성진산업사 김신겸 대표는 “실제 PLA용기를 화분에 묻고 실험한 결과 매립 후 45일이면 분해되기 시작한다. PLA 용기에 씨앗을 포함하면 “화장품용기를 버리지 말고 심으세요”라는 캠페인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화장품 용기를 PLA로 만들었다고 폐기물(재활용 어려움)로 인식하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기존 플라스틱이 썪지 않아서 문제인데, PLA는 퇴비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 KAIST에서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를 발견한 연구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경북대 정희영 교수진과 공동연구로 국내 10여 곳 토양에서 분리한 200여 개 곰팡이 균주 중 7개에서 바이오 플라스틱 분해능력을 확인한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PLA 분해 촉진하는 곰팡이 균주 발견 (cncnews.co.kr)
또한 이탈리아 칸타브리아 생의학연구소는 ‘플라스틱의 폴리에틸렌을 먹고 소화하는 애벌레’(갈레리아 멜로넬라 나비 유충)를 발견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화장품업계로서는 ▲용기 디자인 문제 ▲재활용 어려움 표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 ▲용기 회수, 수거 공간 마련 ▲지속가능한 업사이클링 어려움 등의 이유를 들어 PLA용기 사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서 보면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분해성 포장은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고 일본 뷰티테크 매거진은 밝히고 있다.
두 번째로 더 이상 플라스틱을 만들지 않는다는 전제로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과 재생 플라스틱, 생물자원에서 만들어진 바이오플라스틱으로 패키지를 바꾸는 움직임도 있다. 지방시는 재활용 유리와 플라스틱을 채택해 제품 사용 후 유리용기에서 플라스틱을 제거하고 분리할 수 있다. 상자는 FSC(산림관리협의회) 인증의 바이오 소스 잉크를 사용한다.
또 100% PCR 플라스틱의 립 용기, 고밀도 폴리에틸렌제의 재활용 가능한 튜브, 사탕수수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플라스틱 용기 등이 잇달아 출시 중이다. 재생플라스틱은 신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으나 기술개발이 진행 중으로 재활용 시스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세 번째로 용기나 포장 자체를 제거하는 브랜드도 있다. ’LUSH’라는 브랜드는 패키지 제로를 목표로 배스 밤(bath bomb)이나 샴푸 등 고형제품을 무포장하는 네이키드(naked) 판매를 진행한다.
아울러 제품 배송 시에는 감자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상자를 사용하며, 고형 제품은 포장하지 않는다. 액체나 크림은 PCR 100% 용기를 사용하며 사용 후 재사용 또는 회수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Ethique’는 샴푸·린스·로션·세럼·바디워시·데오도런트 등의 제품을 고형화시킨 바(bar) 상태로 판매한다.
바를 감싸는 포장지에는 야채 잉크가 사용되며 흙에 파묻었을 때 인쇄부분은 퇴비로 된다. 이렇게 해서 1천만개의 플라스틱 병을 절감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재활용 사업을 하는 테라사이클(Terracycle)이 진행하는 재사용 시스템 루프(Loop)에도 대기업 참여가 늘고 있다. 내구성 용기에 포장해 소비자에게 배달하고, 다 비운 용기는 회수하여 내용물을 채워 반복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세계적으로 포장대란, 쓰레기 대란이 이슈다. 화장품용기도 ‘지속가능한’에 초점을 맞춘 100% 자연분해 또는 100% 재활용 등 재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