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사

아모레G 유상증자, ‘경영권 승계’ 목적

신형우선주, 10년 후 보통주 전환, 2006년 지분 증여 사례와 비슷
3분기 실적 국내 면세 호조, 중국 회복은 미흡...턴어라운드 전망 엇갈려

14일 아모레G 종가는 6.76% 상승한 6만7900원을, 아모레퍼시픽은 2.01% 오른 15만 2500원을 기록했다. 10일 유상증자 발표 후 11일 아모레G 종가는 11.17% 급락했고 아모레퍼시픽은 2.76% 상승했었다. 2거래일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아모레G의 유상증자 발표는 ‘주가 뛰우기’를 위한 일석삼조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3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데다, 아모레G의 경영권 승계 및 재원 마련, 주력회사인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배권 강화라는 명목상 필요 때문이다.


지난 10일 아모레G는 신형우선주(기명식 전환우선주) 709만2200주를 예정발행가 2만8200원으로, 2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2000억원 중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취득하고, 400억원은 오설록 출자금 등에 사용된다. 아모레G는 현금 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입한다. 이렇게 되면 아모레G의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35.4%에서 37.7%로 2.3%포인트 높아진다.


아모레G는 이번 전환우선주 발행이 ‘핵심 자회사 지분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라고 했지만, 경영권 승계 목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서경배 회장은 이미 2006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장녀인 서민정 씨에게 전환우선주를 증여했다. 서씨는 2016년 이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주회사인 아모레G 지분 2.71%(보통주 기준)를 확보했다.


이번 전환우선주 발행에도 10년 후 보통주 전환 조건이 붙어 있다. 유진증권에 따르면 만약 서경배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서민정씨에게 전량 양도한다면 서민정씨는 향후 3.4%(기발행 우선주 제외한 보통주+신형우선주 기준)의 아모레G 지분을 추가로 보유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대신증권은 우선배당률이 확정되면 추가 배당 수익도 얻을 수 있어 향후 지분 승계의 재원 마련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즉 유상증자는 표면적으로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주가 부양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경영권 승계라는 것. 이 때문에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큰 영향은 없고 보통주인 아모레G보다는 향후 상장할 아모레G 우선주가 투자 매력이 높다. 현재 서민정씨는 중국 유학을 마치고 본사 뷰티영업 유닛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증권은 모회사(아모레G)의 자회사(아모레퍼시픽) 지분확대는 기업 자체의 저평가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적 개선 여부와 그 정도일 때, 중장기적으로 대주주의 입지 변화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발표 시점도 미묘하다. 3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으나, 최근 증권사의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즉 국내 면세를 제외한 주요 채널에서의 회복세가 감지되지 않고 있고, 주력 시장인 중국과 주력 제품군인 럭셔리 브랜드에서의 마케팅 비용이 크게 감소되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2006년 당시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의 가치가 너무 낮게 책정돼, 증여세도 적게 내 추후 국세청에 의해 추가 부과했던 사례를 들어, 이번 유상증자에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신형우선주 활용 방식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 안지영 부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최근 5년 사이 최저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 점에 근거할 때 이번 결정은 아모레퍼시픽 주가에는 긍정적일 전망이다. … 지주그룹 내 운영 브랜드들의 영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아쉬운 부분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주주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2020년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에뛰드 및 자산양수도를 선택한 오설록에 대한 영업 개선의 가시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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