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비상..."지금 '존버' 잘하고 있나요?"

무역협회, ”현재 화장품기업 판매 실적 굉장히 저조, 시차를 두고 수출 실적 반영 예상“
중소기업연구원, 현금 유동성 확보+기업 목적과 연계된 의사결정+구성원과의 정보 공유 등 대응 필요...기초화장품, 클렌징, 비누 유망품목 꼽혀


‘존버’라는 말이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존경 받는 그날까지 버티다'라는 뜻으로 소설가 이외수가 2012년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존재를 걸고 버티다", ”견디고 또 견딘다“, ”엄청 힘든 과정을 거치거나 참는 상황에서 하는 말“ 등으로 쓰인다. 화장품 기업 사이에 ’존버‘가 절실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분기 화장품 경기는 오프라인 매출 감소분을 온라인 판매로 커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신 손 소독제와 손 세정제, 비누, 클렌징용품 등으로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수출도 3월 7.7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1~4월 누적 23.4억달러(+11.8%)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1   2분기 실적 빨간 불


하지만 5월 들어 부정적인 신호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2분기 들어 기초 주문이 일부 있을 뿐 색조는 눈에 띄게 발주가 줄었다. 대신 클렌징류 등 홈뷰티용 제품으로 버티는 중”이라는 ODM업체 관계자의 말이 상황을 대변해준다. 손 소독제, 손 세정제도 포화상태라는 전언이다. 


화장품 팔 곳도 구조조정으로 감소 중이다. 명동의 매장들도 휴업 내지 폐점 분위기다. 한 매장 관계자는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장사가 되겠나? 중국인 관광객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문광부의 3월 중국인 관광목적 입국자 수는 5040명으로 전년 대비 98.6% 줄었다.


롯데쇼핑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연내에 백화점 5개, 대형마트 16개, 슈퍼 74개, 롭스 25개 등 120개 매장을 폐점한다고 밝혔다. 롭스는 벌써 13개를 정리했으며 작년 131곳→106곳으로 줄어든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대형마트, 화장품가맹점 등이 잇달아 매장이 축소되며 화장품 팔 곳도 감소하고 있다. 업황 악화에 ’존버‘가 업체 대표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는 배경이다.


“브랜드가 받쳐주는 대기업 빼곤 중견·중소기업 매출이 반토막 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화장품 매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말을 뒷받침하듯 화장품의 경우 수출여건 현장 점검 결과 ▲현재 판매실적이 굉장히 저조 ▲시차를 두고 수출실적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무협은 진단했다.(한국무역협회, ’코로나19 수출 영향 및 전망‘)


#2   3분기 회복 전망 많아


무협의 수출기업 영향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한 1007개사의 55.6%가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회복 시점은 절반 이상이 3분기 이후로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중국 수출기업의 경우 90.1%(응답업체 232개사, 직접 영향 65.6%, 간접영향 24.6%)가 코로나19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애로사항으로는 ①수출입 물류·통관 차질 20.8% ②출장·전시회 등 마케팅 차질 ③원부자재 조달 차질 17.9% 순이었다.


수출기업의 43.2%가 코로나19로 연수출이 0~10% 감소할 것이라 응답했으며, 32.4%는 이에 대한 대응수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닐수록 중소·중견기업의 33.4%가 대응수단이 없다고 응답, 불안감을 표현했다. 또한 수출기업이 희망하는 지원사항은 중국내 물류 및 통관 지원 요구가 20.1%로 가장 많았다.


무협은 “세계적인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3분기 이후 소비 수요가 반등할 것에 대비해 ➊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확대 ➋중국인들의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사전에 마케팅과 판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수출 유망 품목으로는 ▲건강식품(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인삼, 홍삼, 비타민 등) ▲위생용품(비누, 클렌징용품, 세정제 등) 등이 꼽혔다. 또 집에서 미용 케어가 가능한 ▲홈뷰티 제품(드라이기·고데기 등 헤어 스타일링 제품, 천연재료 사용 한국산 화장품, 물티슈 등)도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3 정답은 없고 ’존버‘ 절실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은 재무건전성이 약한 중소기업에게 더 큰 쇼크로 다가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종합 신용위험지수‘를 보면 중소기업은 2008년 4분기 56 이후 가장 큰 수치를 보였다. [대기업(1분기 10 → 2분기 23, 중소기업(17→50), 가계(7→27))


이익률 낮고 고정비가 높은 중소기업은 손실 감내 능력과 위기 대응 여력 한계 등으로 경제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연구원(KSBI)는 ’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의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①현금 유동성 확보 및 자금 조달 채널 확대 ②위기 상황에서의 기업 목적과 연계된 의사결정 수행 ③구성원과의 정보 공유 ④소비자 트렌드 포착 및 대응, 공급망 다변화 및 가시성 향상 등을 조언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제회복 패턴이 ’U자형‘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초 V자형을 기대하던 업계로서는 회복 지연에 따라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코로나19처럼 블랙스완(black swan)형 충격에서는 △완벽함 보다 속도가 중요 △불완전한 정보만으로도 과감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 △장기적인 관점으로 위기 이후의 상황이 가져올 변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예측해, 현재를 유지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대응하려는 화장품기업 경영자의 위기극복을 위한 각별한 노력과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는 주문이다.


한 업체 대표는 “화장품 매출 부진에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건강기능식품이나 위생용품 등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건강·헬스케어의 판로 확보를 위해 중국 현지 제휴로 활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답은 없지만 ’존버‘만큼은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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