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불량정보 사냥꾼’으로 유명한 화장품비평가 최지현이 신간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갑니다〉를 펴냈다. 제목에서 풍기듯 소비자가 즐거운 화장품 쇼핑을 ‘과학’으로 설명한다. 성분마케팅에서 과학으로, 익명의 후기+전문가에서 정부+화장품과학으로의 신뢰 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 화장품 쇼핑이 노동이 된 이유?
화장품은 과학의 산물이자 소비자 선택으로 그 수명이 결정된다. 선택의 바로미터는 신뢰다. 현실에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식약처와 과학은 뒷전으로 밀리고, 비과학적 해석의 성분표와 SNS에 떠도는 리뷰가 소비자를 혼란케 한다. 왜 소비자는 환경단체에 불과한 EWG와 성분마케팅 쇼핑몰 화해(앱), 일부 인터넷 비전문가의 말을 듣고 제품을 사러 가는 걸까?
이에 대해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은 “화장품은 성분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따질 정도로 예민하게 선택할 물건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화장품이란 피부보호 외에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은 허락된 양만 쓰이도록 규제되어 있기 때문에 “화장품을 취향으로 즐기고 과학으로 이해하자”라고 그는 강조한다.
“성분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고, 불량 정보와 전문가 의존에서 벗어나서 화장품의 효과와 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대한 분명한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게 화장품비평가 최지현이 서른다섯 소비자에게 권하는 말이다.
왜 서른다섯일까? 그는 ”젊은 사람은 멋진 서른다섯이 되길 꿈꾸고, 나이 든 사람은 가장 아름다웠던 서른다섯을 그리워한다“며 ”젊고 아름다운 중년을 준비할 좋은 나이에서,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화장품을 사러 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2 화장품 쇼핑, ”취향으로 즐기고 과학으로 이해하자“
여성이 화장품을 사러 가는 게 스트레스가 되고 노동이 되는 현실의 이면에는 만천하에 공개된 전성분표와 성분 정보, 사용후기가 있다. 정보가 많으면 선택이 쉬울 텐데 오히려 화장품 고르기가 더 어려워진 이유는 뭘까?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은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성분표는 화장품을 판단하는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 성분표는 재료목록일 뿐, 함량이 없어서 효과를 알 수 없다. 1% 이하로 넣는 성분이 전체 원료 수의 60~90%인 상태에서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도구로 변질됐다는 진단이다.
둘째 많은 화장품전문가가 호르몬 교란, 발암물질, 장기독성, 생식독성 등을 이유로 특정 성분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은 많은 양을 먹거나 숨으로 들이마시거나 고농도로 피부에 발랐을 때의 독성(toxicity)에 근거한다. 화장품의 위험 평가는 노출 방식과 노출량을 고려해야 하는데, 독성 자료에서 떼어온 한 줄짜리 정보를 화장품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셋째 ”화장품산업이 굴러가는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화장품에 대한 의심에서 벗어나 신뢰를 갖게 된다“고 최지현은 말한다. 화장품은 철저히 법의 규제하에 만들어지며, 기업이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없다. 안전하지 않은 성분은 금지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한 성분은 함량을 제한한다. 원료마다 규격을 만들어 순도를 정하고 불순물의 허용 한도를 정해놓았다.
최지현은 ”성분 정보를 통한 화장품의 선별은 매우 잘못된 방식이다. 성분표만 보고 유해한 제품과 무해한 제품을 가려내는 것은 화학의 신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화장품 쇼핑이 이렇게 골치 아픈 노동이 된 이유는 이런 의미 없는 것들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3 불량정보에서 벗어나 올바른 화장품발전 방향 제시
결론적으로 그는 ”화장품을 고를 때 코로 향을 맡아보고 점도와 발림성을 체크하고 바른 뒤의 느낌을 알아보는 등 감각과 취향(디자인, 용기 편의성 등)을 체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화장품에 없는 효과를 찾지 말고 ①청결을 유지하도록 돕는 클렌저류 ②유수분을 보충해 피부 상태를 편안하게 해주는 모이스처라이저 등 ③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자외선차단제 ④용모개선에 약간의 또는 일시적인 도움을 주는 기능성 화장품 등에서 ”가장 순한 제품으로 피부를 최대한 편안하게 유지하고 자극을 주지 않는 제품을 고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 화장품경찰관(cop) 폴라 비가운이 있다면 한국에는 화장품비평가 최지현이 있다. 그와 비가운의 인연은 2004년 ‘나 없이 화장품을 사러 가지 마라’를 번역하며 시작됐다.
이후 헬스경향’, ‘한겨레’ 등 매체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활동하며 ’과학자료를 바탕으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는 화장품 불량 정보를 바로잡는 일‘에 힘쓰고 있다.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작가와 번역가로 활동하며 50여 권의 책을 쓰고 15권의 책을 번역했다.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갑니다〉는 감성과 취향을 즐기자는 화장품 쇼핑 가이드서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끝까지 읽게 만든다.
‘불량정보’에 시달리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에겐 ‘과학으로 읽는’ 해답을 제시해준다. 화장품에 관심 있는 이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저자의 제안이 흥미로운 점은 성분마케팅에 휘둘리지 않는 선진국처럼 편안한 화장품 쇼핑이 가능해지리라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