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맥락 없는 ‘화장품 흔들기’

국회 계류 중 화장품법 개정안 6건...화장품산업 진흥 보다 규제와 업체 부담 가중시키는 내용이 대부분
사전 또는 사후 의견 청취는? 식약처·대한화장품협회 ‘패싱’ 우려

최근 발의된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들이 ‘맥락 없이 화장품 흔들기’ 내용을 담고 있어 중소 업체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내용이어서, 중소기업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와 대한화장품협회가 국회의원들의 법률발의 과정에서 ‘패싱’ 당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업계의 여과 없는 내용이 발의되는데 따른 비판이다. 개별 기업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K-뷰티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반발도 있다. 이 때문에 ”저절로 잘 큰 화장품업계를 더 이상 외부에서 건드리지 말라“는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그 사례가 지난 6월 10일 발의된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발의안’(남인순 의원 대표발의)이다. 이 법안은 ’면세점 화장품의 면세품 표기를 1차 포장 및 2차 포장 모두 표시할 것(화장품법 10조)“을 제안하고 있다.


제안 이유는 ”최근 면세점에서 할인 등을 받아 낮은 가격에 구입한 화장품을 온라인상에서 재판매하거나 외국인이 시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고 현장에서 물건을 인도받고 난 뒤 항공권을 취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면세 화장품을 국내로 불법 유통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이러한 면세 화장품의 국내 불법 유통으로 인해 화장품시장의 가격질서가 교란되고 세금 탈루가 이루어지며, 합법적인 판매자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대표는 ”면세점에서 소량 판매되는 제품에도 1차 튜브나 플라스틱 등에 ‘면세품’ 표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예 면세점 입점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애로점을 밝혔다. 이에 대해 B대표는 ”중소기업이 몇 개 팔자고 면세점용을 별도로 만들면 용기를 3천개, 5천개 생산 충진해야 하는데 생산비 감당 못한다 ㅠㅠ“라고 답했다.


C대표는 ”이것은 대기업을 향한 정책이지 중소기업에겐 해당이 안된다. 면세점을 위해 ‘현장인도제를 시행하면서, 따이공이 이를 불법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다. 1차에 표기되는 것 자체가 중소기업에게는 매우 불리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면세점용 화장품의 ’DUTY FREE‘ 표기는 5개 브랜드의 전국화장품가맹점주연합회(화가연)의 요구사항이었다. 현장인도제를 악용, 불법 화장품을 국내에 유통시키는 편법으로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입혔다는 진정이 제기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현장인도를 악용하여 불법 유통할 우려가 높은 구매자를 선별한 결과 약 7개월간 2천명이 넘는 숫자로 집계됐다.


화가연의 요구 및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의 논의가 이어지자, 관세청은 6월 12일부터 ”면세점 내 국산 화장품에 면세점용 물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시제를 도입하며,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도록 권고한다“는 ’면세점 표시제‘ 시행을 밝혔다.


이에 대해 남인순 의원 발의안은 ”자율적으로 스탬프나 스티커 형식으로 ’면세용‘ 표기 시행을 계획하고 있으나, 이 경우 불법 유통과정에서 표기가 지워질 우려가 있어 근본적 해결책을 보기 어렵다“며 ”1차 포장 및 2차 포장 모두에 표시토록 한다“는 강제조항을 담고 있다.


현장 인도는 애초부터 외국인의 시내면세점 쇼핑 편의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일부 면세품이 국내에 불법 유통돼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현장 인도는 출국장에 마련된 인도장에서 따이공이 몰리면서 혼잡하다는 이유로 시행된 측면이 크다. 이는 면세점과 대기업 브랜드, 여행사의 이해가 걸린 문제여서 ’현장 인도‘ 폐지는 반발이 크다.


이에 대한 화가연의 반발도 거세지면서, 관세청은 면세점용 화장품의 ’1차 표기제 자율 시행‘을 발표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발의된 화장품법 개정안은 2차 표기 의무화 조항을 넣음에 따라 중소 업체에게 애꿎은 불똥이 튄 것이다.



지난 5월 14일 발의된 윤일규 의원의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업계의 불만이 크다. 식약처가 추진한 ’기능성 화장품의 확대 정책‘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내용 때문이다. 법안은 ’화장품의 정의 명확화, 기능성화장품의 정의 명확화, 화장품 표시광고에 있어서 허위과장·광고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염모제 ▲모발을 굵게 하는 제품 ▲체모 제거 제품 ▲모발의 건조, 빠짐, 갈라짐, 각질화 등의 개선 제품은 기능성화장품에서 뺐다.


지난 3월에 발의된 정인화 의원 대표발의안은 ”화장품의 명칭, 성분, 가격 등의 기재·표시 내용을 1차 용기는 물론, 2차 포장에도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 약사법과 중복된다는 이유를 들어, 의원들이 화장품법 개정을 통해 ’이해 충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현재 국회 소관위에 계류 중인 법률은 6건. 모두 화장품산업을 진흥시키려는 내용을 담기 보다는 규제와 화장품 업체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식약처나 대한화장품협회의 패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의사, 약사 외에 ’화장품사‘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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