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상생 zero’ 생태계 파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최대 45% 할인 쿠팡 입점...1만여 명 항의 연대서명서 서경배 회장에게 발송
더페이스샵, 온라인쇼핑서비스 종료 선언...가맹점주와 온라인몰 수익 배분 합의 거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한국의 대표기업이 화장품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혁신도 미래도 없고, 오로지 ‘재벌의 이기적 행태’라는 외눈으로 사태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두 회사에게 ‘동반성장’과 ‘상생’은 없었다.


21일 아모레퍼시픽 방판협의회는 특약점 경영주 250명, 카운셀러 1만 170명은 ‘생계대책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연대서명서를 작성,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에게 등기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연대서명서를 보낸 배경은 아모레퍼시픽이 자사의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를 쿠팡에 입점시키며 갈등을 불렀다. 쿠팡은 설화수 입점 행사로 6월 17일까지 최대 20% 할인+2만원 쿠폰+5% 적립+5종 GWP 2개 등 실질적으로 45% 할인 행사를 펼쳤다. 또 6월 18일부터는 설화수 기획전을 시작하며 최대 10%+1만원 쿠폰+5% 적립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 방판 조직의 대표 상품. 공정위의 방판업체 현황 자료(2017)에 따르면 1위 (주)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은 1조 79억원이며 등록 판매원 수는 4만 5767명이었다. 이들이 가져가는 1인당 평균 지급액은 710만원이었다.(2위 LG생활건강 매출액 6733억원 매출, 판매원 수 3만 2715명, 1인당 평균 지급액은 580만원)


때문에 설화수가 최저가 판매 온라인쇼핑몰인 쿠팡에 입점하는 순간 가격질서가 무너지며, 4만여 명의 카운셀러 판매망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카운셀러 소통공간인 ‘뷰티스퀘어’에 항의 글이 올라오자 아모레모시픽은 글들을 삭제하고 아예 ‘뷰티스퀘어’를 폐쇄하는 갑질을 자행했다고, 방판협의회는 분개했다. 이도 모자라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들은 특약점 사장, 카운셀러들에게 전화, 면담 등으로 감시와 압박을 행하고 있다는 방판협의회의 하소연이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와의 면담자리에서 쏟아졌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가 명품, 럭셔리 브랜드라며, 브랜드 가치를 위해 절대로 할인판매 하지 말도록 묵시적으로 강요해왔다. 그런데 최저가를 지향하는 쿠팡과 제품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방판조직을 근본부터 흔드는 행위를 스스로 저질은 꼴이라는 게 방판협의 주장.


방판협은 “평소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뿌리는 방판 카운셀러라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마켓 쿠팡에 설화수를 공급하는 행위는 그 뿌리에 제초제를 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25일 아모레퍼시픽은 ‘제20회 아모레 카운셀러 대회’를 개최하고, “아모레퍼시픽과 카운셀러 모두가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며 방문판매의 진화를 이끌어 아름다운 내일을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를 공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서경배 회장은 ”카운셀러 대회를 20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고객을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해 온 카운셀러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카운셀러 분들이 경쟁력을 높여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도 안돼 아모레퍼시픽 스스로 방판협의회와의 동반 진화와 상생, 지원 약속을 내팽개치는 정책을 거리낌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반발을 불렀다.


17일 동반성장협의회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서울지역 방문판매 대리점 대표 7명은 이달 말까지 쿠팡 철수를 포함한 운영전략에 대해 쿠팡과 재협상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올 하반기 방문판매 전용 온라인몰을 도입해, 포인트 적립 등 할인효과를 준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측은 “재협상 관련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 전혁구 공동회장은 “화장품산업의 건전화와 3만 자영업자 생계보호를 위해 대한민국 화장품 설화수의 가치를 위해 방판협의회, 3만여 카운셀러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화수가 럭셔리 브랜드라고 자랑해온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몰에서 45%라는 할인을 제시함으로써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깎아먹었다. 프리미엄→매스티지로 포지셔닝 변화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방판을 토대로 70여 년간 성장한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조치는 ‘아이디어 부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의 온라인몰 구매서비스를 6월 7일부터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구매기능만 종료되며, 제품정보, 매장정보조회 기능 및 체험단 이벤트 등은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네이처컬렉션도 사실상 온라인 쇼핑 기능을 없앤 상태다. 기본 정보와 매장찾기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의 온라인몰 수입을 가맹점주에게 나눠주기로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어긴 것이다. 지난 3월 19일 화가연 발족식에 ‘교육과 샘플 제공’을 미끼로 더페이스샵 점주들의 참석을 막았던 게 LG생활건강이다. 시끄럽고 아쉬울 때는 회유하고, 합의해 놓고는 일방 조치를 시행하는 행위는 ‘합의’를 무색하게 한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대기업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부당행위가 갑질의 사전적 의미다. 화가연 전혁구 공동회장은 “화장품 가맹점주들은 평균 2~3억원의 창업비용을 들여 가맹점을 시작한다. 본사의 화장품만을 위해 전심전력 판매하는 동반자다. 그럼에도 본사만 살겠다고 ‘나 몰라라’ 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비참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국화장품 역사는 유통구조가 10년 주기마다 부침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도 방문판매는 진화해 살아남았다. 한국의 빅2가 이번 기회에 아예 방판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미래 유통변화에 대한 고민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강력한 브랜드력을 뒷받침해주는 자사 조직을 팽개치는 순간 플랫폼과 리테일에 휘둘리는 ‘을’이 연상되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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